이런 논평이 나오는 걸 보면 참 뒷북도 가지가지고, 이 이면을 전혀 못보는 외부의 시각이 어떤가를 볼 수 있습니다. 지금 철도구조개혁 어쩌고 하는게 딱 영국각으로 가고 있고, 결과도 딱 영국철도일겁니다. 말로는 존나 세계에서 킹왕짱, 유럽에서 첫손이라고 하지만, 실체는 토나오게 비싼 요금, 기술력이 없어서 유럽에서 보면 변방 오랑캐인 히다치나 끌어들이는 암담한 차량제조와 정비기술, 영국국철이 쌓아온 수많은 실적들은 모조리 무덤에 쳐박아버린 채 30년도 넘은 국철차량이나 계속 빨아먹고 있는 한심한 차량부문, 하는 일 없이 갑질하면서 억단위 보너스나 쳐먹던 시설관리자 등등 업자와 관료만 신난 그런 모양새로 가고 있다 하겠습니다.
대충 이전 블로그 시절부터 이미 일본은 해외진출 하려고 막 찌르고 다니고 있고, 중국 절대 만만한 데 아니라고 이야기를 하고 다녔는데, 이제서야 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저러고서 철도 전문가네, 철도 정책 전문가네 떠들고 다니고 있습니다. 창피한 이야기이지요...... 북끄러운줄알야아지!
뭐 솔직히 구조조정 하면서 차량조달 날리고, 인력 감축하면서 서비스를 계속 칼치고 하는데 공격적으로 해외진출을 하거나 제대로 서포트를 해줄 여력이 없는건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일본이나 중국이 건설과 운영, 재정을 묶어서 서포트를 할 수 있는데 비해서 한국 철도는 이미 셋을 콩가루로 만들어놨다시피 합니다. 차량조달 혼자 나대봤자 그걸 어떻게 굴릴건지, 그걸 어느 인프라에서 굴릴건지를 전혀 제시 못하는데 뭐가 될리가 없는게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특히, 민간개방이다 뭐다 하면서 철도공사 쪼인트를 까댄게 현재의 수송난이나 차량수출에 제동이 걸리게 만든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무조건 긴축 위주로 사업을 굴리니, 차량조달도 당연히 칼침을 맞는거고, 차량조달이 시원찮으니 수송난이 생기는데다 이걸 바탕으로 해외에 차량회사가 공격적으로 들이댈 여력이 없어지는겁니다. 운영쪽에서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할 여력도 안나오니 차량에서 뭔가 보여줄만한 서비스 아이템을 들이밀지도 못하는거고.
사실 중국이 철도쪽에서 우리보다 기술이 낙후되어 있었다고 하지만, 그것도 2000년대 후반에는 이미 끝난 이야기입니다. 외려 해외진출에 대해서는 중국이 우리보다 경험치가 더 많습니다. 물론 별로 성공례라긴 어렵지만 70년대 초반에 탄자니아에 철도건설과 운영지원을 했던 전례가 있었습니다. 사상적 이유로 한거긴 합니다만서도. 그러다가 한동안 침체되어 있다가 경제력을 바탕으로 치고 나오는 상황인데 우리처럼 어중간하게 차 몇 대 팔아본 정도로 덤비는 거 하고는 레벨이 다르달까.
하지만 우리가 크게 좌절할 필요가 있는가에 대해서는 좀 별론이라고 보는데, 사실 해외수출 푸시를 열심히 넣는 일본에 대해서 그쪽 노조나 야당쪽에서는 쓸데없는 철도 제국주의 아니냐는 비판도 있고, 사실 요즘까지 그러나 싶긴 하지만 해외에 ODA라던가 수출사업을 하면서 정부재정이 들어가면 거기서 다시 리베이트로 돌려받아 먹던 행태가 근래까지 일본에선 만연해 있던 편이었습니다. 대놓고 말을 못하는거지만, 지금의 제국주의 이면에 뭐가 있는지를 의심하는 눈초리가 있는건 거기도 많이 당해봤던 일이라 그렇습니다. 뭐 어느 나라에 원조줘서 차를 사게 했는데, 차 값이 일본 국내판 차량과 대동소이한 주제에 값은 2배나 되었고, 그렇게 남은 이익이 어디로 새 나갔는지는 아무도 모르더라 이런 이야기가 좀 있고 그렇습니다.
그리고 중국과 일본이 저렇게 해외진출에 열을 올리는 배경도 좀 봐야 하는데, 실은 중국은 캐파가 워낙 커서 그런게 있습니다. 남차와 북차가 합병을 해서 단일기업으로 전환되었는데, 그 남차와 북차가 성립하던 과정은 철도부가 가진 수십개의 철도공장들을 독립시키는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대충 열댓개 쯤 되는 공장을 그렇게 내보내서는 다시 묶었고, 그 와중에서 캐파를 제대로 줄이기는 커녕 고속철 같은걸 하면서 캐파를 외려 키우고 투자를 늘려서 지금에 와서는 그야말로 과잉지경이 된 상황입니다.
일본 또한 지금의 해외진출 경향은 캐파 문제가 걸린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국철은 각 업체에 일감을 적의 분산시켜서 조달했고, JR로 넘어오면서 국철 말기의 차량조달이 중단된 걸 벌충하고 일감을 확충하기 위해서 중검수를 대폭 축소하여 차량을 13~15년마다 교체하는 방향으로(다만, 차 가격은 더 싸게) 가닥을 잡았었습니다. 문제는 JR로 20년이 지나니 차량을 그렇게 계속 살 여력도 애매하고, 가격부담도 있으니 제작을 내부화하는 방향으로 자꾸 가고, 디젤동차나 기관차는 그야말로 사장되다시피 하는 분위기로 갔습니다. 영세한 업체가 많던 디젤동차쪽은 그야말로 업계가 초토화되었고, 기관차 부문 역시 JR화물이 부진하고 여객에서 안사니 잉여가 되다시피 했습니다. 기관차 만들던 히다치는 물론이고, JR에 편입되지 못한 미츠비시나 IHI, 가와사키 같은 회사들도 슬슬 압박을 받는 판이 되고 있달까 그렇습니다.
이런 좀 막장스멜이 나는 상황이다 보니, 정책적으로 해외진출을 좀 밀어주면서 국내 제조부문에 걸리는 경영압력을 분산시키고, 겸사겸사 외교적인 교두보를 확보하려는게 사실 해외진출 붐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말은 뭐 지원이지만, 결과적으로 원조자금이나 차관, 또는 금융 알선 같은 배후적인 부분이 받쳐주지 못하면 저 해외진출 포커판에 끼지도 못할 판이고, 솔직히 우리나라 고속철 기술이 특출난게 있냐고 물어봤을때 딱히 대답할 만한 포인트도 없다시피 합니다. 하다못해 신뢰도라도 높으면 모르지만 품질문제는 한심하다시피 하고, 해무를 열심히 개발은 하지만 솔까말 실용화 전망도 안서있는데다 그게 양산모델로 나온다고 해도 해외에서 뭔가 메리트를 가질만한 포인트가 보이는 것도 아닌지라.
하여간에 해외진출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건 좋기는 한데, 이게 무슨 꼭 해야 하는 거 처럼 몰아가는 것도 좀 껄쩍지근 한 면이 있기는 합니다. 여력이 있다면 하는게 바람직하고, 국내 차량산업이 워낙 쪼그라드는 시국인지라 일종의 완충과 생산성을 낫게 하는 부분은 있긴 합니다. 다만, 그걸 제대로 하려면 구조조정의 칼춤은 대충 접고, 제대로 재정지원을 하던가 운임 서포트를 해 주던가, 아니면 적어도 산업이 요동치지 않게 어설픈 구조개혁 정책을 들고 나오지 않아야 할겁니다.
사실 유럽 철도의 진정한 강자는 독일이나 프랑스 이런데가 아니라 대외진출도 별로 안하는 스위스를 꼽습니다. 고밀도에 높은 정시성, 안정적인 서비스, 기술적으로도 주변국 수준을 충분히 따라잡을 만큼 레벨이 있고, 차량제작 부문도 스태들러 정도만 있을만큼 그리 크지는 않지만 차량 모델을 이곳저곳에서 라이선스해가고 차를 사 가기도 합니다. 운영부문에서의 스위스 철도는 독일도 배울라고 할 정도로 잘 구성된 편이고. 그렇지만 총 철도킬로는 5천km 정도나 겨우 되는, 그나마도 연방철도는 3천km를 좀 넘기는 그런 나라인데, 왜 이들이 그렇게 안정적일 수 있는지를 좀 배우는게 맞을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