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반가운 소식이 있었습니다. 충청권 광역철도가 일단 시작의 문턱을 넘었다는 소식입니다. 대구권이 되는 상황에서 여기가 안되기는 어렵기는 했지만, 그래도 고비가 꽤나 많았던 모양입니다. 운영주체가 누구인지를 두고 아마 제3차 철도산업 구조 논쟁이 벌어지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고, 또 실제 추진과정에서 여러 변수가 있긴 하겠지만 일단은 기꺼워 하고 볼 일이겠습니다.
노선 총 연장은 딱 계룡역에서 신탄진까지이며, 도중 신설역은 도마, 문화, 용두, 중촌, 덕암 5개 역으로 정해진 듯 합니다. 초기에 도중 역을 여럿 두던 계획에서 좀 후퇴한 모양새고, 신탄진 이북으로는 추후 과제로 넘겨둔 모양새긴 합니다. 다만, 일단 차가 다니기 시작하면 충분히 수요를 일으킬 수 있고, 또 주변 지역의 관심을 끌어올 수 있는 만큼 일단 시작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비록 배차간격은 65회로 제한적이고, 2량 조성 8개편성으로 운영하는 사실 지하철 사업이나 수도권전철에 비하면 미니 메트로라고 해도 될 사업이기는 합니다만.
다만 예타의 벽을 넘기 위해서 좀 무리한 사업조정을 많이 한 느낌인데, 일단 차량 총 수량이 통상적인 하한선이라 할 수 있는 4량조성 기준을 반토막을 내어 실질적으로 150억 내외를 축소한 것은 애교에 가깝다고 보고, 9.8km에 달하는 복복선화 구간을 후려치는 극단적인 대안을 골랐다는 건 그야말로 일단 하고 보자는 생각으로 덤빈 걸로 보입니다. 궤도연장 기준으로 약 20km쯤 되는걸 3/4 정도, 대충 14km 정도로 줄여서 토목사업비를 크게 줄인건 그야말로 살을 내주고 뼈를 치는 결정에 가깝지 않나 싶습니다. 역 숫자를 5개로 줄인 것도, 신설역 당 들어가는 단가가 40억 내외에, 여기에 부수되는 토목비용이나 토지매입비 같은 걸 한줌이라도 아껴보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보입니다.
뭐 어찌되었든 일단은 큰 그림이 나온거고, 필요한 사업이라고 공감하는 만큼 원활하게 잘 풀리기를 기대해 봅니다.
앞으로 실행과정에서 검토되었으면 하는 희망사항을 이래저래 이야기좀 해 보자면...
1. 조차장 이북의 경부선 복복선화가 예정되어 있는데, 여러모로 선형계획 면에서 매우 골치아플 걸로 예상이 됩니다. 그냥 수도권과 비슷하게 방향별 복복선화를 하는게 이상적이긴 하겠지만, 문제는 전통적인 배선방식을 취하면 이 구간의 물류기능을 갉아먹고, 신탄진 회차도 상당히 곤란한데다, 향후 북부 연장을 계획할때도 좀 난점이 많을 걸로 보입니다.
고육지책이긴 하지만, 조차장에서는 방향별로 가다가, 조차장에서 회덕 사이에 광역전철 사업으로 간선여객+컨테이너화물 용의 고규격 선을 만들되 선로별 복복선화로 전환하는 배선을 하고, 이걸 신탄진까지 연장하는게 어떤가 생각이 듭니다. 전문가의 검토가 필요하겠지만, 서측 복선을 광역전철이, 동측 복선을 간선이 쓰는 구조가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향후 조치원까지 연장을 하게 되면 부강 인근에서 방향별 복복선으로 합류하거나 하면 적당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2. 차량을 2량 1편성으로 가고 있지만, 대구권 광역전철과 차량규격을 공통화하여 3량 1편성으로 가되, 2M1T구성으로 수도권전철보다 출력을 강화하고 기어비를 조정해 영업최고속도를 130km/h까지, 등가속 구간을 45~50km/h까지 끌어올리는게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물론 기존 수도권전동차보다 가격이 올라가는 문제는 생기겠지만, 대신 공동구매 형식으로 물량을 늘려서 최적화하면 충분하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3. 서쪽 종단으로 계룡역을 언급하는데, 계룡시 부담을 추가해서 신도역까지 연장하되, 신도역을 검암역과 비슷한 배선의 시종착역으로 개량해서 계룡역 개축범위를 최소화하고, 수요를 추가로 잡아내는 효과를 극대화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물론 인력 추가배치나, 운전취급역이 늘어나는게 뼈아프기는 하겠습니다만, 계룡역의 구내를 확장하기가 그리 쉽지 않은 상황인 만큼 확장을 꾀해볼 필요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4. 서대전역과 용두역은 보기엔 간단한 부분같아 보이지만, 실은 여기가 가장 설계가 복잡하고 난공사가 예상되는 영역이라 생각이 듭니다. 서대전역의 홈 끝단을 개축하면 간단할 거 같아 보이지만, 문제는 여기를 개축하면 KTX-1이나 산천 중련 열차의 정차가 불가능해 집니다. 물론 이미 이쪽으로는 산천 단독 열차만 다니기는 합니다만, 대체차 투입 같은 가능성을 생각하면 여러모로 복잡한 부분이 될겁니다.
용두역의 경우는 여기가 복선구간이 아니라 3선 구간, 즉 대전선이 병행하는 구간이라는게 난점입니다. 예상되는 역 설치 위치는 곡선부 내지는 곡선 초입부 인근이 될걸로 보이는데, 복선구간이라면 아주 심플할 일이, 대전선이 걸리기 때문에 어려워집니다. 대전선을 소폭 이설하기에는 토지매입이 상당히 따라야 하는데다 계룡육교의 교각이나 상판이 지장될 가망이 매우 높습니다. 결국, 3선 모두에 승강장을 설치하거나, 대전선을 폐지해야 하는데, 후자는 이 선로의 화물운송상 중요도를 생각할때 도저히 무리라고 봅니다.
이 구간은 시가지 한 가운데에 있는데다, 이런 특징들 때문에 결국 가장 난공사가 될걸로 예상이 됩니다. 많은 지혜를 모아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5. 대전선 이야기가 나온 김에, 용두 환승역이 설치된다면 의미가 크게 줄기는 하지만, 대전선을 경유해 대전역으로 가는 열차편을 시간당 1편 내외라도 설정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대전역 승강장은 현재 창고로 쓰이는 소화물용 고상홈을 재활용해서 두단식으로 운영하는 식이 되면 될걸로 생각되는데, 큰 비용 안들이고 열차를 투입할 수 있는데다, 회덕역 이북으로의 복복선화 내지 3선화가 불가능하게 될 경우 배차 감축을 피할 수 없는데, 이 때 대전선 경유 대전종착으로 열차를 일부 돌린다면(65회 예정이니 하루 20회 정도) 배차조정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게 되니 일종의 플랜B가 될 수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