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이 동서횡단 노선 치고 제대로 된 노선이 별로 없다는게 우리나라 철도의 아픔이 아닌가 싶습니다. 실제 영업수지나 실제 노선 상황을 보면 안습한 곳들이 도처에 보일 지경이랄까. 그나마 멀쩡한게 사실상 종축노선에 가까운 중앙선과 워낙 오지선이라서 대안이 없어서 강한 극한노선인 태백선 정도가 전부고 나머지는 그야말로 안습 천만인 경우가 많습니다. 경전선은 그래도 개량하면 빛을 볼 여지라도 있음직은 하지만, 영동선 분천~영동이나 충북선은 시멘트와 석탄화물 빼면 그냥 시체인 듯한 노선이 되어가고 있고, 대구선은 화물용도로 긴요하게는 쓰지만 적자난다고 정부가 데스노트에 이름을 올리려고 폼잡은 노선에, 경북선은 뭐 이미 묫자리에 드러누워 풍화되는 분위기고 말입니다.
투자가 없어서 그렇다고는 하지만, 애시당초에 제시되는 횡축노선 상에 제대로 된 도시가 걸리는 곳도 별로 없고, 대도시 두개를 이어주는 광주~대구도 까놓고 말해서 KTX환승하나 횡단노선으로 가나 시간소요의 극적인 단축효과가 안나오는 상황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그어놓는 노선들이 다들 백지도에 선 그은 수준의 망상선들로, 그 사이에 놓인 산들이 몇개인지는 보고 그었는지 싶은 노선들이 죽죽 튀어나오는게 참 대단하달까.
막말로 일본철도건설공단이 70년대에 싸지르는 똥 같은 막장 노선들을 그려놓고 지역의 요망이다 균형발전이다 드립치면서 해달라고 하고 있으니, 그 마지막도 그동네가 겪은 대로 10년만에 폐선나고 똥치우느라 수십조를 더 꼴아박고 이런 막장드라마가 나오지 싶습니다. 고속도로처럼 5종5횡이니 4종4횡이니 하는 지도에 줄긋기 계획안 같은건 사실 무리수가 넘치는 계획인데 아직도 이걸 가지고 날뛰는 사람들이 많으니 참 머리아픈 이야기라 하겠습니다.
흔히 서구나 일본의 촘촘한 노선망을 호평하고, 그렇게 지역분권적인 네트워크가 있으면 좋겠다는 희망은 누구나 가지기는 하지만, 그 노선망 중에 2/3정도는 그야말로 있으나 마나한 노선들이고, 정말로 간선트래픽이나 대도시 트래픽에 기여하는 노선은 20% 정도에 불과한게 현실입니다. 그리고 그 나머지는 막대한 지방재정을 잡아먹던가, 아니면 중앙재정을 잡아먹던가 둘 중 하나고 말입니다. 한국은 이미 철도망을 그렇게 깔 수 있는 여건은 애저녁에 틀려먹은 나라입니다. 도로 인프라를 미친듯이 깔아놓고, 이미 촌동네는 차 없이 생활유지가 안되는 라이프스타일이 되어버린지 오래입니다. 거기다가 기존 철도정책도 근거리 철도운송 따위는 버리는 것으로 치부하는 판이니, 유럽같은 인프라를 깔아놓고서는 노천에 썩히기 일쑤인 그런 판이 될겁니다.
정말로 지금에 와서 필요한건, 그냥 철도건설 그 자체가 아니라, 철도를 기축으로 한 라이프스타일을 창출해 낼 수 있는 종합 패키지입니다. 적정한 운임수준이 유지되는, 생활을 지탱할 수 있을 정도로 밀착된 운영이 제공되는게 핵심이라고 할 수 있고, 도시철도나 광역철도 정도의 근접성이 공급되는 철도 시스템이 필요한거지, 그냥 4종4횡 철도망 같은건 이거에 하등의 도움이 안됩니다. 더욱이 과소지만 후비고 다니는 간선철도망은 뭐 토건을 위한 토건밖에 안된달까.
그래도 정말 간선 과소지 구간의 철도가 필요하다면, 물류 등의 이유로 철도가 아니면 안되거나, 도로망으로는 상시적인 교통이 유지가 안되거나, 대체가능한 고속도로나 철도노선 자체가 부재하거나 하지 않으면 안될 겁니다. 노선 중에 잠깐 나온 대산~천안이나 울진~분천 같은 곳이 이런 이유로 좀 근접은 할 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냥 횡단선이 있어야 한다 이정도로는 답없는 이야기밖에 안된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