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하면 말이 나오는 것 중 하나가 왜 지하철 심야 운행을 안하냐는 비난입니다. 실제로 심야시간대의 교통이 없기 때문에 상당히 비싼 택시를 이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고, 그게 아니더라도 그리 노선망이 넓지 않은 심야버스 같은 체계를 오래 기다리면서 이용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으니 이런 불평이 나올만은 합니다. 정작 일반열차는 제한적이라도 심야열차가 다니는 구간이 있으니 이런거에 대해서 좀 비교되는 부분도 있고 그렇고.
하지만, 이 지하철 심야운행이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심야시간대에 대부분의 보수작업이 집중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가장 문제가 되는건 시설물의 유지보수입니다. 다량의 통행으로 변형된 자갈 도상이나 마모된 레일을 정비하고, 지하구조물의 경우는 누수나 변형, 균열같은 걸 점검하고 이를 보수하는 작업을 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역의 경우도 대규모의 청소나, 각종 구조물의 정비, 전산장비의 교체 같은 작업들은 영업 중에 할 수 없으니 야간에 해야 하는 경우가 많고, 가장 큰 전기설비는 아예 차량이 다니고 있어 전력을 공급해야 하면 손도 못대는 문제가 생깁니다.
차가 다니는 중간중간에 하면 되지 않는가? 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매우 위험해 보이기는 하지만, 실제 간선철도에서는 이렇게 작업하는 광경을 종종 볼 수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이건 지표면에 비교적 공간이 확보되고 배차가 그리 조밀하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에 가깝습니다. 지하철의 경우 배차는 거의 3~5분 간격 이하, 피할 공간이 거의 없다시피한 조건이고, 조명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조건이어서 작업여건도 굉장히 불량한 경우가 많습니다. 더욱이, 제3궤조를 쓰는 구간이라면 열차가 다니는 상황에서는 지상부에 전기가 들어오고 있으니, 작업자가 있다면 대형참사는 피할 길이 없습니다.
이런게 문제라면 작업 시간을 단축하면 되지 않는가? 라고 하지만, 기본적으로 보수작업의 시간소요가 시간제한을 가지고 짜여지기 때문에 늘 시간에 쫒기기 쉬운데다, 선로를 통해서 접근하지 않으면 안되는 곳이 많기 때문에 전용의 작업차량으로 접근해야 하고, 그래서 이 접근과 퇴거 시간까지 감안하지 않으면 안되는 문제까지 가집니다. 실제로도 저런 보선 작업의 실제 작업시간은 현장 이동이나 자재의 하역 같은데 드는 시간이 제법 잡아먹다 보니 굉장히 촉박한 경우가 많고, 그러다보니 작업단위를 쪼개야 하고, 그 결과 다시 작업효율이 나빠지는 악순환이 생기기도 합니다. 연속해서 2~3시간을 하면 3~400m씩 작업할 수 있는게, 매번 이동과 하역이 끼어서 1시간 단위로 하면 100m도 채 못하고 그런 경우가 흔하달까.
뉴욕 지하철 같은데서는 그럼 도데체 어떻게 24시간을 운영하는가 라는 의문이 들겁니다. 일단 뉴욕 지하철은 선로가 세 가닥이 확보되어 있는, 즉 복선에 추가로 단선이 더 있는 구간이 많습니다. 그 덕에 한 선로를 막아세우더라도 나머지 2개 선로는 운영이 가능한 여건이 됩니다. 더 나아가, 심야 운행하는 열차 횟수를 크게 줄여서 단선으로 다니게 하거나 해서 아예 2개 선로를 보수하고 1개 선로를 운영하는 방식도 가능은 합니다. 실은 이건 간선철도에서 야간 보수작업에 활용하고 있는 기법입니다. 하지만, 지하철의 경우는 이런 단선운행을 위한 여건 자체가 안되어 있는 경우가 많고, 또 전기로 움직이는 상황에서는 전기 설비(전차선이나 변전소)를 보수할 수가 없으니 유지보수가 불가능한 영역이 생기는 문제가 생깁니다.
여기에 실은 24시간 운영 지하철들이 가진 비밀이 더 있는데... 바로 아예 열차자체가 종일 다니지 않는 날이 존재하다는 겁니다. 즉, 저렇게 선로를 임시로 대용하거나 하는 방법을 써도, 도저히 유지보수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 그런 지점이 생기게 되는데, 이걸 특정일에 집중적으로 보수하는 그런 작업을 하는 겁니다. 이게 단순히 몇 시간의 차단 정도가 아니라 24시간~48시간 정도에 이르는 완전한 휴업이 걸리는 그런 경우가 많고, 이 기간에 그야말로 집중작업을 해서 유지보수를 해치우는 방식을 씁니다. 북미의 경우 노선에 따라서는 아예 주말에는 휴업해 버리는 경우까지 흔히 있다 보니 가능한 그런 방식인 셈입니다.
하지만 이런 체제가 과연 우리나라에서 실현 가능한지는 좀 고민이 필요할 겁니다. 심야 4~5시간의 두절을 가지고 불평불만이 나오는 요구수준인데, 한달 내지는 수 개월마다 24~48시간, 심하면 72시간까지 확대되는 이런 대규모 운행중단을 납득할 수 있는지 부터가 아마 의문이 들지 않나 싶습니다. 여기에 이런 전일 중단이 생기는 경우 구간을 적당이 나눠서 운행할 수 있는 인프라가 있어야 하지만, 철저하게 시종점의 차량기지에 의존하는 지하철 체제에서는 선로두절은 곧 운행중단이기 쉽상이라서 실행가능성 자체도 극히 제한적일 수 밖에 없기도 합니다.
사실, 이런 영역을 넘어서더라도 경제적인 문제들도 많이 존재합니다. 24시간 상시로 인력을 투입해야 하는데, 법에 명시된 심야할증 임금제도 덕에 인건비 부담이 단순히 근로시간 증가 이상으로 들어가기도 하고, 추가 인력 배치로 인한 경영부담이나 운영경비 증가 문제도 따라가야 합니다. 또한, 역의 대대적인 청소작업이 굉장히 제한적으로 돌아가게 되고, 사람들이 24시간 다니다 보니 청결유지나 치안 관리가 어려운 문제도 생깁니다. 실제 24시간 운영하는 뉴욕 지하철은 이 점에서 악명높습니다. 여기에 심야시간 경제가 활성화 되는게 반드시 좋은건 아니어서 건강보건이나 삶의 질 문제에도 파급이 가게 되니, 그냥 무작정 늘리는게 좋은건 아닐 가망이 높달까. 결국 그렇기 때문에 24시간 운영이 기술적으로 아예 안되는 건 아니라도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하지 않는 시스템이 되는 경향이 있다고 봐야 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