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 남인천~송도간 폐지로 인천 앞바다로부터 구축되었던 수인선이 43년만에 인천 앞바다 코앞까지 되돌아왔습니다. 좀 한타이밍 늦었지만 신생 수인선을 한번은 둘러보고 왔습니다. 사진은 아카렌가 풍으로 지어진, 신포역의 출입구입니다. 대충 따지자면 신포~숭의 사이에 수인선의 종점인 남인천역(구 인천항역)이 있었으니 그 대를 이어주는 건축이라면 건축일겁니다. 물론 실제 인천항역 건물(현전하지 않음)은 그리 멋지지 않은 콘크리트 조의 모더니즘 건물이긴 합니다만.
일단 인천역에서 송도역을 찍고, 다시 되돌아와서 신포역을 거치는 경로로 이용을 했습니다. 인천역은 역 건물을 터서 리모델링을 하고, 승강장 지붕이나 환승통로는 완전히 새단장을 해 둔게 인상깊었습니다. 추가로 만든 환승통로는 지붕이 있는 옥외형으로 지은게 요즘 추세랑은 많이 다르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과거의 추레하던 구내 풍경이 일신된 점은 나쁘진 않다고 봅니다.
기존에 쓰던 본역사는 꽤 산뜻하게 리모델링을 했는데, 벽을 대리석체로 마감하고, 기존의 역무실을 터서 추가 개찰구를 만들어 둔건 꽤 깔끔한 디자인인거 같기는 합니다. 다만, 환승통로를 억지로 분리시키고 개찰을 양분시킨건 썩 득책은 아니라고 생각이 듭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잘 안하는 방식이긴 하지만 개찰을 비스듬한 방향으로 설치해 두는 방법을 썼다면 충분히 납득가능한 배치가 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미관적으로는 애매해 지긴 하지만 대신 개찰구 숫자를 늘릴 수 있고 구획을 통합시키면서도 전체 구조를 어그러뜨리지 않을 수 있었을겁니다. 고민의 결과로서 지금의 모양이 되긴 했겠지만, 기존의 발상이나 각을 좋아하는 감각이 좀 아쉬운 결과를 만들었달까.
수인선 인천구간 중 구도심 지역은 벽돌을 활용해 디자인에 포인트를 준 곳이 좀 보이는데, 신포의 경우는 출구 하나로 정리를 해 둔 정도지만, 인천역은 승강장의 한 섹션을 그렇게 정리를 해 두었고 나름의 디자인 포인트가 되기는 합니다. 다만, 하필 다른 곳은 요즘의 디자인 추세대로 코팅 강판 등으로 마감을 해 두고, 일부만 벽돌조로 해 둔 덕에 좀 어긋나버린 느낌이 있고, 또 벽돌조로 마감한 구간은 개방감이 모자라게 디자인 되어서 좀 아쉬운 느낌이 있달까 그렇습니다. 나름 역에 포인트를 준건 좋은 시도긴느 합니다만서도. 그 외 신설구간의 나머지 각역의 승강장은 디자인을 통일시키되, 다만 승강장 중앙 인근에 색조를 넣은 장식벽체를 써서 각 역을 구분짓게 해 두고 있습니다. 통일감있게 디자인 된건 잘 된 편이지만, 너무 특징없이 한게 아닌가 싶은 면도 있습니다.
디자인이나 이용자가 직접 접하는 부분들은 그래도 원숙미가 느껴지는 설계랄까 그런 감이 있어서 호평할 만 한데, 한편 철도시설물들은 정말 한치 앞도 내다보지 않고 오로지 예산절감에 올인해서 수인선을 건설한 본래의 의미를 싸그리 날려먹은 그런 결과를 만들었다고 감히 평할만 했습니다.
과거 계획하다가 비용문제인지 공사애로때문인지 날려먹은 경인급행선과의 연결선은 더 말해도 애매한 그런 존재니 생략하고... 가장 엽기적인건 인천역 진입부를 비롯해서 주요 역에 비상회차용 건널선이 없다는 점입니다. 인천역의 경우는 무조건 Y선을 이용해 회차를 해야 하는 구조로 해 두고 있는데, 지연이 누적되거나 Y선에 차량이 들어가서 나오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을때 회차가 완전히 막히는 문제가 생깁니다. 사고가 없는게 베스트지만, 늘 그럴수는 없는 만큼 대비가 되어 있어야 하는데 이게 안되어 있는건 상당히 엽기적인 예산절감이 아닌가 싶습니다. 지하구간으로 지어놓은 곳들이 다들 이렇게 나사빠진 예산절감 대책을 하나씩 사고쳐놓는걸 보면 참 갑갑하달까.
사진은 인천항 남항으로 들어가는 선로인데, 이 선로나 이 앞의 화물구내로 이어지는 지하선로 방향의 인입선이 전혀 없었습니다. 즉, 화물구내와 신설 수인선간에는 아무런 연결선로가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앞으로도 송도에서 여기까지 이어지는 지상선을 부설한단 이야기도 없고 하니, 사실상 수인선의 화물기능은 개점휴업, 사실상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인천역의 화물기능이 80년대 250만톤을 취급한 이래 내리막 추세고 도시계획이 인천역의 화물기능을 뭉개버리는 방향으로 가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주요 화물역이기도 하고 현재로서는 남항이나 내항이 물류기능을 폐지하기 어렵기도 하기 때문에, 또한 당장에 경부선에 걸리는 용량부담을 경감하기 위해서라도 향후 용도전환을 할 값이라도 연결선은 반드시 설치되었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걸 박살을 내버린게 지금의 건설양태고, 이래놓고서 고부가가치 물류니 철도페리니 하는 건 그야말로 언어도단 어불성설이라 할겁니다.
연결선을 따 두면 당장에는 소용이 없지만, 서해선이 완공되어 연계될 수 있게 되면 경부선을 경유해야 하는 다수의 화물을 이쪽으로 보낼 수 있고, 그만큼 융통성있는 다이어를 확보할 수 있게 됩니다. 경부선에 걸리는 부하가 극적으로 빠지진 않지만, 화물운행 때문에 발생하던 여타 부담을 줄일 수 있고 경부선 수송장애시에 대체경로로서도 부분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겁니다. 또 화물의 활용이 줄더라도 여객관련 설비를 정비해 활용할 수도 있을겁니다. 철도페리를 굴리더라도 항만 코앞까지 이미 선로가 다 있는 이 지점만큼 경제성이 담보되고 적시에 개통가능한 곳도 없고 말입니다. 그걸 말아먹고, 지하선이라 향후 개축에 막대한 비용부담까지 생기게 되었으니 그야말로 복장 터지는 일이랄까. 하다못해 지하측에 분기부 설치 위치라도 미리 만들어 뒀다면 결국 안써먹을 값이라도 나중에 옵션으로 가져갈 여지라도 있는데, 그것도 안해둔 모양이고.
일단 수인선 여객 자체는 그럭저럭 호조세를 끌고가고 있다는 후문이고, 인하대 통학 수요를 제법 끌어온게 눈에 띌 정도라고 하니 그래도 부실한 스타트는 아닌 듯 해 다행이기는 합니다. 인천 특유의 시티투어 도는 버스노선들에 비하면 의외로 속달성에서 뛰어난게 수인선이고, 사람들 동선에서도 그리 크게 어긋나지도 않는듯 해서 어느정도 자리잡고 수원까지 연장개통이 이루어지면 제대로 실력을 보여주지 않을까 싶기는 합니다. 하지만, 40년에 걸친 비원인 화물기능을 뭉개버린 건 두고두고 문제이지 않나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