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장거리 객이 그리 많지 않고, 광역화 기능이 적은 6호선이 우선이 되는가는 의아한 부분이 있습니다. 장대한 노선망을 가진 7호선이나, 9호선과 경쟁구도를 가져가고 있는 5호선에서 급행이 오히려 더 시급하지 않은가 생각하기 쉬운데, 실은 6호선이 가장 급행도입의 여건이 좋은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6호선의 배차는 5, 7호선과 달리 평일 RH에도 4분 간격으로 어느정도 여유가 있게 운영되고 있는 상황이고, 또한 한쪽 끝이 루프로 되어있다 보니 예비차를 선배치하거나, 주박을 곳곳에 분산시켜야 해서 유치선이 곳곳에 설치되어 있다는 강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응암루프 전후해서 설치된 유치선들 규모가 대단한 편인데, 새절역 구내부터 응암역 남쪽 끝까지 1역간에 걸쳐 유치선이 설치되어 있고, 독바위역에는 3편성이 들어갈 수 있는 유치선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이 두 자산을 적의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DMC나 합정까지의 급행운전을 시도해 볼 여건은 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물론 승객의 유동방향에 따라 시간대별 편방향 운행을 전제로 투입을 해야 하긴 하겠습니다만.
공덕과 상월곡역의 예비시설은 각각 유치인상선과 2면3선 구조의 반복선 정도인데, 만약 이 둘의 위치가 반대였다면 아마도 공덕까지 구간급행 개념을 도입하는 것 자체는 비교적 빨리 이루어질 수 있었을겁니다. 하지만 이 둘이 반대가 되어 있는게 좀 아쉬운 부분이라면 부분일겁니다. 인상선에 완행열차를 일시 유치하고 추월운전을 시키는 방법은 꽤 그럴싸한 방법이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후속열차의 정차역 구성에 따라서 3~4분까지 대기를 해야 할 가망도 있고, 또한 지연운전시엔 굉장히 부담이 큰 방법이기 때문에, 또 무엇보다 열차가 모르는데 장시간 정차를 하게 되면 과거 여러 사례에서처럼 임의로 문을 열고 내리는 사람이 나올 위험이 커서 이건 좀 실행하기 어려운 방법에 가깝습니다. 결국 영업중 열차의 대피용도로 쓰기에 인상선은 좀 리스크가 큰 시설물이랄까 그렇습니다.
현재로서는 신내/봉화산~안암 정도와 응암루프 및 응암~마포구청 정도의 편방향 급행 도입이 현실적인 한계선일겁니다. 특히 DMC에서 응암루프 구간까지는 특히 효과를 크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구간급행 정도라는 한계는 있지만, 버뮤다 응암지대라는 악명을 듣는 루프구간 경유 이용객들에게는 편익효과가 상당히 나올 수 있을거라고 봅니다.
궁극적으로 양방향 상시 급행을 실시하고, 급행운전 구간을 늘리기 위해서는 대피선을 확보하는게 필요합니다. 대충 설치여건같은걸 감안하면 월드컵경기장역, 한강진역, 고려대역 정도가 개축의 여지가 있고 대피역으로서 쓸만한 위치라고 보입니다. 하지만 개축이 쉽지는 않은데다, 막대한 공사비가 소요되는 만큼 이건 아마 매우 장기적인, 아마 6호선의 대규모 보수공사가 들어갈 때에나 고려해 볼 수 있는 일이라고 봅니다. 결국 시간대별 구간급행, 그리고 평시 장거리 이용객을 위한 1시간 1왕복 정도 수준의 양방향 급행운전 정도가 현재로서는 한계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걸 하기 위해서 좀 필요한 부분은, 다이어의 설계도 설계지만, 응암루프 주변의 시설물의 분기기 통과속도 개량 및 신호시스템 개량, 그리고 차량의 증비가 따라야 할겁니다. 그리고 근래 스크린도어의 완비 덕에 사고 가능성이 크게 줄긴 했지만, 화재나 차량고장으로 인한 운행장애가 발생했을 때의 운전정리 요령 같은게 어느정도 사전에 준비가 되어야 할겁니다. 이번 급행도입 검토는 결국 예비용 시설을 전용해 쓰는 만큼 비상계획의 변경이 가장 민감한 포인트가 되는지라, 이 부분에서 만전을 기하지 않으면 곤란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서울시의 지하철로서는 새로운 시도인 만큼 신중할 필요는 있겠지만, 또한 귀중한 운용경험을 축적한다는 점에서 역설적이게도 전향적인 입장이 필요한 사업이라고 생각은 듭니다. 잘 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