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의 연대파업과 단식투쟁이 마무리되는 지금 시점에, 국감장에서 좀 재미있는 화두가 나온 거 같습니다. 국회로서는 당연히 한번정도 짚고 갈 수 있는 지적이 아닌가 생각되는 이야기인데, 이걸 두고 세금낭비라고 너무 매도하기에는 좀 꺼끌한 부분이 있달까 그렇습니다.
연구개발이라는 건 전인미답의 영역을 개척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연구개발이 실패할 가능성은 늘 달고 갈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그 실패로 날아가는 돈이 한두푼이 아니라는 문제는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연구활동을 하고 그 실패를 기록으로 남겨 추후에 활용하고 할 필요가 있다 하겠습니다. 그걸 세금낭비니 뭐니라고 매도하기 보다는 왜 실패했는가, 그리고 어떤 점에서 차후에 이를 활용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더 발전적이고 그나마 투자된 재원을 활용하는 길이라 할겁니다.
사실 연구개발, 그것도 꽤 거창하게 착수했던 연구개발이 실패한 케이스는 많습니다. 옆나라 이야기 자꾸하면 좀 민망하지만, 대표적인게 리니어 모터카입니다. 이걸 60년대 미국, 독일에서 개념연구 하는 걸 보고 구 일본국철 시절부터 적극적으로 덤벼서, 70년대 미야자키 시험선도 만들고 열심히 개발을 했지만, 실제 실용차량을 만들지는 못했습니다. 이후 JR이후에 새로 야마나시 시험선과 프로토타입 차량을 만들고, 이제는 그걸 가지고 새로 건설을 한다고 덤비는데, 이 시점이 벌써 개발착수 후 50년이 되어갈 지경이니 이건 성공이라 해도 성공이라긴 좀 찝찝한 그런 케이스가 아닌가도 싶습니다. 그야말로 인디언 기우제 스럽달까.
영국 국철의 APT도 그런 실패작의 전형인 셈입니다. 영국 여왕을 모신 시승식에서 차가 퍼지기까지 해서 그야말로 망신이란 망신은 다 당했던 실패작이지만, 그게 개발착수 후 20년 뒤에 많은 요소기술들을 곳곳에 남기고 실용차로 영국철도의 10년을 이끈걸 생각하면 망작이라고 매도하기엔 좀 그렇달까 그렇습니다.
그런 실패를 왜 예견하지 못했는가라고 하면 그것도 좀 과한 이야기라고 할겁니다. 연구개발의 컨셉 자체를 잡는 과정도 비용이 들어가는 일련의 프로세스고, 당연히 그떄부터 큰 돈과 비용을 투자할 수는 없다 보니 한정된 전문가 풀 내부에서 아이디어를 결집해서 방향을 뽑아낼 수 밖에 없습니다. 이 시점에서 이게 된다 만다를 쉽게 판정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기도 하거니와, 그 사람이 전부 맞춘다는 것도 기대하기가 힘듭니다. 결국 어느정도 그럴듯하다고 판단이 되면 연구가 진척되는 거고, 그러면서 많은 장애와 한계에 부딛혀 가면서 이게 된다 안된다가 그림이 나오게 되는 겁니다. 그러다 보면 안되는 것도 나오는거고 말입니다.
공학기술 연구라는건 순수과학 연구처럼 결과물이 없거나, 이러이러하다 라는 보고서 하나로 끝날 수 있는 수준은 아닙니다. 결과적으로 시제품과 여러 시험과정이 나올 수 밖에 없고, 그런 것들을 산출하다 보면 돈이 수십, 수백억이 투입될 수 밖에 없달까 그렇습니다. 이렇게 가다보면 이걸 매몰비용으로 처리할 것인가 아니면 답이 없지만 계속 갈 것인가를 고민할 수 밖에 없고, 그러다 보면 엄청난 규모의 프로젝트가 되어 이걸 죽이지도 살리지도 못하게 되는 경우도 나오게 되고 그렇기는 합니다. 그래서 좀 재원투입과 사업의 신중함이 요구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실패를 두려워하는 연구개발이 되어서는 안되지 않나...생각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