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난 소감은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약은 약사에게."
약팔이가 해도해도 너무한거 같은게, SR 설립의 이유 자체는 네트워크 효과고 효율성 개선이고 나발이고 다 족구하시고 닥치고 건설재정 부족하니 운영에서 삥을 뜯겠다는게 핵심 목적인데, 정작 재무성과 자료도 나오기 전에 이렇게 나오는거 부터가 해당정책의 준엄한 평가를 좀 면피해 보려는 꼼수에서 나온다 하겠습니다. 뭐 진짜 적폐들이 어떻게든 칼 안맞아 보겠다는 발버둥이랄까.
우선 수요예측이 5.1만명의 85%인 4.3만명이 나왔다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고무적으로 떠들고 있는데, 저것도 꽤 보수적으로 산정한 결과인데 거기서 다시 85%라는 건 사실 개통이 늦고, 개통초기의 감소폭을 감안하면 좀 어중간한 결과치에 가깝습니다. 아주 안나온건 아니지만 잘나왔다 하기에도 만족스럽긴 어렵달까. 사실 호남고속철 개통초기에 비하면 꽤나 실망스러운 숫자인데, 그쪽은 120% 가까이로 그야말로 플라잉 스타트에 가깝게 나온걸 생각하면, 저건 좀 상당히 어중간합니다. 물론 아주 망한각은 아닌게 그나마 꼴아박은 재정을 감안하면 다행이긴 합니다마는.
승차율 55%를 가지고 자화자찬을 하는데, 그건 그냥 과밀이면 팍팍 나오는 숫자입니다. KTX의 경우 개통 100일째 기록에서는 경부선은 71.5%, 기존선을 타던 호남선이 35.3% 해서 평균 61.1%를 찍었고(링크), 이후로도 이정도 추세가 유지된걸로 이야기가 들리는데, 여기에 비하면 솔직히 말해서 실망스러운 수준입니다. 파리 남동선에 비교해도 경부축선의 과밀도는 만만한게 아닌데, 여기에서 저정도 승차율은 그리 좋은 결과치라기는 좀 어렵고, 안정화가 덜되었단 이야기밖에 안된다 할겁니다.
그리고 가장 이슈가 된 전환수요 문제를 이야기 하자니 쪽팔린지 슬그머니 이야기를 뺀 듯 한데... KTX 이용객 감소가 2.8만명이 발생하고, SRT가 4.3만명이 증가했으니 1.5만 정도의 순증분이 있다고 이야기를 하지만 사실 KTX 자체의 공급개선을 적극 한거보다 과연 수요증가가 충분한가, 그리고 재무적으로 타당한 수준의 증가인가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을겁니다. 그리고 1.5만이라는 숫자는 여러모로 좀 어중간한 숫자인게, 기존선 직결사업 1개가 새로 생기면 지금까지 1만명/일 정도의 수요증진 효과는 발생해 왔었습니다. 거의 4조원 가까운 돈을 투자해서 얻어낸 결과가 기존선 직결사업 한 개 정도 더 추가한 정도라면 이건 사업효율성에 문제의식이 좀 필요하지 않나 싶달까.
물론 좌석공급량이 늘어나고 열차나 행선지가 늘어나면 국민의 편익은 확실히 늘어납니다. 문제는 그걸 위해서 조 단위의 예산을 꼴아박는 사업을 하고, 철도공사의 경영결손을 추가시켜가는 작업을 하는게 온당한가에 대해서 고민이 없어서는 안될겁니다. 더욱이 SR자체의 재무성과가 부실하게 나온다면? 이건 그야말로 죽도밥도 안되는 사업을 한겁니다. 정말 정책 추진한 사람들의 손모가지로 그 대가를 받아내야 할 정도의 일이랄까.
그리고 KTX 수입감소 문제를 차량임대료 등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은 좀 낙관이 심하고 앞뒤가 꼬인 감이 있는데, 차량임대료의 대부분은 기본적으로 리스 사업에서 그렇다시피 감가상각비와 금융비용으로 대개 지출이 됩니다. 만약 차량의 정비업무나 교체부품 재고까지 부담해야 한다면 사실상 차량비용의 풀 코스트가 발생하게 됩니다. 즉 1100억원의 수입이라는 건 말 그대로 매출액이고, 순이익률은 거기서 수 %에 불과하게 됩니다. 즉, 순손실 600억원 수준을 여기서 충당하려면 수익률을 거의 50%가까이 먹어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당장 그쯤 되면 구토부가 개입하기 전에 공정위가 개입해서 난리를 칠겁니다. 매출과 이익을 착오해서 언급한다는 점에서 굉장히 문제가 있는 주장인데, 이런 이야기가 아무렇지 않게 언론을 타는 것 부터가 좀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SRT가 완전히 쫄딱 망하지는 않을겁니다. 수요기반이 없는것도 아니고, KTX 자체가 병행하는 기존선의 수요감퇴나 선로용량을 갉아먹어서 열차당 고정비 부담율을 증가시킨 부분에 대해 교차보조 책임이 있어, 어느정도 교차보조를 하기 위한 추가수익률이 부가되어 있으니, 그거랑 비슷한 임율의 SRT가 아주 쫄딱 망하기는 쉽진 않을겁니다. 다만, 재무적 성과가 시원찮을 가능성은 아주 충분하고, 이 부분이 사실 모든 논란의 종점이 될겁니다. 그리고 그게 나올 시점은 그리 멀지는 않았달까. 만약 수 년 내에 재무계획 재구축이나 재자본화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이 온다면, 이 정책을 추진한 사람들은 단순히 도의적 책임 정도를 넘어서, 실제로 발생한 재정적 손실에 대해서도 상응하는 책임을 물려야 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