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에서 저항 제어 전동차 운전을 한건 초저항 도입 직후에 시운전 차원에서 산업선 구간을 달렸던 기록이 있기는 합니다. 1974년 개통 직전에 청량리~양평 간에서 전동차 시운전을 돌렸고, 마침 영상자료로도 남아있기는 합니다. 또 같은 시스템을 쓰던 우등형 전기동차도 쭉 달리기기는 했고 말입니다. 운행 자체는 신호보안쪽의 문제 정도를 빼면 일단 기술적으로 불가능하지는 않기는 할겁니다.
다만 재미있는건 하필 4량편성 전동차를 굴렸는가 라는 점인데, 어떻게 봐도 어딘가에 전용할 거라는 의도가 명백하기는 합니다. 다만 저항차의 4량편성은 그야말로 철도청 이래 족보에 없는 구성이라는게 좀 튄다 할겁니다. 초저항 도입 당시에는 서울지하철과 철도청이 공동도입형태였고, 또 그래서 6+4조성으로 2M2T을 쓸 수 있게 설계시방이 있던 모양이지만 철도청이나 철도공사나 2M2T를 영업용으로 쓴 전력이 없기는 합니다. 서울메트로는 2호선 차로 4M을 지선에 굴렸다지만 철도공사는 6량에서 10량 증비한 이래 8M2T까진 했어도 줄여본 전력은 없는지라 좀 이래저래 튄다 할겁니다.
처음에 저걸 1편성가지고 중앙, 영동선 같은데 굴리는 걸로 봐서는 영동선 쪽 관광열차용의 개조사업 대상차, 특히 요즘 경영난에 시달리는 스위치백 리조트나 워낙 호조라 백업이 필요한 V트레인의 대체 정도를 생각한게 아닌가 의심을 했었습니다. 차량성능상 4M이 아니면 30퍼밀이 난무하는 태백선 구간에서는 견적이 안나오겠지만, 그보다 쉬운 영동선이나 중앙선 구선이라면 25퍼밀 연속구배 정도까지면 족하기는 한지라.
그런데 좀 모종의 첩보로 확인해 본 결과는 저 구간 투입보다는 다른 곳에 대체차 비슷하게 굴리려는게 아닌가 라는 추정이 듭니다. 시운전 선구로서 수도권 선구는 열차도 많고, 사고시 구원도 난감하지만, 영동선 같은 곳은 전철화까지 완비가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열차빈도는 상대적으로 적고, 그나마도 태반은 화물이라 뭔가 트러블이 나도 파급이 적으니, 또한 수도권전철 구간외의 설비 기준인 영동, 중앙선에서 시운전으로 굴리는게 아닌가 라는 추정입니다. 게다가 개조사업을 돌린다면 량당 작게는 수천만원, 많게는 3~4억 정도까지 들어가야 하는데, 통상적으로 기업에서 부동산 외의 자산에 수선이나 개량 투자를 할땐 잔존가치 이상으로 돈을 쓰지 않는게 흔하기에 관광용 차로 개조는 도저히 무리입니다. 고로, 관광용은 아웃이라 할겁니다.
이런 개조범위를 좀 무리해서 늘린다고 하더라도, 연장사용으로 추가사용하는 기간은 통례적으로 중정비 사이클 1회 정도, 즉 3년에서 길어야 5년 정도로 한정이 됩니다. 이미 중저항 차는 올해 전폐, 신저항이라고 하더라도 2019년 초면 전폐가 나가는 상황에서 저정도 범위의 타임라인이라면 최대사용시한은 2020년에서 2023년 정도로 봐야할겁니다. PP새마을의 부수차의 경우는 장항선 개량이 지지부진한 덕에 롱런하고 있긴 한데, 그건 스테인리스차라는 특수조건이 있는거라 생각해야 할거고 말입니다. 고로, 대규모 개보수 없이, 비교적 애매한 차량성능으로 달릴 수 있는 평탄선구 이면서 동시에 저항차의 저성능이 문제되지 않는 80~90km/h이하 운전을 하고 전차선 등 전철화가 완비는 되어 있는 선구, 그리고 근시일내에 투입해서 4~5년 정도 사업사이클을 생각할만한 사업으로 제한이 됩니다. 또한, 화장실이 없고 롱시트를 쓰는데다, 노후화된지라 장거리 운전이나 본선 운전에는 도저히 충당할 수 없기도 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적용가능한 구간은 그리 많지 않기는 한데, 딱 맞는데가 하나 있기는 합니다. 바로 광주선 셔틀열차입니다. 개인적으로 너무 편애하는거 아니냐고 할 수 있긴 한데, 광주선은 최대구배가 15퍼밀을 넘지 않는 꽤 양질의 평탄선이지만, 대신 단선에 곡선이 심해서 100km/h이상의 운전은 거의 하기 어렵고, 총 연장이 20km가 채 안되는 미니선구기도 합니다. 또한 RDC 퇴역이 코앞이라 대체차가 필요한데, 기관차 열차는 도저히 쓰기 어려운 단거리인데다, 그렇다고 새차를 지를만큼 확고하진 못하고, 반대로 당장에 즉전력으로 쓸 수 있어야 합니다. 시설투자 소요는 구간이 짧은만큼 그리 크지 않은데다 거기다 지역에서 요망하는 수송 모드가 도시통근형 차량일 수 밖에 없기도 합니다. 결국 고물차를 받는거에 대한 이용객 불만과, 정비거점이 시흥기지로 한정되어서 중정비시 회송이 거하게 필요한 걸 빼면 그야말로 제2의 고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조건이랄까.
여기가 아니라 다른데 쓴다면 의외로 맞는 구간이 또하나 있긴 합니다. 바로 장항선 전철구간을 셔틀화로 체계를 바꿀때 쓰는 종차입니다. 병점기지는 오랫동안 저항차를 운용했던 경험이 있기도 하고, 중정비를 하는 시흥기지는 좀 복잡하기는 해도 자력으로 진입할 수 있긴 합니다. 최근 개량했으니 경부선 이상의 평탄선이기도 한데다, 장항선 일반열차에 지장을 주는 문제는 있지만 대피선이 잘 갖춰져 있어서 고속 장거리 운전을 꼭 해야만 하는 선구는 아니며, 나름 배차간격에 여유가 있기도 합니다. 구간반복으로 운영분리를 시켰을 때 효율개선도 기대해 볼 수 있는데다, 가장 심각한 적자선구인 만큼 차량투자비를 절감해서 개선사업이 실패했을때 원복하는데도 부담이 줄기는 합니다. 다만, 이 구간에 쓸거면 아예 해당구간에서 직접 시운전을 돌려먹는게 나은지라 이건 좀 갸웃한 부분은 있습니다.
뭐 아예 미친척 하고 영동선에 구간반복으로 승강장 개량공사를 막 질러가면서 할지도 모를 일이고 말입니다. 마침 시운전 구간도 전력특성이나 운행여건이 비슷한 중앙선 구선이나 영동선인 모양이고. 지금부터 준비하면 2018년에 원강선 개통 이후 강릉~동해~도계 정도의 구간수송 수요는 생길 수 있으니 승강장 대응만 뺴고 보면 여기에 쓰기 적당한 감도 있긴 합니다. EMU-250도입을 한다면 승강장 개량공사도 겸사겸사 일부 할수 있기도 하고 말입니다. 거리가 길어서 화장실 없는 전동차 투입은 좀 곤란하지 않나 싶기는 합니다마는.
그 외에 신사업, 의정부~동두천간의 셔틀수송 사업이나, 부산~부전간의 구간 릴레이 같은 쪽, 그리고 아예 신사업이지만 대전역 혼잡이나 서대전 경유 KTX의 좌석이용률 향상용으로 은근 먹힐 수 있을거 같은 대전선 대전~서대전 구간반복 열차같은것에 쓸 수 있을거 같단 생각은 듭니다.
조금 기대를 더 해본다면, RDC처럼 인테리어를 완전 개수하는데 까지는 바라지 않지만, 도장개선과 함께 지방선구에 투입할 경우 혼잡대응 차원에서 쓰는 4비차 구조를 포기하고, 중간 문 2쌍 정도를 아예 구조적으로 막아 차체보강용에 써먹은 다음, 그 막아서 생긴 객실 공간에 비둘기호 비슷하게 박스시트 구조로 좌석을 설치하면 어떨까 생각이 듭니다. 지방쪽은 상대적으로 혼잡도가 낮은 대신 무궁화를 대체하는데 대한 막연한 거부감 같은게 생기기 좋으니, 단거리 이용인 대신 좌석이 좀 더 편한 전동차라는 이미지로 접근을 해볼 여지는 있을거 같습니다.
여하간 뚜껑은 열어봐야 알겠지만, 좀 재미있는 화두가 나온거 같아서 기대가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