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광주를 들릴 일이 생겨서, 일부러 극락강역을 거쳐서 갔습니다. 작은 간이역인줄은 알고 있었고, 사진도 몇 번 봤지만 실지를 방문해 보니 정말 재미있는 역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이전에 광주선을 탔을때는 교행역이 하나 지나갔다고 생각할 정도로 별 감흥이 없었지만, 막상 현지에 내려보니 그야말로 갑자기 별세계에 던져진 기분이 들 정도였달까 그렇습니다. 오랫동안 써온 낡은 시멘트 포장 플랫폼에 내려서고, 본선에 섰던 열차가 빠지면 선로 너머로는 탁트인 평야에 논이 펼쳐져 있으니, 시야에 튀어나온 자동차도 둔덕이 아니라면 어디 시골 간이역에 무턱대고 내린 기분이 들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시야를 돌려보면 시멘트 사일로와 고층 아파트가 보이는 대도회다 보니 묘한 부정교합이 재미있다 하겠습니다.
역 건물은 아마 지금 남은 철도역 중에서도 손꼽히는 허름한 역이 아닌가 생각되는데, 지붕에 붙은 역 간판이 아니라면 오래된 농가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듯 합니다. 농가 치고는 나물을 다듬던 마루도 없고 토대를 돋워놓지도 않기는 했지만 시멘트 블록과 얇은 함석지붕은 철도역 건물로서는 이젠 희소하다고 해도 될 정도의 존재라고 하겠습니다. 한옥이나 일제때의 고주택에 비하면 역사적인 가치는 그리 많지 않겠습니다마는.
건널목을 건너 맞이방에 들어가 보니 그야말로 세평 반 짜리 맞이방이었습니다. 한쪽 켠에는 벤치 한줄이 있고, 매표 창구가 하나 뚫려있는게 전부다시피고 흔한 TV조차 없이 시각표와 홍보게시판, 홍보물 책자꽃이가 전부다시피 했습니다. 워낙에 자그마한 공간이다 보니 공공장소라기 보다는 남의 집 손님으로 온 거 같은 기분이 든달까. 출입문은 시설 개선차원에서 커다란 투명유리가 붙은 철제 출입문으로 바뀌었는데, 옛날 역들처럼 미닫이식이나 여닫이식 나무문이 달려있었다면 그야말로 시대를 착각하게 할 듯도 싶습니다.
역을 나와 보면 역전도 이 허름한 간이역(실은 운전취급을 하는 보통역이긴 합니다만)에 맞게 가게 하나 안보이는 지방도 뒤켠의 동네같아 보입니다. 좀 동네치고는 차가 많고, 멀찍히 병원과 아파트가 보여서 여기 대도시 맞거든? 하고 웅변하고 있지만 말입니다. 이런 허름한 작은 역은 보통 지역에서 좀더 크고 말끔한 역으로 지어달라고 많이들 이야기를 함직도 한데, 그리 많이 이용하는 역도 아니고 중요한 역도 아니다 보니 관심 밖인지 60년대에서 그리 많이 나오지 못한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마침 나오다 보니 역에 셔틀 열차 홍보 현수막이 붙어있는게 보였습니다. 셔틀열차가 다니면서 좀 이용객이 아주 미세하게 늘어나기는 했다고 하지만, 워낙 입지가 후미진 곳에 있다 보니 티가 날 정도는 아니었던 모양이긴 합니다. 그래도 다녀온 길에 탄 셔틀열차는 10명 정도가 타고 내리는 기색이지만, 극락강에서는 정말 한사람 타고 내리면 많이 내리지 않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뭐 주말 400명 정도로 기대에는 못미치지만 나름 구색은 나올 정도는 되어서인지 한시운영에서 당분간 계속 운영으로 간다고 하는데, 덕분에 하루 4왕복 정차역에서 어지간한 중간역 수준인 19왕복 정차역까지 위상이 오른것도 유지가 될걸로 보입니다. 오늘내일 하다시피하는 이런 소역으로서는 뜻밖의 횡재라면 횡재겠습니다만, 그렇게라도 남아준다면 하는 생각도 듭니다.
P.S.:
좀 이야기에서 벗어나지만 셔틀 열차를 타보니 배차면에서는 아쉬움은 있어도 그런대로 이용할만 했습니다. 왜 계속사업을 했는지 어느정도는 보이는 부분인데, 지금수준으로는 광주역세를 활성화하기엔 좀 모자란 감은 있습니다. 일단 운임이 비싸다는 감이 있긴 하지만, 다른 무엇보다 도데체 이거 표를 어떻게 끊어야 하는지 알기 어렵고, 전철도 아니고 기차도 아닌 애매함이 과제인거 같습니다. 운임 조정을 협의한다고 하긴 하는데, 차라리 2천원 운임을 받더라도 전철처럼 카드 태그로 해결볼 수 있도록 바꾸는게 필요할거라 봅니다.
그리고 도중 정차역 설정 이야기가 있는데, 확실히 필요하다고 생각이 듭니다. 동운고가~챔피언스필드 인근의 경우는 버스 연계면에서 꽤 요지기도 하고 야구장이란 킬러콘텐츠가 있는 곳이니 부지여건에 따라 결정하면 충분할 것 같고, 동천동 쪽 아파트 단지 수요를 연계할만한 역 1개소 정도가 필요할 거라 봅니다. 향후 전철과 연계가 가능한 체제가 된다면 송정고가차도 하부공간을 활용해서 1호선 공항역과 환승하는 개소와 무진대로 교차지점 전후 1개소 정도가 들어가면 일단 노선으로서 기본은 갖춰질 거라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