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서 말하듯이 노면전차를 도입해 경춘선 구선로를 주행하게 하겠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현실적으로는 이건 거의 어렵다 보고 전시용 목적으로 보입니다. 일단 도입차량들은 배터리나 무가선 운전이 가능한 차량이 아닌 전통적인 유가선, 유궤도 트램에 가까운 물건이어서 운행을 위해서는 변전소를 비롯해 가선 시설물을 전부 설치해야 합니다. 그나마도 국내에 실적이나 시방서가 있는 1500V 직류 시스템도 아니고 전혀 전례가 없는 750V 직류 시스템이니 설계부터가 답이 없는 상황입니다. 여기에 이미 경춘선 구 선로의 대부분은 공원화 과정에서 궤도로서의 사용이 불가능하도록 훼손된 상황에, 이게 살아있어도 각 건널목들이 이미 기능할 수 없도록 포장되어 버렸기 때문에 이건 택도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겁니다. 디젤동차같은걸 들인다면 모르겠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구태여 체코 프라하나 일본 나가사키의 노면전차 차량을 도입하는건 정말 근본없는 거 같아보이기는 합니다. 해외차량을 받아다 전시한다면 그게 어떤 역사적인 연고나 그걸 추진하는 배경적인 이유가 설명이 되어야 할건데, 그냥 떨렁 차만 가져다 둔다는 점에서는 이걸 왜하나 싶은 생각도 듭니다. 이런식으로 도입하면 보나마나 노천에 그냥 주기해서 차 다 썩히고 무책임하게 차량을 개방전시해서 보존차로서의 가치를 전부 날릴게 뻔한지라 그냥 치적사업 외의 가치는 없다 할겁니다.
서울 시내에 남은 증기기관차 유물을 가져가네 마네 하지만 경춘선은 협궤로 출발한 사업도 아니었고, 해방후에는 모르지만 사철로 시작한 노선이라면 미카형 같은 대형 텐더 기관차를 썼을리도 없는 곳이라서 사실 가져다 놓는 것도 그냥 철도니까 가져다 놓는거지 제대로 된역사적 근거가 있는것도 아니라 할겁니다. 이런게 무어 중요하냐 하지만 그러다 보니 엉터리 복원이나 엉터리 기념사업이 줄줄히 튀어나오는거고 말입니다.
경춘선 화랑대역 구 역이 그렇게 접근성이 좋은 곳이 아니고 호젓한 곳이라 보안이 제대로 관리되지도 않을테고, 혹여 좀 홰까닥 해서 궤도를 다 살려내서 차를 굴린다고 했을때 연선 아파트 주민들이 아 네 좋은 일 하시네요 충성충성충성 하고 그걸 용인할 가망도 없을겁니다. 서울메트로 구형차량 같은걸 가져다 두네마네 하지만, 1001호 같은 차량은 10량편성이라 구내에 유치하면 만리장성 쌓아놓은 택일거고, 그런 대규모 전시물이 제대로 관리가 될리도 없으니 하나마나한 일이라 할겁니다. 하려면 제대로 하던가, 아니면 일을 쓸데없이 키워서 예산낭비를 말던가 할 일일겁니다.
이미 일이 제법 진척된 상황에서 갈아엎기는 무리라고 보지만, 적어도 배치한 차량들을 우천과 일광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도록 쉘터를 제대로 설치해서 차량을 보호하고 역과 차량시설물을 보호할 수 있도록 펜스 등의 방호조치는 해야 할 것입니다. 가능하다면 공원 취급이 아니라 시립박물관으로서 기능할 수 있도록 학예인력과 관리조직이 마련되어야 할거고, 서울교통공사가 자체 보존하는 차량을 내놓으라고 하기 보다는 거기가 방출하는 폐차량을 인수받아서 적어도 역사적 가치가 있는 차량을 마구잡이로 방치해 버리는 일은 없어야 할겁니다. 철도박물관의 관리실패를 여기까지 재현해서는 안될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