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나 경제지 위주로 국짜 부처의 높으신 분들께서 약을 좀 치셨는지 열심히 배싱 기사를 뿌리고 있는데, 이 기사는 꽤 재미있는 내용입니다. 특실의 일반실 개조에 안전 문제가 있다고 걸고 넘어진걸 가지고 열심히 꽹가리를 울리는 모습이 보입니다. 뭐 틀린 말은 아니기는 합니다. 정원이 증가하면 정원이 증가한 만큼 유사시의 탈출대책이나 승무원 배치, 차내설비의 확보가 따라야 하는 부분인건 맞고 이건 항공이나 자동차에서 규제가 있으니 틀린 건 아니기도 합니다.
다만 좀 괴이쩍긴 한건, 현실적으로 입석을 두는것에 대해서 딱히 안전문제가 없다고 통상 취급하는데 정원 변동이 그정도의 크리티컬한 문제인가는 애매합니다. 실제로, 철도차량의 형식승인 과정에서 편성 내지 차량 단차의 정원이 관리항목에 들어가 있지 않은 모양이라 더욱 그렇습니다. 법령상 철도형식승인 증명을 받은 경우 승인 자료집을 작성하게 되는데, 여기에 예시된 차량 형식 항목에는 차량/편성의 총 정원이 명시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항목 중 승객편의에 해당 사항이 포함되기는 하겠지만 일본에서 처럼 차량마다 입석까지 포함해 정원이 몇명이라 박아놓는 수준으로 관리하지는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뒤에 운행조건 항목의 세부항목에서도 정원은 따로 명시되지 않고, 최대하중과 공차/만차 중량만을 다루고 있는 정도입니다. 이게 그래서 심각한 불법요소인가에 대해서는 좀 의문이 생기는 부분이라 할거고.
여기에 실제 형식승인 자체는 제작자의 영역인데, 이후 개조에 대해서는 따로 법령에 규정되어 있는지가 모호합니다. 차량을 수입하거나 제작할때 제조사가 형식승인을 받게 되어 있고, 이후 이 형식을 일부 변경하는 경우에는 형식승인을 변경하는 식으로 제조사가 업무처리를 하게 되어있습니다. 문제는, 제조사만 이게 가능하게 되어 있지 차량의 소유자나 다른 제3자에 의한 형식변경이나 개조의 여지가 법령에서는 공백으로 되어 있습니다. 법률의 자구만 놓고 보면 그렇게 됩니다. 승인절차를 밟으라고 하지만 정작 그런 승인절차가 명시적으로 있는지부터가 좀 모호한 상황이랄까.
이건 여러모로 좀 깨는 부분이라 할건데, 자가용 자동차라면 사후관리가 제대로 되기 어렵고 애프터마켓에서의 개조가 거의 없고 별로 극단적인 예가 적은 부문이라면 저런 방식으로 제조사의 형식규제가 중요시되는게 맞기는 하지만, 선박이나 상용자동차, 철도에서 애프터마켓 자체가 인정되지 않는 저런 구조는 굉장히 괴이한 구조라 할겁니다. 자동차의 경우는 10년 정도면 사실상 수명이 다했다 보지만, 선박이나 철도차량은 10년이면 수명의 절반도 소진되지 않은 상태고, 대개 10~15년 정도차에는 전반적인 차량의 오버홀과 갱신작업을 하는게 보통입니다. 철도차량의 경우라면 국내에서야 25~30년이지, 해외에서는 30년차, 40년차에 다시 오버홀과 갱신을 해서 쓰고, 심지어는 50~60년까지도 쓰는 예가 있으니, 저만큼 후대의 형식관리를 제조업체가 하는건 불합리를 넘어 부조리쯤 될거 같습니다.
더욱이 철도공사 처럼 자체적인 정비능력을 가진 철도회사라면 대부분 자체 공장에서 차량의 오버홀을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뭐 실제로 국내에서 철도차량을 처음 만든데가 일제시대를 배제하더라도 1963년의 철도청의 현업부서 인천공작창이었기도 합니다. 지금은 대전창에 통폐합되었습니다마는. 공정의 전문화나 계열화가 확대되면서 주물과 철판 재단부터 조립까지 일체를 자체 중정비라인에서 하는건 불가능하겠지만, 개조작업을 하는 것 자체에는 차량제작사에서 하는거랑 별 차이도 없다고 봐도 될거고 이건 어디까지나 회사의 경영적 판단으로 내부조업으로 처리할건지 아니면 외부 발주를 할건지 결정할 사안이라고 봅니다. 행정절차에 맞춰서 무조건 외주를 하라는 식으로 행정지도를 하는건 아무리 공기업의 특수성을 감안해도 좀 부적절한 행위, 그것도 행정청의 특정업체 포획을 의심받게 하는 좀 심한 행위가 아닌가 싶습니다.
정비와 개조는 사실 어떤의미에서는 종이 한장 정도의 차이일 수 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차량의 트러블을 제조사가 책임지는건 책임보증 기간 까지의 이야기고 이후에는 제조사의 정비부문이 악전고투를 이어가는 과정이라고 할겁니다. 그리고 실제로는 제조사와 정비부서가 끈임없이 분석하고 개선된 부품이나 공정, 또는 현품의 개량을 하면서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이고, 이건 항공, 선박, 상용차를 위시해 거의 모든 업무용 기계의 기본이라 할겁니다. 전반 오버홀을 돌리고 날때쯤 되면 실질적으로 그 처음 만든 그 물건이 맞는지조차 알 수 없는 테세우스의 배가 되어버립니다. 그런 모호함에 대고 칼을 꼽은 건...뭐랄까 어플이 좀 쩌는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이 문제를 아주 간명하게 해결하는 방법이 있기는 합니다. 그냥 철도공사가 철도차량의 제작자로 승인을 받으면 됩니다. 그리고 중정비 공정을 활용해서, 적극적인 애프터마켓 제작자로서 활동을 하면 모든 문제가 아주 클리어하게 해결이 됩니다. JR동일본의 경우는 아예 직영부서로 전동차 제조를 하고 있고, JR동해는 기존 제작사를 인수해서 계열화하고, JR서일본은 2대주주로 기존회사를 끌어들이고 있기도 합니다. 뭐, 사실 국내에도 잘 알려진 긴키샤료나 도큐샤료(JR동일본에 흡수한병됨) 같은 회사들은 동명의 사철과 연계를 가지고 있었고, 세이부철도나 한신전철같은 사철도 사내 제조부문을 근년까지 유지를 해왔던 전력이 있습니다. 경쟁 좋아하는 사람들 말 대로, 제조나 개조 부문도 외주 독점으로 가기 보다는 사내 부문과 경쟁을 굴려서 어느게 효율적인지 경쟁을 시킨다면 더 좋은 효과가 있지 않겠습니까?
뭐랄까 하는 짓이 나치 고관들 같단 생각이 많이 듭니다. "닥쳐라! 누가 유태인인지는 내가 정한다!"라고 일갈하듯이, 뭐가 독점이고 뭐가 안전불감인지는 고시붙고 고위공무원까지 단 잘나신 나님이 정한 대로 해라는 식인거 같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