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최초 유포자인지는 몰라도 ATP 신호가 결함 시스템이라고 주장하면서 그 대표적인 사례로 역 구내에서 정차 후 출발시까지 25km/h로 역을 벗어날 때 까지 주행해야 한다고 이야기를 떠든게 있습니다. 실제 그렇게 운전을 하고 있는건 맞는 모양이지만 이게 흡사 ATP가 가진 고유한 문제인 것 처럼 말을 하는데, 실체는 그렇지 않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점제어방식 ATS를 제외한 모든 ATS방식이 공통된 문제입니다.
기본적으로 ATP(ETCS Level 1)나, ATS나 선로의 궤도회로에 근거한(유럽엔 차축계수기 같은 사마외도의 기술도 있다지만) 폐색구간의 점유 여부를 근거로 제어 정보를 생성하고, 이걸 지상자라 불리는 장치를 통해 각 폐색의 접속지점에서 차량에 전송하여 위험 운전을 예방하는 방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정보를 어떻게 쓰느냐를 가지고 단순점제어식이냐, 속도조사식이냐, 패턴조사식이냐, 차상연산제어식이냐라고 세부적으로 구분을 치기는 합니다만, 단순점제어식을 제외하면 어떤 방식이든 해당 지상자에 도달하기 전에는 직전 폐색의 정보에 기반해서만 제어가 동작한다는 것은 동일합니다. ATS-S니 ATS-P니 ATS-D니 하면서 날고기어도, 정보 갱신이 안되니 위험측 동작을 막는걸 전제로 움직일 수 밖에 없게 됩니다.
문제는 정지신호를 바로 앞둔 폐색에 열차가 진입했을 때입니다. 현재 모든 역에서는 전동차를 제외하면 무정차 통과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 출발신호를 정지신호로 하도록 되어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역에 정차하게 되는 경우 정지신호 앞 폐색에 진입하는 상태가 됩니다. 이 경우 영원히 열차가 안갈게 아니라면 앞의 운행여건에 따라서 정지신호는 진행신호로 바뀌겠지만, 문제는 직전에 받은 정보는 ATS의 경우 25km/h 속도 이하 운전, ATP의 경우는 해당폐색 종단점(운행권한의 종단점)에서 정차라는 지령이 들어와 있는 상태가 됩니다. 이때 ATS는 25km/h로 정지신호였던 폐색에 진입하면 새로운 정보를 전송받으니 해소가 되는데, ATP에서는 그게 불가능하게 됩니다. 여기서 ATP는 일정 속도 이하를 유지해서 종단점을 넘어갈 수 있도록 허용하여 이 문제를 피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일정속도가 25km/h로 지정되어 있기에 역에서 그 속도를 유지해서 출발신호기를 넘어가는 운전을 하게 되는 겁니다.
즉, 어떤 기반기술에 근거한 ATS이건, 또는 ETCS 레벨1 열차제어건 상관없이 각 규정대로 정상적인 운전을 한다면, 역에서 정차한 후에는 25km/h운전으로 움직여야 하는건 동일하단 이야기입니다. 오히려 역에 진입할때 반드시 정지해야 할 위치만 지정하고 특정 폐색에서의 준수속도를 규정하지 않는 ATP 쪽이, 폐색마다 속도를 계단처럼 낮춰야 하는 ATS보다 더 융통성 있고 더 조밀하게 운전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 고속, 더 촘촘한 시격을 써야하는 지금의 철도에서는 저걸 광범위하게 보급해 가는거고 말입니다.
이 25km/h 운전을 해결하는 방법은 크게 셋으로 갈립니다. 하나는, 저 정보를 전송하는 지상자를 중간중간에 신설해서 정보교환을 더 조밀하게 실시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아예 무선 통신망을 써서 운행 정보를 계속 갱신해 전달하는 방법입니다. 전자의 방법이 승강장 중간즈음의 정차위치 근처에 지상자를 추가로 설치해서 출발신호기의 정보를 미리 전송하는 이른바 인필 발리스 설치라는 것이고, 후자의 방법이 요즘 한국형 열차제어시스템이니 하면서 보급을 모색하는 이른바 KTCS 입니다. LTE 통신 기반으로 저런 정보를 전달해서 운행여건의 변동을 지상자를 건들지 않고도 알 수 있게 처리해 주게 되는겁니다. 뭐 어느 쪽이건 시스템이 보급될 때 까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는 거라 어느정도는 안고 갈 수 밖에 없는게 현재의 상황이고 말입니다.
물론 이걸 더 쉽게 하는 마지막 세번째 방법이 있기는 합니다. 그냥 예전처럼 내지는 지금의 전동차처럼 출발신호를 모두 진행신호를 내 놓고 기관사 재량껏 열차를 정차시키도록 하면 됩니다. 그리고 한번씩 통과사고가 날때마다 기관사가 군기가 빠졌네, 직원들 빠다를 쳐야하네, 어따대고 신성한 우리 철도에 방만경영™ 짓거리야라고 드립이나 치면서 화풀이나 하고는 걍 방치하던가 말입니다. 어느게 합리인지는 뭐 알아서 판단을 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