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적으로 고속철도가 정비가 되면 과거의 유산이라 할 수 있는 장거리 일반열차의 존재가치는 상당히 떨어지게 됩니다. 위의 그림처럼 주요 거점역을 기준으로 보면 서울에서의 직결 일반열차는 사실상 소요시간에서는 비교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할 수 있습니다. 환승대기시간 α가 관건이 되겠지만, 의외로 열차 승차시간만으로 본다면 압도적이라면 압도적이랄까.
따라서 앞으로 장거리 여객열차는 필요최소한도, 즉 객차가 남아있는 물량 만큼의 운용과, 거점도시권 및 KTX 접속이 불충분한 속달/우등차량 공급, 그리고 비전화 구간이나 거점도시와 격리된 간선 공급 정도로 한정되는 수준으로 묶여지는게 합리적인 서비스 구성이라 할겁니다. 지금의 장거리열차 이용량은 낮은 운임에 기대고 있다시피 한지라 이 제도가 지속가능하다고는 빈말로라도 무리라 할겁니다.
따라서, KTX거점역을 중심으로 환승동선이 짧고 환승대기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는 단거리 열차편의 확충이 이런 직결과 환승의 "갭"을 메꾸는 역할을 해야할겁니다. 또한 어느정도 규모를 갖춘 거점도시권이라면 각 도시간, 도시 근교권의 단거리 이동 수요는 상존하는 만큼 이걸 잡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게 필요할겁니다. 물론, 이건 철도가 이미 있거나 도시철도가 계획되어 있다면의 이야기고, 만일 그게 안된다면 버스 연계에 의존을 해야할 수 밖에 없을겁니다. 이미 고속철도 역 입지에서 줄줄히 어그러져버린 감은 있지만, 기존선 접속은 이런 관점에서 중요하다 할겁니다.
지금까지의 고속철도역 또는 거점역 설계는 시가지에서 벗어나 있고 접속교통은 전적으로 자가용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이것도 한 방법이기는 하지만 기존 시가지에 입지한 역들은 이게 실질적으로 난해한 경우가 많고, 또한 시가지에서 벗어나 있지만 지가가 오르고 인구유입으로 고층개발이 진척되면 이런 구조가 지속되기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천안아산이나 광명의 전개를 보면 이건 거의 피하기 힘든 루트랄까. 따라서, 기존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향으로 여객열차 체계가 바뀌지 않는다면 완전한 모달 시프트를 끌어낸다는 것은 난해한 이야기가 될겁니다.
그러나 단거리 열차편의 문제는 이게 수익성이 매우 박약한 사업이라서 수도권처럼 대량의 교통수요를 근간으로 하지 않는다면 채산성을 맞추기 힘들고, 이게 환승대기를 충분한 수준까지 낮출만큼 대량공급을 시키려면 더더욱 채산이 맞지 않게 되므로, 어떤 공적 보조를 전제로 돌아갈 수 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현재처럼 고속철도의 교차보조나 PSO 보상, 또는 단순한 시설보조금 개념으로는 지속하기가 거의 어렵다는 겁니다. 이건 또 철도공사의 노오오오력만으로 해결할 만한 사이즈의 볼륨이라기 어려운게, 매시 2왕복 정도의 전동열차를 18시간 정도 굴린다 치면 하루 70~80회에 달하는 열차운행이 따라야 하고 차량이나 인력 투입을 감안하면 작게는 100억에 근접하거나, 크게는 수백억에 달하는 운영비가 지속적으로 들어간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현재의 레거시 시스템보다 더 비싸게 치일지도 모른다는 한계가 생겨버리는 겁니다.
여기에 대해서 권역별 광역교통청이나 광역자치단체의 지원이 필요할 수 밖에 없다 할겁니다. 독일로 치면 전통적인 철도근거리여객수송(SPNV)에서 S반/U반/버스과 같은 지역대중교통(ÖPNV)체계로의 전입이라고 할거고, 좀 지방예산 의존을 줄이되 지역 내의 간선수송에 근접하면 프랑스의 지방급행수송(TER)에 가까운 체계가 될겁니다. 물론 전액의 보전은 재정상 무리고, 고속철의 초과이익분과 국가 부담분에 지방예산을 버무리는 정도가 되어야 할겁니다마는.
다만, 전 노선에 대해서 이런 체계가 적용가능한가는 좀 갈등은 필요할건데, 일단 인프라 체계 자체가 이런걸 전제로 짜여져 있지 않은데다, 주간선 외의 간선 고속화 사업, 즉 장항/서해선이나 중앙선, 중부내륙선, 경전선 같은 곳의 고속화로 EMU-250이 투입되고 이게 전철화된 구간으로 직결을 적극적으로 하게 되면 저런 고빈도 근거리 서비스로 메꿔야 할 간극이 꽤 좁아지는 감도 있습니다. 이게 전혀 안되는 구간에서야 논쟁의 여지가 없지만, 저걸로 인해 환승이용이나 EMU-250이용이나 큰 차별성이 안드러나는 구간에서는 근거리 서비스의 존재가치가 충돌이 일어나게 될겁니다.
앞으로 무궁화는 10년 정도, RDC나 구식 새마을은 올해가 도태개시가 되는 시점인지라 앞으로 어떻게 운영체계를 꾸릴지 고민은 있어야 할 시점이라 할겁니다. EMU-250 미륵만 쳐다보고 있기에는 시간적 갭이 너무 크고, 또 이게 모든 구간에 다 들어갈 수도 없는지라 향후 수 년 범위 내에서 어떻게 전환해 갈지의 방향이 그려져야 하지 않나 생각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