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도시락의 차내판매라는게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이 상당히 들어가는 서비스고, 여기에 차내에서 팔리지 않으면 사실상 폐기라는 압박이 있으니 실질적으로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도 어려운 조건이라 할겁니다. 물론 물품 자체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그래서 악순환이 계속되는 조건은 변명이 안되는 부분이기는 합니다마는.
이런 사안에서 꼭 하나 정도 거들고 오는게 일본의 에키벤입니다. 다종다양하고, 맛도 나쁘지 않으며 지역마다 특색있으며, 그덕에 일종의 문화처럼 다루어지는 에키벤은 상당히 훌륭한 마케팅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걸 가져다가 상품성없고 비싼 한국철도의 도시락을 많이들 까는게 보통입니다. 다만,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좀 의아한 부분은 정말 "그 에키벤이 가격까지 경쟁력이 있는가?"라는 점입니다.
멀리 갈 거 없이 과거 식당차 시절부터 영업하던 일본 식품회사의 어느 지사가 내건 상품홍보를 인용해 보면 이렇습니다.
규모의 경제라는 점에서 어느정도 시장이 형성되어 있는 일본과, 시장이 상당히 협소하고 잘 안갖춰진, 더욱이 경쟁상대인 시중의 식당에 비해서 더 비싼 가격을 받아야 하는 한국은 상황이 많이 다르고, 직근비교하기도 어려울겁니다. 사실 차내판매로 넓혀서 보면 일본이나 한국이나 다들 퇴조하는 분위기인데, 인건비 부담이 커지면서 차내판매는 수익사업이라기 보다는 여객운송에 부수된 부가서비스가 되어가는 추세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인건비와 여행시간 단축으로 식당차 같은 서비스가 없어지는 것도 같은 추세기도 합니다. 에키벤의 경우도 비슷해서, 차내판매는 거의 서비스 개념으로 파는 수준이고, 전통적인 승강장에서 매대를 들고 서서 파는 에키벤도 몇몇 유명한 역에나 겨우 남은 상황입니다. 대부분은 역 구내 영업의 일환으로 팔리는, 승객이 들고 타는 형태로 영업이 이루어진다 봐야할겁니다.
한국 철도에서의 도시락은 나름 오래된 서비스기도 하고 나름 여행의 낭만이고, 이걸 지키려는 노력이 부족한 감은 분명히 있습니다마는, 어차피 여흥에 가까운 것에 대해서 뭔가 어마어마한 서비스를 상실한 거 처럼 말해지는 건 좀 부당한 느낌도 없잖아 있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