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우편물의 철도 수송 자체는 사실 이미 KTX특송을 경유해서 몇년 전부터 이루어지고 있었다고는 합니다마는, 이번에 무궁화호를 활용해서 본격적인 전용차량까지 투입하게 된건 여러모로 인상깊다 할겁니다. 주로 택배수송, 그중에서도 당일특급이라 불리는 최상위 서비스에 주로 사용될 예정이라고 하는데서 철도의 가치를 재발견했다 해도 과한 말은 아닐겁니다. 사실 철도우편수송은 철도의 극초기 부터 있었던 일이고, 정부가 사설철도 회사들의 철도 부설 특허를 주면서 반대급부 형태로 우편의 무상운송 의무를 부과하는 법을 통해 이루어지다 보니 철도의 공공성 내지는 사회적 책임의 상징과도 같은 부분이 있습니다. 물론 지금의 고질적인 공적 서비스 의무의 반대급부 문제도 그때부터 꾸준히 따라다닌 택이라면 택이고 말입니다.
자료를 조사하다 보니 90년대의 우편수송 관련한 논문을 하나 찾을 수 있었습니다. 92년도 논문으로, 한참 비둘기호가 폐지되고 점차 새마을호가 증강되는 과정에서 철도우편수송의 향후를 논했는데, 좀 알기 어려운 약호들을 많이 써서 그렇지만 꽤나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저러한 노선을 대부분 무궁화호 이하의 일반 여객열차에 우편차를 연결하는 형태로 운행했는데, 91년 시점에는 전용차량 6량과 소화물차 활용 20량으로 저 노선들을 운용했었다고 합니다. 이걸 승무원 184명과 지상측 근무자 90명을 포함해 274명의 인원으로 운영을 했다고 합니다. 이당시에는 자동화된 분류체계가 미흡해서 과거 여타 해외의 철도우편처럼 열차수송을 하면서 분류작업까지 이루어졌고, 덕분에 인원소요가 많이 들어감에도 배달사고도 생기고 했었던 모양입니다. 이걸 그당시의 대부분이 그렇듯이 인원부족을 과로와 혹사로 때우고, 육체노동이 많이 필요하던 참 고단한 체계였던 모양이고, 특히나 완행열차에 연결해서 보내는 편이 여럿 있어서 13시간 가까이 차에 시달리면서 일을 했었던 모양입니다.
지금의 우편열차는 일단 분류를 차내에서 하지 않고 롤테이너를 사용해서 그룹별로 바로 적재해 굴려내리는 식으로 일을 하는걸로 보입니다. 다만, 관련된 영상을 보면 램프를 사람이 직접 설치해야 하는 등 인력 투입 자체는 제법 있긴 하겠습니다마는, 과거의 우편차에 비해서는 진일보한 체계가 되고 있는 거 같기는 합니다. 이게 잘 먹힌다면야 향후에 노선 확대나 일반 우편이나 택배편들도 활용할 여지가 생기기는 할겁니다. 사실 택배 시스템 자체가 한계에 부딛히는 상황에서 철도의 특장점을 활용해 효율성을 올리는건 꽤 긴요하다 할겁니다.
향후에는 준고속구간의 고상승강장 운영이나 지방도시의 광역철도 확충에 따른 고상승강장 보급을 적극 활용해서, 각종 전동차를 전용편성으로 활용하거나 준고속차량의 일부공간을 활용하는 식의 운영방안을 찾아볼 수 있을겁니다. 이런 기반이 잘 확보가 된다면, 정보기술이나 전자, 기계기술을 활용해서 자율주행 롤테이너나 ULD 로봇을 쓴다거나, 더 공격적으로 나가서 아예 간선수송에서 환적을 최소화할 수 있는 유럽에서 보이는 차량째로 적재하는 시스템을 써볼수도 있을겁니다. 물론 생산성이 수익에 연계가 되어야 이런 체계가 제대로 나오기는 하겠습니다마는.
여객수송에서의 철도복권은 아직 빈약한 재무구조나 수익력, 그리고 적정한 비용과 수량의 인프라 확보라는 여러 과제를 안고는 있지만 어느정도 궤도에 오르고 있는데, 물류에서의 철도는 아직 간단치많은 않은 모양새고 유관산업 전반으로 보더라도 정말 복마전이라는 표현이 걸맞는 상황입니다. 그래도 하나 둘씩 시도가 따르다 보면 뭔가 맞아들어가는 건 나올거고, 그게 앞으로의 길을 열 수 있을거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