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통표는 통표폐색식에 쓰는 물건으로 이야기를 합니다. 그래서 통표폐색기의 전신장치를 통해 폐색협의를 실시하고, 기계로부터 폐색의 증표로서 받는 것이 통표라 할겁니다. 종종 초보들은 가죽제 캐리어를 통표로 알지만, 그 안에 담긴 황동제의 반뼘만한 원판이 바로 통표입니다.
그런데, 철도박물관에 초기의 통표라고 수장되어 있는 물건들은 이 통표폐색기의 원판과는 전혀 딴판인 물건들입니다. 저건 기계에 썼을 거 같지도 않아보이고, 실은 유물에 달린 설명에서도 "통표폐색식 도입에 따라 대체된 것"이라는 설명이 나오고 있어서 통표를 썼을건데 왜 통표폐색식으로 대체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 의구심이 남게 될겁니다.
사실은 통표페색식 이전에도 통표를 쓰는 폐색관리기법이 존재했기 때문입니다. 민영화 이후 일본에서는 스태프폐색이라 부르는 통표식과, 이와 별개로 표권식 내지 통권폐색식이라 불리는 폐색방식이 그것입니다. 실은 이 두 방식은 1927년의 조선국유철도운전규칙에서 폐색방식으로 명시되어 있기까지 합니다. 즉, 통표폐색기가 보급되고, 간이운전만 실시하는 지선이 거의 일소된 국내 철도 환경 덕에 이 두 폐색방식은 잊혀져버리게 된 것이라 보입니다.
통표식의 경우는 왕복으로 열차가 설정되어야 하고, 반드시 각역 정차로 통표를 교환해야 하는 방식에만 쓸 수 있는 방식으로, 통과열차나 각 방향으로 속행열차를 보내는게 불가능한 매우 단순한 방식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운용이 간단하고 실수의 여지가 적으며, 무엇보다 열차끼리 통표 내지 스태프를 교환하는 식으로 운전할 수 있기 때문에 지금도 쓰이는 곳이 남아있는 폐색방식입니다.
그리고 표권식이라 불리는 폐색은 사실 이게 지도통신식의 원형인데, 통표식이 속행운전을 할 수 없는 특성을 개선해서, 통권이라 불리는 운행명령을 발행해 이걸로 통표를 대체하는게 가능한 방식입니다. 물론 통표식에 비해 복잡하고, 보안대책이 없다면 통권을 임의발행해 사고가 나기 때문에 1927년 규칙에서는 통신폐색식의 병용이라는 조건 하에 통표없이 통권함을 열 수 없도록 할 것이 명시되어 있는 등 제한이 많이 붙어있기는 합니다. 사실, 지도통신식의 원형이 이 표권식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닌데, 표권식은 현재 남아있는 폐색방식이 아니다 보니 설명에서 대개 통표폐색식을 종이로 한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다만 저 통표들이 이 통표식, 표권식에 쓰는 것인가는 의문이 있습니다. 이 용도로 쓴다면 구태여 숫자(아마도 열차번호 내지는 출발시각)를 써놓을 이유도, 노선명을 적을 이유도 없기 때문입니다. 통표, 표권 모두 특정 역간에 쓰이는 것이기 때문에 역에 종속된 것이어야지, 노선 내지 열차에 종속된 것일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건 좀 미스테리인 부분인데, 좀 추정을 하자면 실은 미국식의 열차지령식(Timetable and Train order Operation)을 적용했던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말 그대로 기본시각표를 정하고, 운전정리가 이루어져야 할 경우 지령을 부여해 운행시키는 꽤 낡은 운전방식이라 실제 이걸 썼는지 아니면 다른 방식을 썼는지는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