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 동차는 사실 기관차의 중후장대함을 극복하기 위해서 등장했던 철도 합리화 시도에서 태어난 존재라 할 수 있습니다. 19세기 말엽에 전기기관차나 전기동차가 등장하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철도가 아닌 노면전차같은 궤도사업자가 쓰던 차량이었고, 철도는 어디까지나 크고작은 증기기관차에 의지하던 존재였습니다. 증기동차를 쓰거나, 경편철도용에 가까운 소형 증기기관차를 써야하던 소규모 지선철도들에게 있어 내연동차는 운영의 합리화를 극대화할 수 있는 도구였고, 특히 자동차가 보급되면서 버스와의 경쟁에 내몰린 협궤나 지선들에게는 내연동차야 말로 그나마 경쟁을 붙어볼 수 있는 기동력 좋은 차량이기도 했습니다. 또한, 증기에서 내연기관으로 넘어오던 와중에서도 비용효율성이 높은 중간적 시스템으로서 내연동차는 다양한 레이아웃으로 폭넓게 운용이 되었습니다.
지금의 한국철도에서 디젤동차는 역설적으로 그 존재의 어중간함이 존치를 위협하고 있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즉, 성능적으로 높지 못하면서도 손이 많이 가는 특성 때문에 장거리 노선에서는 속도대역을 떠나서 썩 환영받지 못하는데다, 더욱이 전철화 구간이 늘어나면서 전동차나 전기기관차에 밀리고 있고, 이에 해당하지 않는 소단위 노선에서는 아예 여객영업 자체를 합리화해서 폐지 내지 축소해버리거나, 너무 구간이 사방팔방이 되어서 운용면에서 어려움이 커져서 경원당하는 그런 문제가 있습니다.
그러나 고속 및 준고속 노선의 확대에 따라서 재래식 노선들에 대해서는 구간 셔틀을 투입해서 고속선 위주의 영업체계로 전환을 꾀하는 상황에서 디젤동차는 긴요한 시스템이라 할겁니다. 비전화 구간까지 전부 전철화를 할 만큼 막대한 투자를 계속하는 것도 한계가 있을 뿐더러, 전철화는 기본적인 전력망 유지 비용이 있기 때문에 교통량이 충분치 않은 구간에까지 적용하는 것은 낭비가 많이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나 고속운전이 어려운 지선 구간에 대해서까지 전철화를 관철하는 건 정말 상당히 어렵다 할겁니다.
따라서 야간, 화물, 그리고 일부 장거리 열차를 담당하는 디젤기관차+객차와 별개로, 분명히 디젤동차가 역할을 할 만한 여객 서비스가 남아 있고, 이런 서비스를 완전히 방기해 버릴 생각이 아니라면 어느정도의 차량 숫자를 맞춰서 사업을 유지할 필요는 있을겁니다. 물론 적자부담이 계속 누적되는 입장에서, 영업계수가 1000에 육박하는 이런 서비스를 계속하는건 굉장히 난감한 이야기기는 합니다만서도.
다만, 지금까지 써온 CDC 차량과 동일 스펙으로 차량을 재생산하는 것은 그리 달가운 이야기가 아닐겁니다. 그렇다고 수출실적이 있는 160km/h대역의 고속 디젤동차는 신규노선에 대해서라면 모를까 기존 노선에 쓰기에는 그야말로 닭잡는데 소잡는 칼을 쓰는 격인데다, 대개 이런 차량들은 장편성을 전제로 만들어지는 경향이 있어서 향후 수송수요 등을 감안할때 2~3량 정도의 편성장으로 굴러가면 족할 노선에 쓰긴 좀 과잉이라 할겁니다.
개인으로는 국내 제작에 너무 치우쳐서 독자 모델을 개발하는 건 100량 이상의 대량조달을 목표로 하지 않는 다음에야 좀 어렵다고 보는데, 해외 모델이라도 가용한 모델들을 파악해서 그 중에서 라이선스 도입을 검토를 해보는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120정도의 저속대역이라면 사실 국내에서도 복수의 제조사가 실적이 있긴 한걸로 알지만, 그보다는 전기식 구동장치를 쓰거나 아예 배터리 하이브리드 기능, 또는 CNG 엔진을 올린 차량을 알아보면 어떨까 생각이 듭니다. 수소 동력 이야기도 나오고, 실용모델이 독일이나 프랑스에서 운용중이라고 하지만, 이쪽은 아직까진 실용성 보다는 실험성이 강한 차량들인 만큼 아직은 논외라고 봐야 할겁니다.
사실 지금쯤이면 이미 어떤 차종을 구입할 것인가에 대해서 논의가 끝나고 발주단계가 다가왔어야 하지만, 자금이나 정책에서 완전히 도외시되고 있는 디젤구간들이다 보니 후계계획이 전혀 없이 지금에 이른게 아닌가 싶습니다. 좀 각성이 필요한 부분이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