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산불이 워낙 대단했었고,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덕에 영동선 철도가 일시 두절되기도 하는 영향도 생겼습니다. 그리고 이걸 위해 전국의 소방력을 전부 동원하는 희대의 일도 벌어졌는데, 이러다보니 철도쪽에서도 이런 방재 차량이 필요한게 아닌가 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사실 의외로 철도에서 소방 및 방재전용 차량의 사용은 기중기와 거기 붙은 부수편성, 그리고 유니목 등의 궤륙차 외에는 예가 극히 적은데, 일단은 사후적인 대책보다 사전적인 대책이 우선시 되어 있고, 그래서 시설 자체에 초기진압이 우선시되고 있는게 큽니다. 또, 근래에는 무인역이 늘고 있지만 이용객이 많은 곳은 상주직원이 배치되어 있어서 그만큼 대응이 빠른 것도 있는 편입니다. 또 안전이 위협되면 운행을 통제해서 위험 상태에 열차가 들어가 있는 걸 억제하기에 사후적인 방재대응 소요가 비교적 적고, 그나마도 현시대에는 차량의 발전과 도로망의 개선으로 도로 인프라를 활용해 소방과 구난을 하는게 더 빠르고 안전하다는 점이 있어서 구난방재쪽에는 의외로 열차가 썩 유용하지는 않은 편입니다. 기중기나 궤륙차는 구난방재 자체보다는 이후의 사후복구에서 유용한 장비라서 또 별론으로 다뤄지는 거고.
다만, 그럼에도 소방 방재 전용 차량을 굴리는 케이스가 있는데, 바로 스위스입니다. 여기는 알프트랜짓 사업으로 50km가 넘는 장대 산악터널이 차차 건설되면서 그 터널의 방재대책으로 도입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터널 구난 외에도 워낙 산간지역에 도로 접근성이 나쁜 구간이 많다 보니 거기에서도 유용하게 쓸 수 있다고 본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터널 구조물 자체의 방재대책이 충분히 있기는 하지만 고타르트 베이스 터널의 경우 지상에서 거의 700m이상의 수직구로 내려가야 터널면에 도착한다거나 하는 악조건이 겹쳐 있고, 터널 자체도 여객 외에 자동차 피기백 같은 위험성이 큰 화물 통과가 예정되어 있어서 추가적인 방재대책으로서 마련을 한게 아닌가 추정됩니다.
차체 자체는 독일 Windhoff사의 내연화물동차 차대를 활용한 것으로, 폐회로 급기가 가능한 운전실을 완비하고 있으며, 최고속도는 100km/h까지, 출력은 량당 390kW 정도의 동차입니다. 차종 자체는 세 가지로, 장비차와 살수차, 그리고 구난차로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장비차는 소방차들이 그렇듯이 각종 구난작업용 장비류를 적재하고 있다고 하며, 살수차는 50톤의 물을 적재하고 살수용 관창을 2개소 적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가장 압권은 구난차인데, 이쪽은 폐회로 급기가 가능한 승객 캐빈을 설치해서 60명의 인원을 승차해 이동하는게 가능하다고 합니다. 터널화재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게 질식문제다 보니 이런 설비가 되어 있는 모양입니다. 운용은 소방차와 비슷하게 3차종을 묶어서 투입하되, 필요시에는 분리해서 사용하기도 하는 모양입니다. 또한, 3편성 모두 동력이 완비되어 있고, 합계출력이 1,170kW, 대충 1500마력 정도가 나오는지라, 실제 기관차 대용으로 화차류를 견인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저런 차량이 필요한가에 대해서는 좀 이론의 여지가 있지만, 향후 장대터널이 늘어나게 된다면 고려해볼 가치는 있을거라 봅니다. 기존선 최장이라 다뤄지는 대관령터널이나, 고속선의 율현터널 같은 케이스에서는 활용도가 있지 않을까 생각은 드는데, 다만 장비가 잔뜩 올라가는데다 전용 차량이라 다른데 활용을 할 여지가 거의 없다보니 비용효율성 문제는 지적이 될 수 밖에 없긴 할겁니다. 또한 이미 도로 인프라가 상당히 보급된 국내에서는 일반 소방차에 의존하는게 범용성이 있기도 할거고 말입니다. 그럼에도 한번정도 돌아보게 되는건 저 장비가 아니면 안되는 상황이 한 번이라도 있다면 그때엔 정말 가치가 있긴 하지 않나 생각은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