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부터 이야기가 나오던 교외선 부활이 이번에 국비예산 40억원을 반영하면서 새 국면을 맞이하게 된 듯 합니다. 배정된 내년도 예산으로는 타당성이나 설계 정도까지 일부 진행하는 수준 정도에 그치긴 했지만, 일단 발끝을 밀어넣었으니 2022년도 정도엔 좀 더 본격적인 그림이 나올 수 있을거라 보입니다.
보도에서 언급된 부분 중에 포인트라 할 것은 시설 개보수비 500억원에 연간 운영비 53억원이라는 숫자입니다. 500억원이라는 숫자는 예타를 거치지 않고 동원 가능한 최대한의 금액인데, 작다면 작고 크다면 큰 돈이라 할겁니다. 반면 연간 운영비 53억원은 차량 등의 감가상각비를 제외한다 치고, 동력비와 인건비 등을 감안하면 그리 풍족한 금액은 아니어서, 과거 운영권 입찰 등에서 나왔던 예상 운영비를 생각하면 시간당 1회 정도, 일일 15~20회 정도의 디젤차량 운행 정도로 산정한 금액으로 보입니다.
일단 어떻게든 얼음을 깨고 들어가는게 중요하다 생각되는데, 그점에서는 평가할 만 하다 생각합니다. 고양시 측이 시청 주변 외의 주요 인구밀집지를 지나지 않아서 불만이 있다는 보도가 나온적이 있어서 향후를 좀 두고는 봐야겠지만, 일단 킥 오프가 되면 어떻게든 돌아는 갈 수 있을거라 봅니다.
좀 바라는 부분이 있다면, 일단 정차역 운용 면에서는 영업적 가치가 없이 실질적으로 도중분기 운영 때문에 설치한 중간역들, 대정, 온릉과 사실상 폐역상태인 삼릉 3개역은 아예 폐지를 전제로 접근하는게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반면 관산이나 고양시청 둘 중 한 개 정도는 추가 가설을 감안할 필요는 있을거라 봅니다. 교외선의 목표가 고양과 의정부, 양주 간의 이동 수요, 그리고 장래 서해선 완공 후 한강 이남으로부터 의정부, 양주 등지로의 이동을 서울 도심경유보다 빠르게 하는데 있다 할건데, 이를 위해서는 최대한 정차역을 최소화하는게 핵심이라 할겁니다. 또 이와 이율배반적인 목표지만, 연선에의 접근성을 개선하는 것 또한 고려해야만 하는지라, 이를 배려해서 정차역의 재배열을 검토해 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차량면에서는 구래의 CDC차량을 20년이 지난 오늘에 와서 다시 도입하는 건 굉장히 넌센스라 할 수 있을겁니다. 일단 성능면에서도 한계가 명확한데다, 환경규제를 맞출 가망도 없고, 또 최소 3량 이상 조성이라는 건 공급량 과잉의 여지가 다분하다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배터리 카나 수소 차량은 제대로 모델이 나온바도 없고, 도입까지 장시간이 걸리는 만큼 다른 대안을 찾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하이브리드 차량을 조달하지 않더라도 하이브리드나 배터리화 개조의 여지가 있는 차량, 가능하다면 최고속도가 100km/h이하이더라도 저상 내지 초저상형의 노면전차 기반 디젤차량을 도입하는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고상화 추세에 역행하는 감도 없잖아 있지만, 교외선을 현 시설 수준으로 계속 운영할지도 마땅찮은데다, 이제 남은 비전화 구간들에 대대적으로 고상홈을 확보하는 공사를 할 이유도 거의 없는 만큼 차량 형식을 저상 기반의 별개 시스템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시설 개보수에 투입되는 500억원이라는 금액을 시설에만 전부 투입한다면 현재 시설에서 가장 압박이 될만한 일영~의정부 구간의 노후 터널들을 개량하고, 방호 펜스의 확충이나 낡은 건널목들, 그리고 심각하게 낡은 역사들을 일제히 리모델링 하는 정도까지는 가능할거라 생각됩니다. 반면 적극적인 고가화나 선로 이설, 입체교차화, 역사 신축을 하기엔 불충분한 금액이라 할겁니다. 어차피 개량사업 이야기는 서해선 완공 이후부터 생각해야 할 사안이기도 한 만큼, 당장의 현실적인 대안을 모색하는데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저 예산 금액에서 차량 도입비를 갈라 써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더 조밀하고 최적화된 시설개선 계획을 잡아야 할거고 말입니다.
시설 개량에서 일단 방호 펜스와 함께 고민할 부분은 영업기반시설 쪽입니다. 역사들이 워낙 낡고, 아예 역 건물 자체가 없거나 부실한지라 최소한의 이용을 위해서라도 손을 볼 부분이 많을 겁니다. 편의시설들 외에, 개인적으로 좀 욕심을 내 볼 부분은, 이 구간의 차량 형식에 관계없이 수도권통합요금제를 응용 적용해 보면 어떨까 생각이 듭니다. 문제는, 무배치역에 승차권 자동발매기를 전부 배치하는건 상당히 난감하고, 1~2개 역 정도의 짧은 지선이 아니다 보니 요금 적용 문제가 관건이 될만 한데, 해외의 지선 영업 체계를 참조해서, 카드전용의 간이개찰과 승차증명 발급기, 그리고 환승역 및 중간 유인역에 정산소를 두는 식으로 운영을 해보면 어떨까 생각이 듭니다. 장래 늘어나는 구간들은 영업성과를 기대하기 힘든 곳들 투성이고, 이런 곳에 인원 배치를 하기도 어려운 만큼, 새로운 지선망 영업체계를 만들어서 시험해 보는 플랫폼으로 활용해 보면 좋을거라 생각됩니다.
장래의 개량계획이 언제쯤 실현될지 모르겠지만, 일단 교외선 연선은 수도권 철도망에 있어 일종의 유보지역이라 할 수 있습니다. 수색지구의 각종 시설을 지역개발로 재배치할 때 그나마 활용할 수 있는 지역이 교외선 주변 정도밖에 없고, 또한 지금껏 실현하지 못해서 병목과 여러 문제를 초래하는 외곽 우회순환망으로서 유일하게 정비된 노선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이번 시도를 불씨로 해서 노선의 발전과 전반적인 개량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