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 철도가 종관철도로서 양대 간선이라 할만한 노선이었지만, 상대적으로 인구가 많고 지형적으로 비교적 평탄한 호남, 전라, 장항 각 선에 비해서는 개량은 그리 빠르지 못한 노선이었습니다. 애초에 '귀축영미'의 해양력으로부터 철도수송을 방호하기 위해 경부선과 달리 산간을 관통하는 내륙선으로 계획된 노선이다 보니 산악을 뚫어가면서 놓은 선로라 개량에 들어가는 비용이 과거 기준으로는 그야말로 재정 참사 급이던게 한 이유고, 그런 간선임에도 막상 1960년대에 이르러서야 충북, 경북선이 개통되면서 연계노선이 확보되고 연선에 대도시가 마땅히 없다는 점에서 여객투자의 우선순위도 적고, 80년대 이후에는 석탄화물의 중요성이 떨어지면서 위상도 내려가게 된게 한 이유일 겁니다.
중앙선 구간중에서도 개중 안동역 만큼 그 위상의 절하가 컸던 곳은 잘 없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2차대전으로 인해 선로공출을 당해 도중역이 되어버렸지만 원래는 경북선의 종점으로 중앙선과 경북선의 연결지점이었으며, 해방 직후에 전국의 지방철도국 중에서는 나름 규모가 있던 곳이 안동철도국으로, 북부의 경기권역을 제외하면 중앙선 연선의 지선들을 총괄하던 위상을 가지고 있었던 곳이었습니다. 한국전쟁 당시에는 중부전선의 보급을 추진하는 거점으로서 상당한 중요도를 가지던 역이기도 했습니다. 지방도시의 역 치고 구내가 넓고, 차량기지 등의 기능이 집약되어 있던 것도 이런 연원이 있었다 할겁니다.
그러나 60년대에 석탄 수급이 중시되면서 영동, 태백선의 화물취급이 국가적 관심사안이 되고, 이에 따라 경북선 복원은 영주 방향으로 집약되면서 영주에 지방철도청이 들어서게 되었고 안동역의 위상은 상대적으로 많이 내려가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경북의 주요 도시 중 하나로서의 위상이 있어서 지금까지 일반열차의 도중 시종착역으로 유지되어 왔지만, 전성기의 위상을 생각하면 여러모로 아쉽다 할겁니다.
이번에 이전해 나가는 안동역은 여기서 차량기지 기능조차 없는 도중역이 되었는데, 고가역으로 짓다 보니 어쩔 수 없는 비용절감이긴 하겠지만 세월 무상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그래도 서울에서 가려면 예전에는 4시간 넘게 걸리고, 지금도 무궁화호 기준으로는 3시간 반이 걸리던 거리였지만, 조만간 2시간 대가 될거고 준고속열차 개통 이후엔 그야말로 극적인 시간단축이 예상되는 만큼 과거와 다른 새로운 존재감을 가질 수 있을거라 기대가 됩니다. 그만큼 시내 연결 교통 대책이나 주변 지역으로부터의 유입교통을 처리하는 문제가 따라오겠지만, 그건 뭐 시의 역량에 딸린 문제가 될거고 말입니다.
운흥동의 안동역 부지는 재정적인 형편상 주거 또는 상업적 개발을 피하기가 어려울거라 생각됩니다. 현재의 도로 구조도 장래 종관도로를 예상하고 계획이 된 느낌이고, 강변으로의 접근성이나 구시가지의 활성화 차원에서라도 시가지로의 활용이 모색되기는 할 수 밖에 없기도 하고 말입니다. 다만, 역사적인 가치를 감안해서 철도가 존재했음을 알릴 만한 시설을 유치했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국가박물관이 아니라도 좀 소규모의 지역 철도 박물관이나, 부지나 기존 시설을 활용해서 트램거점이나 보존철도 시설로 활용하는 걸 생각해보면 어떨까 싶지만 시세가 그리 크지 못하고 대도시로부터 거리가 먼게 좀 발목을 잡지 않을까 생각은 듭니다. 그래도 지혜를 모아보면 뭔가 좋은 방안이 나올 수 있을거라고 생각됩니다마는.
여하간 새 안동역이 지난 90년 만큼이나 앞으로의 90년이 융성하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