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이번 개정의 가장 메인 포인트는 역시 EMU-260열차의 데뷔를 포함한 중앙선 대개정일겁니다. 원래 강릉선에 투입이 검토되다 올림픽 등의 일정사정이 걸리면서 다음 기회로 밀렸고, 투입이 결정된 서해, 경전, 동해남부 등의 노선과 경쟁 끝에 첫 테이프를 중앙선에서 끊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복선전철화 정비가 완결되기 전의 조기투입이다 보니, 도입된 차량 숫자 대비 노선연장이 긴건 아니어서 예상보다 많은 평일7왕복, 주말 8왕복 체제의 데뷔가 되었습니다.
일단 최속달 2시간, 평균 2시간 4분 운용으로 기존 구선 경유 무궁화의 3시간 20분에 비해서 1시간을 단축하였고, 개정후 현재선 무궁화의 2시간 40분에 비해서도 30분 이상을 단축한 그야말로 기록적인 속도향상이라 할 수 있기는 합니다. 다만, 시간단축은 주로 청량리~원주에 거의 20분 이상이 집중되어 있고, 이후 구간에서는 소소한 차이밖에 나지 않습니다. 도는 말 대로 신설구간에 대해서는 200km/h이상의 운전을 실시하지 않기 때문으로 보이는데, 아마도 고속화개량이 완비되지 않거나 일단 시설의 안정화 기간을 두는 차원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또 단선운전을 실시하는 구간들은 고속화를 하더라도 그리 실익이 없기도 하고 말입니다.
중앙선 일반열차 면에서는 가장 먼저 ITX-새마을 전부삭감을 포함한 일반열차편의 삭감이 눈에 띕니다. 안동착발 무궁화의 경우는 전부 폐지되고 2왕복의 누리로만 남겨지게 되었습니다. 이는 안동역이 기관차의 회차를 실시하기 어려운, 2면4선의 측선이 없는 구조인데다, 마침 중앙선 영주이남 구간은 화물열차 운행도 제법 빈번해서 강릉역 처럼 여유시간대에 어떻게든 회차입환을 할 상황도 아니었던걸로 보입니다. 물론 수틀리면야 할 수는 있겠지만, 고가 위의 좁은 공간에서 곡예를 하는 건 그리 달갑지 않을테니 그냥 쿨하게 다 날리고, 아예 부전까지 전구간을 주파하던가 아니면 제천 아래로는 내리지 않는 방향을 잡은걸로 보입니다.
또 동시에 태백선 무궁화는 누리로 대체로 전폐 수준까지 갔다가 차량부족인지 야금야금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아마도 지금 지역에서 고속열차로 기대를 하고 있는 EMU-150의 데뷔까지 버티기 시간표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다만 기대를 너무 키워놓았다가 ITX-청춘처럼 요금논란이 따라오거나, ITX-새마을처럼 서비스 품질 이야기가 나올 위험이 있지 않나 우려가 들기는 합니다. 현실적으로 선로여건이 그리 좋지 못하기 때문에 증속은 크게 기대하기 힘들거고, 구 새마을처럼 안락도나 편의면에서 평가를 받을만한 열차도 아닐거라.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일단은 그날까진 쉬쉬하면서 가게 될거라 보입니다.
그리고 이번 개정에서 결국 중앙, 태백선 야간열차가 전폐되었습니다. 예전에 이래저래 돌아다니면서 신세를 종종 졌던 열차들이라 아쉬운 감이 많이 듭니다. 태백선의 경우는 연말연시에는 매진까지 보는, 그래도 꾸준하던 열차였고, 부전착발 열차는 중간구간에서는 좀 이용이 적지만 동해남부선 구간이나 원주 이북에서는 막차, 첫차 기능을 하던 열차라 의외로 흥하는 면이 있었는데 역시 이정도로는 어림없었던 모양입니다. 복선화와 고속화를 하면서 작업시간대를 심야에 한정해야 하는 상황이 왔고, 또 운행하는 열차도 고속운전을 하다보니 인접해서 작업하는 직원의 안전확보 문제도 대두될 수 밖에 없어서 적극적으로 야간열차를 운용하긴 쉽지 않긴 했겠습니다만, 많은 아쉬움이 있습니다.
중앙선계 외의 개정사항은 장항선 시각조정, 경부선 및 그 직결계통 열차들의 시간변경과 순서조정, 그리고 몇몇 임시증결/대체열차의 폐지가 눈에 띄는 정도입니다. 영동선 경유 열차 중 부산발 경북선 경유 주말열차가 삭감된게 눈에 띄지만 딱히 호응이 많던 열차는 아니라서 조용조용한 걸로 보입니다. 경부선 통근편, 서울~수원간의 열차횟수 면에서는 변동이 딱히 없어보이지만, 퇴근시간대 하행편은 18시대에 경부선 1개열차가 증강된게 좀 달가운 소식일 듯 합니다. 이 시간대의 급행전동이 민감했던 이유중 하나였는데, 이 불만이 좀 완화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하지만 사실 이번 개정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바로 KTX의 열번개정입니다. 101번 부터 배정하던 KTX의 열차번호가 1번부터 배정하는 것으로 변경이 되었습니다. 즉, '전설의' #001, #002 열차가 다시금 시각표에 나타나게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최상위 열차의 상징으로, 20세기 극초반부터 1,2번 열차의 상징성은 엄청났고 한자리수대 열차는 대개 급행 중 최상위 아니면 특급에게 배정되는, 대개 국제편이거나 최속달편에 붙는 번호였습니다. 하지만, 이번 개정에서는 그런 의미 없이 그냥 101열차가 1열차가 되는 식의 개정이 되었습니다. 상징성을 생각하면 좀 아쉽기는 하지만, 중앙선 KTX개업으로 인해 열차번호가 포화상태였던지라 어쩔수 없었던 개정으로 보입니다.
번호배정을 살펴보면 0번대가 경부고속선 열차, 100번대가 구포경유나 수원경유 같은 기존선 경유 열차편, 200번대가 경전선 및 동해선으로 변경되었고, 400번대에 호남선, 500번대에 전라선이, 그리고 전라선의 700번대는 중앙선이 가져가는 식으로 들어오게 개정이 되었습니다. SR이 쓰는 300번대와 600번대는 변동이 없는 눈치고, 800번대는 여전히 강릉선이 쓰는 걸로 가닥이 잡혔습니다. 이렇게 정리를 한건 장래의 확장성을 감안한 배정이라 생각이 됩니다. 아마도 100번대는 아직 삽도 안뜨기는 했지만 남부내륙선 직결편이 150번대 대역을, 250번대는 경전선 및 부전마산선, 동해남부선 계통의 EMU-260이, 550번대 대역은 아마도 서해선 및 장항선 EMU-260이 쓰는 식이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다만 이후 추가로 고속선이 생겨나게 되면 어떤 번호대역이 추가될지 궁금해 지기는 합니다. 유럽처럼 5자리 열번까지 동원되는 상황이 와야할 지도 모르겠단 생각도 들고.
겸사겸사 ITX새마을과 새디자인 새마을도 열번이 살짝 바뀌어서 1000번대에 모두 몰아넣어지는 개정이 되었습니다. 이걸로 1100번대가 결번상태인데, 아마도 장래 추가되는 열차들이 여기에 끼어들게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개인적으로는 공사 출범 즈음해서 열번개정을 할때 1000번대와 2000번대로 열차를 나누어 1000번대가 직결열차, 즉 전국구 열차고, 2000번대가 구간열차, 주로 통근열차에 배정되던 번호로 나눈게 있었는데, 차라리 이런 계열화를 좀 해봤으면 하는 생각은 듭니다.
일단 중앙선 신설 이설은 안동역에서 모종의 장애 발생으로 좀 모양새를 구기는 개통이 되었고, 들리는 말로는 공정관리에 문제가 있었는지 일정이 엄청나게 밀려서 1월 개업이라는 좀 기이한 개업이 되어버리기는 했지만 고통의 2020년을 피해 2021년 벽두의 개업이 된 만큼 약간의 버그패치나 해프닝은 따르긴 하겠지만 무탈하게 이행이 될 수 있기를 빌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