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토요일 일본 도요케이자이의 보도입니다. 일본 내 경제지 중 철도 쪽을 꾸준하게 다루는 곳인 만큼 어찌보면 일간지에서는 다룰가치가 적은 이 뉴스를 꽤 힘을 실어 보도를 했습니다.
내용을 좀 간단히 옮기자면, 대만고속철도가 1월 20일자로 히다치, 도시바 등이 참여한 일본기업연합과의 신차구입 협상을 도중 중단하고, 제3국에서의 구입을 포함해 새로운 조달을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에 따라 증차분 구입 12편성 144량 구입 계획에서 8편성 분을 입찰을 실시했으나 유찰되었다고 합니다. 대만측의 보도에 따르면 입찰가격은 편성당 50억 대만달러(약 1,900억원), 혹은 고속철도측 관계자가 언급하는 응찰가격은 총액 233억 대만달러(9,000억원)으로, 편성당 29억 대만달러(1,100억원)이었다고 합니다. 해외도입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굉장히 비상식적인 가격이라고 할 정도라고 할겁니다.
대만측에서는 일본 국내에 도입되는 N700S 16량 편성의 가격이 16억 대만달러(약 630억원)이었다는 정보를 들어서 굉장히 불만을 표하는 모양입니다. 물론 700T 자체가 일본에 동종모델이 퇴역해서 부품류가 단종되어 버려 제조단가가 급등한 점이나, 시설부문과 통신, 차량 등의 시스템을 분리발주해서 특수 사양이 포함된 점 등을 들어서 어쩔 수 없다는 점을 들고는 있습니다. 또한 개업당시 JR동해가 차량 규격 차이를 이유로 승무원 연수 등을 거절한 점 등 감정적인 부분등 이래저래 불만 누적의 결과라는 언급을 하고 있습니다.
기사 본문에서는 장래 전망으로 유럽연합의 차량 조달 가능성이나, 심지어 이미 일본과 유럽의 기술을 조합하여 발전해온 중국제 차량의 도입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딱히 근거가 있는 이야기는 아닌걸로 보입니다. 일본의 정치인들이 내건 인프라 수출이 얼마나 허울뿐인가를 비난하는 논조기는 하지만, 뭐 일본쪽의 반응이 대개 그렇듯이 자기들의 실책을 이야기하기 보다는 상대의 감정론으로 이야기가 흐른다는 점에서는 그냥 서두의 입찰 중지와 금액 정보 정도 외엔 그리 귀담아 들을 이야기는 아니기는 합니다.
향후의 가능성을 본다면 아마도 일본측과 N700S 사야에 준한 신차를 교섭을 통해 사들이거나, 아니면 아예 가와사키쪽의 해외제안모델 같은걸 사들이거나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지금 입찰중지를 한건 국제경쟁입찰을 통해 가격을 좀 더 깎아보려는 시도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이는데, 현실적으로 일본제 신호, 통신에 종속된 선로기 때문에 건설을 유럽식 규격으로 했다 하더라도 혼합운행 등을 장담하기는 많이 어려울겁니다. 유럽제 차량들의 가격이 저 일본측의 입찰가보다 딱히 낮은 수준일 가능성도 별로 없기도 하고, 중국제 차량은 근래 중국이 경제보복을 주된 외교압력 수단으로 써먹어댔기 때문에 안그래도 요즘 그리 좋지 않은 양안관계 하에서는 고려하기 어려울거라 보입니다.
기술 자립에 대해서는 대만의 중공업 기반이 부실한데다, 대만의 내수규모라는건 한국에 비해서도 많이 협소한지라 자급화는 많이 무리일 수 밖에 없습니다. 과거 국내에 납입되었던 탕엥객차도 실질은 대우중공업의 CKD로 사실상의 우회입찰이었단 말도 있고 하니. 이제와서 자급화에 도전한다손 쳐도 시일을 맞출 가망도 없고, 딱히 경쟁력있는 가격과 품질로 들어가긴 쉽지 않을겁니다.
이 와중에 의외의 복병으로 한국이 들어갈 여지는 있을 거 같긴 하지만, 300급 동력분산식 차량의 영업실적이 아직 없고, 여기에 ATC 등의 통신, 신호 시스템을 적용하는 건 꽤 민감한 이야기가 될 가망이 높은데다, 기존 700T와의 혼합운전을 하더라도 전력, 신호, 통신, 기타 영업시스템과 일체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3.4m 규격 차량에 맞춘 고상승강장이라는 제약도 여러모로 과제가 될거고. 다만, 한국은 일본제 ATC가 아닌 유럽산 연속제어식 시스템 하에서 KTX와 일반전동차를 혼합운전 해본 적이 있기도 하고, 사고를 좀 여럿 치기는 했지만 해외에서 준고속열차까진 맞춰서 공급하는 사업을 해보기는 해서 가능성이 0은 아니라는 점 정도는 있기는 합니다. 뭐, 아마 한국을 끌어들인다면 일본측의 가격을 후려보기 위한 들러리 정도로 넣을거라 생각은 됩니다만서도.
다만 결론을 내긴 좀 이른게 이게 수요증가 대비용 증차분인 만큼 조달 지연이 장기화되지 않는 한에는 일단 심각한 문제까지는 없기는 할겁니다. 어쩌면 아예 차량시스템 일부 또는 전부 교체가 도래할 때 가지 버티기로 갈 가능성도 있고, 또 아예 유럽의 ETCS 베이스로 신호를 갈아엎는 조건으로 유럽차를 사들이는 꽤 강수로 갈 가능성도 없진 않을겁니다. 한 1년 정도는 두고 봐야 그 추이가 잡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