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런 검토에서 대전제가 되어야 할 사안은 결여된 노선구상이 많습니다. 즉, 기지 이전 후에 본선의 운행조건에 큰 문제가 없어야 한다는 점을 충족 못시키는 경우에는 될래야 될 수가 없는 이야기라 할겁니다. 열차 횟수나 간격에 변화가 현저하게 생긴다거나, 첫차나 막차 시간이 크게 변화하게 된다면 그 운행조건의 변화가 생겼다고 해석할 수 있을겁니다. 노선 자체의 사업수지 문제나 예비차 운용이나 비상대응 조건도 걸리지만, 가장 굵직한 부분은 저 운행조건이라 할겁니다.
보통 차량기지에서 입출고가 나오는 시간대는 차량 총 운용량에 따라 다르지만, 영업개시전 30분 정도부터 이후 1시간 정도 대역까지, 그리고 영업종료 전 1~2시간 부터 종료 후 30분 정도에 걸쳐지는게 통례입니다. 이외에 출퇴근 러쉬아워가 지난 후에 배차조정을 위해 입출고를 하거나, 낮시간대에 차량의 운용 관련해서 간헐적인 입출고가 생기기도 하지만 이쪽은 상황따라 조정 가능한 경우가 많으니 일단 접어두고, 개시와 종료 타이밍을 좀 보도록 해야할겁니다.
입출고 운용의 경우 그냥 전원만 넣으면 바로 차가 움직이는게 아니라, 운전 개시 전의 점검활동이 들어가기 때문에 준비시간 자체가 그렇게 여유로운 편은 아닌 걸로 압니다. 한편으로 야간 동안 시설물의 점검이나 차량의 정비를 하기 때문에, 일찌감치 점검 후 출발을 한다는 것도 전력 차단이나 보수작업 등으로 제약을 받는 경우가 많이 생깁니다. 따라서 무작정 시간을 당겨서 뭘 할수 있는 것도 한계가 있다 할겁니다. 보통 이 점검시간 대역은 최소 3.5시간, 가능하면 4시간 연속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대개 언급되는 만큼, 00시에서 04시까지, 또는 01시에서 05시 정도는 이 점검시간대와 이를 완충할 예비시간대역 정도로 배정해 두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차량기지로부터 본선까지의 운전시간은 첫차 시간 결정에 꽤 민감한 요소가 됩니다. 대개 기지가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5~7분 정도 범위의 운전시간을 가지는 곳에 입지해 있거나 아예 역에 붙어있는 것도 이런 이유고 말입니다. 즉, 점검시간대역이 끝나고 영업개시까지, 또 영업종료 후 점검시간대 사이의 시간은 길어야 1시간이 채 안되고, 대개 30분 정도까지 묶여있게 됩니다. 여기에 통상적인 입출고운전시간 5~7분 정도를 빼고 보면 15~20분 정도의 마진밖에 남지 않게 됩니다. 이 시간대에는 뭔가 트러블이 났을때의 대처 시간이나, 출입문이나 방송장치 점검과 같은 영업직전에야 해보는 점검, 영업개시역에서 운전실 교체나 입환이 필요한 경우 그 작업시간도 포함되는 만큼 완전히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여유시간이라 하기는 어렵지만, 일단 마진으로 볼 수는 있을겁니다.
이 기준으로 보면 차량기지의 입지는 저 입환이나 운전실 교체같은 사안이 필요하지 않다는 조건 하에서, 최대 20분 정도의 운전시간을 가지는 범위 정도가 한계라면 한계라 할겁니다. 이보다 더 멀리 입지를 시키려면 첫차와 막차 시간을 더 단축하는 조건이 없는 한 무리라 할겁니다.
물론 실제로 이 틈새가 굉장히 부족하기 때문에, 이른바 차량을 주박을 시켜서 저 여유시간을 벌고 기지의 용량제약을 버는 작업을 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천안에는 차량기지가 없기에 병점에서 첫차를 내려보내서 영업개시가 되려면 거의 1시간 이상이 걸리는 문제가 생기는데, 이를 벌충하기 위해서 현지에 주박선을 설치해서 영업종료 후 차량을 4~5편성 정도 유치해서, 영업개시 후 출고차가 도착할때까지의 간격을 메꾸는 작업을 하기는 합니다. 이렇게 보면 더 연장할 수 있는거 아닌가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주박선 역시 부지를 잡아먹는 시설물이고, 이걸 여러개 두는 조건이 되면 차량기지와 달라질게 별로 없게 됩니다. 부지를 벌기 위해 하는 이전 사업에서 부지를 차지하는 신규시설을 끼워넣어야 하는 이야기가 되는거라 아마 기지이전 측에서는 굉장히 극혐할 이야기가 될겁니다. 어찌되었던 이걸 타협해서 받아낸다 하더라도 최대 5~6편성 정도, 지하구간이라면 찍해야 분산배치된 3~4편성 정도의 유치선 정도가 한계에 가깝다고 봐야할겁니다. 이보다 커지면 사실상 차량분소 수준이 될수밖에 없으니 말입니다.
이경우 해당 노선의 배차간격 조건에 따라 벌 수 있는 시간이 달라지는데, 아침시간대 10분 간격의 운전이 이루어지는 구간에서 편도 3편성씩, 도합 6개 편성을 주박해서 시간을 벌어들인다 치면 벌 수 있는 여유시간은 30분 정도가 됩니다. 주박선에서의 입환이동이나 유사시의 편성교체 같은 것들이 있는 만큼 전부 땡겨쓰는 건 어렵다고 봐야 하지만, 일단 30분 정도는 벌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되기는 할겁니다. 전동차의 표정속도는 보통 35km/h정도로 잡으니까, 저 조건 하에서 고려할 수 있는 차량기지의 조건은, 이상적인 조건 하에서 시종착역으로 부터 17~20km 정도까지는 이격할 수 있다고 볼 수 있을겁니다.
물론 이 입출고용 지선 자체도 영업선으로 사용한다면 여기에 추가적으로 지선차량의 주박과 출고까지 신경을 써야하고, 이게 또 입출고차량들과 혼류되어야 하니 특정시간대의 선로용량이나 교차지장 문제까지 겹쳐서 저정도로 빡빡하게 마진을 뽑아먹다가는 잊을만 하면 차량 트러블로 첫차가 늦거나 배차가 개판나는 그런 상황이 연출되게 될겁니다. 즉 저 이격가능한 거리 보다는 짧아야 하고, 여기에 가능하면 백업과 예비가 잘 셋팅되어야만 이 이전사업이 큰 탈 없이 진행가능할겁니다. 하지만, 그런 검토 없이 일단 지르고 보자식의 주장이 남발되는 상황은 여러모로 문제가 있다 할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