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사고원인은 보고서가 나와야 알겠지만, 이번 사고는 악운이 겹쳐서 대형사고로 확대된 그런 사고라고 생각됩니다. 터널 피암터널 보강공사를 위해 배치된 작업용 트럭이 선로로 굴러떨어졌고, 얼마지나지 않아 이를 타이루거호 열차가 격돌, 탈선전복상태로 터널 안으로 말려들어가면서 48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구난에 굉장히 애를 먹고 있는데, 대만의 북회선 구간은 산악과 해안 사이의 좁은 공간을 지나는 노선구조로 인해 곳곳에 터널이 있고 육로 접근이 곤란한 경우가 많은데다 하필 사고차가 파손되어 단선터널 안에 멈춰서 버렸기 때문에 상황이 특히 열악한 걸로 보입니다.
대형사고가 도미노 연쇄처럼 악조건과 악운의 중첩으로 생긴다고 할 수 있는게 여기서도 여실한데, 9:13에 선행 츠창 호열차가 통과하였고 이후 단 15분 사이에 차가 굴러들어온 경우로 그야말로 순간의 사고였던데다, 지형조건이 열악해서 보강공사를 야간작업으로 진행을 해 오던 중이라 도로측 중장비가 구배가 심한 지형에 주차되어 있어 위험한 조건이었고, 따라서 오지에 야간작업으로 딱히 상태감시를 할 사람이 배치되어 있지 않아 신고가 늦졌을것이며, 해당 구간은 복선인데다 장대 터널 사이에 위치해 있어서 상당히 속도를 내는 구간에다 마침 차량 또한 틸팅특급차량으로 고속주행능력을 가진 차량이어서 사고가 이정도로 대형화되었다고 생각이 됩니다.
사고책임을 추급한다면 불완전한 공사안전관리라고 할 수 있고 결국 해당 공사를 진행하던 업체가 부담하게 될 걸로 보이지만, 한편으로 철도 당국의 안일함도 문제시 될 수 밖에 없다고 봅니다. 선로방호가 부실한 구간에 130km/h운전이 가능한 틸팅열차를 운용하면서 제대로 된 보안대책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문제는 제기가 될 거라 보입니다. 대만의 틸팅열차 중대사고는 2012년 건널목 충돌, 2018년 과속 탈선전복에 이어 세번째다 보니 열차의 안전관리에 문제가 있단 이야기는 안나올 수가 없는 여건이라 할겁니다. 한편으로 차량의 충돌대응 설계가 잘 되어있었다 해도 설계시 상정한 충돌 시나리오와 워낙 동떨어진, 아마도 트럭과 1차충돌로 탈선한 상태에서 터널 구조물과 2차충돌을 한 경우라 충분한 보호효과를 보긴 어려웠을거 같아 보이기는 하지만, 구조강도 부족 등 차량측의 설계문제도 피해를 가중했단 이야기가 나올 가능성은 다분해 보이고 말입니다.
대만철도의 해묵은 문제지만, 결국 틸팅열차에 목을 매게된 배경은 경영악화를 어떻게든 해소해 보려는 노력에서 기인한 면이 있습니다. 이전 푸유마호 탈선전복 사고 관련해서 적어두기도 했지만(링크), 고속철도와 버스에 대항해서 운수수입을 확보하려던 노력의 일환으로 틸팅열차를 적극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악조건이라고 운행을 줄이고 말고 할게 없다시피 했습니다. 또한 작년의 코로나로 인한 경기침체와 인바운드객 급감은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해 왔을거라 생각되고, 역 현장에서 입석판매를 실시하는 등 꽤나 절치부심 했던 흔적이 보입니다. 이번 사고는 이와는 거리가 있는 불의의 사고라고 할 수 있지만, 무리한 운전의 위험부담을 안고 틸팅열차를 굴리는데엔 이런 문제가 있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