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은 주로 국가철도망, 그러니까 일반철도나 고속철도와 같은 간선망이 주된 대상이고, 여기에 더해서 지역간 철도에 해당하는 광역철도까지를 포괄하는 계획입니다. 또한 정기적으로 책정하는 장기계획이기도 하고. 그러다보니 국비가 들어가기는 하지만 각 자치단체 소관인 도시철도 영역이나 이전 계획에서 다루었던 사안들까지 포괄하지는 않는 편입니다. 광역철도도 사실 이점에서 들어가냐 마냐가 모호하긴 하지만, 2개 이상 시도에 걸치는 철도로 다른 포괄계획으로 다루지는 않으니 여기에 담긴다 보면 대충 맞을겁니다.
여기에서 좀 포인트라고 할건, 이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은 어디까지나 이런 노선들을 하겠다는 일종의 밑그림이나 구상안이기 때문에, 반드시 실현된다는 보장이 있다고는 할 수 없고, 실제 개별 노선의 건설계획이나 추진은 수 단계에 걸친 개별 정비계획에 의해서 이루어진다고 보면 됩니다. 좋게 보면 체계성이 잡힌거지만, 반대로 그만큼 노선이 이상적인 계획대로 되기보다 예산, 이해집단, 그리고 사회정세에 종종 휘둘리고, 그래서 장기순연이 발생하는 경향이 크게 있기도 합니다. 뭐 이건 조선철도12개년 계획 이래의 난맥이자, 철도청 시절의 업보기는 하지만, 이점에서 국토부의 리더쉽이나 교통연의 관리역량은 많이 아쉽다고 해야할까 그렇습니다.
큰 그림에서 과제로 제시된 것은 1. 철도운용 효율성 제고, 2. 주요거점간 고속 연결, 3. 비수도권 광역철도 확대, 4. 수도권 교통혼잡 해소 5. 산업발전 기반 조성, 6. 안전하고 편리한 이용환경 조성, 7. 남북·대륙철도 연계 준비 등을 들고 있습니다. 좀 상투적인 과제들이기는 하지만, 2000년대 후반부터 제기되던 이슈들을 이제서야 좀 담아놓기 시작했다는 점에서는 아쉬운 점은 있습니다. 뭐 1에 해당하는 용량문제나 단절구간 문제는 아주 해묵은 이야기고 반복 지적되지만, 철벽처럼 안 해결되는 이야기들이기도 하고. 그나마 비수도권 광역철도 이슈와 산업발전 및 대륙철도 연계가 좀 제대로 태워진건 평가할 만 합니다.
독일이 이번에 Deutschlandtakt를 내놓아서 네트워크를 어디를 개선하고 어떻게 운영체계를 가져갈 것인지를 고민하고, 스위스는 옛날에 Bahn 2000을 내놓고 그거 베이스로 시설을 어디를 정비해 개량하고 이런 밑그림을 뽑는데 아직 우리나라는 인프라를 건설하는 이야기에 집착하는 건 좀 아쉬운 부분이기는 합니다. 다만, 법정계획이 아직 그수준에 머물러있는 상황에 불과한데다, 재정과의 연계라는 점은 원래 쉽지 않은 구조, 운영부문에 대해서는 지어놓으면 알아서 굴려먹어라 마인드가 기본이라 이건 아직 해결이 지난한 이야기라 생각됩니다. 계획에 포함된 전라선 고속화 계획의 경우, 유럽식이라면 그 배경논리는 이런 "운영상 소요시간 단축으로 얼마만큼의 최적화(편익 증가가 아닌)가 가능하다"라는데서 시작했을건데, 우리는 뭐 그런거 없이 그냥 사업요구가 있으니 인프라 정비를 하겠다 식이라서 한계가 명확하다 할겁니다. 이러니 중부유럽식의 정비스킴을 할 수가 없는거긴 하지만.
개별 노선은 좀 더 찬찬히 뜯어봐야 하고, 공청회 라이브에서는 좀 디테일을 말했지만 공개자료에서는 말꼬리 잡히기 싫었는지 따로 붙인게 없어서 느긋하게 언급은 하겠지만, 큰 그림에서 좀 평가할 부분은, 지역 현안노선들을 여럿 잡아넣은 점을 들만 합니다. 물론 자기들 재정으로 해야 할 도시철도를 들이댄 청주 시내구간 지하노선을 컷 하는 등 짜를 건 짤라 냈고, 몇군데 도데체 이걸 어떻게 써먹을까 싶은 노선들이 있기는 하지만 밸런싱을 잘 보긴 했다고 평가를 해볼만 하지 않나 싶습니다. 나주~상무나 진영~울산~노포 같은 꽤 과격한 지방 노선 안건이 이런 과격한 노선안인데, 실제 계획화 단계에 가려면 상당히 다듬어나가긴 해야겠지만 일단은 시초를 하나 정도 잡았다는 점에서는 평가할만 합니다.
간선 부문에서는 전라선 고속화가 통과된것은 좀 의외라고 생각이 되고, 미싱링크의 전형이던 문경~김천이나 강릉~삼척의 개량계획이 들어간 것은 해야 할 것을 했다고 할만은 합니다. 그리고 해묵은 수색~금천구청 구간 확충이나, 광명~평택구간 용량대책이 태워진건 평가를 해볼만은 한데, 실행방안이 나오기 매우 힘든 구간들이라서 과연 가능할까 싶기는 합니다. 그리고 서해선~경부고속선 연결사업이 포함이 되었는데, 이건 암만 구축계획을 잘 짜봤자 실행단계에서 예산이나 사업시점 때문에 똘추짓 한 후과라서 좀 입이 쓰기는 하지만, 할 일이기는 한지라 더 말하진 않겠습니다. 다만, 간선에서 신규 확충노선이 거의 없는 점은, 간선철도 스톡이 제법 많이 늘기는 했지만 기존까지의 구상에서 조금 후퇴한 감은 있어서 이를 어떻게 설명할지 고민이 있어야 할거같습니다.
비수도권 광역철도 확충에서는 개량사업과 상충되는 노선이 몇 개 있습니다. 호남선 개량과 충북선 개량(이건 예타면제 사업 건 관련)인데, 호남선 개량 이후에는 가수원 아래로는 사실상 계룡역만 수요처로 남겨지게 되는 그림이 됩니다. 광역철도는 접근성, 그러니까 어느정도 중간역을 확충해서 수요를 끌어모으거나 장래의 도시확장에 대응할 수 있는 여지가 있어야 하는데, 개량사업으로 이런 여지를 다 날리고 나면 뭘 할게 남냐 라는 문제가 남습니다. 충북선 쪽은 뭐 아쉬울게 없는 비개발지역이니 그런다 치지만, 호남선쪽은 그래도 여지가 있는 연산, 신도, 흑석리 같은 소역들이 좀 있어서 이 밸런싱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을거라 보입니다.
산업철도 대책이 들어간건 바람직하기는 한데, 제시된 4개 노선들이 정말 물류적으로 큰 가치가 있는지는 좀 의문부호가 남습니다. 새만금선이야 뭐 아직 시설입지가 없는걸 말 그대로 조성하러 까는거니 그런다 치는데, 대합산단 연장이나 부산신항연결지선, 동해신항선 같은 노선들은 구체적으로 무얼 하려는 노선인지가 상당히 모호합니다. 다들 여객철도로서 사업성이 나오기 힘든 노선을 어째저째 우회해서 짓겠다는 방안으로 나오는게 아닌가 싶은데, 구체적인 화물축선의 필요성에 대해 심도있는 검토를 하고 잡아야 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실제로 철도화물 면에서 필요한 노선정비는 지연되고, 인입철도 구축은 별다른 지원제도가 없고 적시성을 확보하지 못해서 탄소감축이나 물량유치에 기여를 못하는 상황이 종종 벌어지다시피 하는데, 이건 이 계획에서 다룰 건 아니지만 제도적 개선점을 찾아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산업철도 관련한 문제의 예를 들면, 예타면제로 결정된 석문산단선의 경우가 전형적인데, 이미 연선에 공업시설이 입지한 다음에도 한참 공전하다 예타면제가 되어서야 그나마 해볼까 하는 수준입니다. 이를 위해 신례원이나 삽교역까지의 셔틀수송 부담을 계속 해야 하는 그림이 나오고 있다시피 하고, 또 화물운송 루트 역시 천안역을 경유해 방향전환을 해야 하는 등의 불합리가 남아있기까지 합니다. 노선정비가 딜레이된 탓이긴 하겠지만, 직결수송이 안되는 문제가 존재한달까. 반대로 영일신항이나 울산신항, 군산신항선은 건설은 했지만 화물유치가 썩 잘되는 편은 아닌 상황이기도 합니다. 수송 루트 역시 직결수송이 안되거나 수송력 단차가 생겨서 도중입환이나 조차시설을 요하는 한계들을 가지고 있고 말입니다. 비효율만 가지고 두들기기 보다는, 왜 그런 비효율이 생기는가를 고민하고 해소하는 제도적 프레임이 약한게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광역철도 구상... 참 방대한 노선을 제시해 두고 있는데, 일단 철도선이 아닌 경전철 내지는 신교통에 해당하는 노선들을 광역철도에 태워서 접근한 점은 평가할 만 합니다. 물론 이런 도시형 노선들의 무리한 연장은 지양하긴 해야하겠지만, 시스템 자체의 성능은 30~40km정도의 장대노선화를 하더라도 어느정도는 운용가능한 수준이기는 하니 자치단체 구분으로 인해 생기는 한계를 여기서 커버해주는건 의미가 있다 봅니다. 다만 장대노선으로 연장할때 여행시간의 감축 효과를 정말로 낼 수 있는지, 그렇게 해서 효율과 편의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 볼 필요는 있다 봅니다.
여기서 좀 지적하고 싶은건 인천2호선 연장입니다. 일산쪽으로는 OK가 되었고, 안양으로는 추가검토로 일단은 보류가 되었는데, 어림값으로도 연장구간이 17~18km정도, 아마 양쪽으로 더 연장하면 30km이상의 노선이 추가되어 거의 6~70km에 달하는 장대노선이 됩니다. 이 말은 편도여행시간이 2시간에 근접하는, 사실상 대중교통으로서는 의미가 없는 수준의 연결구도가 되는데, 급행운전이나 아니면 중전철로의 대체, 하다못해 구간운전의 검토 없이 무작정 미는건 좀 많이 무리한 이야기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해관계자들의 불만이나 집단민원이라는 한계가 있긴 하지만, 광역철도에 대해서는 무작정 연장보다 그걸 어떻게 운용할지에 대한 고민이 좀 보강되어야 한다고 생각이 듭니다. 신분당선 용산경유 삼송연장이 다시금 반영되고 있고 이런걸 보면 뭐 너무 큰 기대를 해서야 안되긴 하겠습니다만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