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라고 생각한 점은, 일단 시설 측면에서 12량 이음을 처리할 수 있는 여건이 되어있는지가 의문이 있고, 또한 인원배치 면에서 방만경영™으로 몰릴만한 부분이 많기 때문입니다. 일단 도중에 정차역의 승강장 길이가 12량 편성, 285m의 길이를 받아낼 수 있는 설비가 되어 있는지가 우려가 있고, 또한 덕소 및 중앙선 개량구간에서 보이는 고상과 저상이 직렬로 늘어선 공용승강장들, 여기에 상봉역의 변칙 승강장 등에 정차는 불가능해지는 문제가 있습니다. 항공사진 상으로 상시정차역인 양평만큼은 280미터가 확보되어 있고, 분기역인 서원주의 경우 고상과 저상을 섞어서 쓰는 조건으로라면 가능하긴 한 모양이지만, 임시정차를 실시할 경우 다른 역은 전혀 못쓰는 문제가 남겨지게 됩니다. 청량리의 경우 개량중이니 아직은 모르겠지만, 여기도 기껏 만들어놓은 통과측 승강장이 문제가 될 수 있을걸로 보이고.
그리고 인원배치가 가장 본령의 문제를 가진다 보입니다. 복합열차의 경우 분리결합을 실시하는 역에서 후발열차 승무원의 승차와 분리결합작업을 진행할 차량 담당 직원의 배치가 필수적입니다. 통상 수송담당 역무원에 의해서 분리/결합 작업을 할 수도 있지만, 보통 연결시의 트러블 대처문제도 있어서 차량직원을 전진배치하는 편인데, 중앙선 이음 중 일부를 복합화 한다고 하면 하루 두세편 정도의 처리만 걸리게 되니 그야말로 불요불급한 인원투입이 되어버리는 문제가 생깁니다. 운전을 담당할 승무원의 배치로 가면 더 갑갑한데, 서원주에 저걸 담당할 주재소를 두어야 하니 여러모로 인력운용의 난점이 생기기 쉽고, 반대로 청량리나 서울역에서 태워보내게 되면 1시간여를 편승을 시키니 인건비 부담이 추가되는 문제가 생깁니다. 이래저래 인력효율이라는 점에서는 아쉬운데가 남는 조건이 되어버린달까.
여기에 강릉선 쪽은 기존 KTX-원강 차량과 혼합운행이 되니, 차량고장으로 대체차량을 충당할 경우 상호 호환이 되지 않는 문제가 생깁니다. 물론 임기응변적으로 대처하면 되기는 되고, 일단은 강릉선은 주말이 아니라면 그렇게까지 배차가 조밀한 것도 아니니 어찌저찌 시간과 현업의 인내와 노력으로 해소가능은 하겠습니다만, 통상적으로 이런 여지를 없애는게 가장 바람직한 조치라고 할 수 있을겁니다.
다만, 이런 난점을 제외하고 본다면 이번 조치는 그야말로 압박의 극을 달리는 중앙선 계통에서 최대 8왕복의 용량을 확보해 내는게 가능해지고, 동시에 지역에서 요구하는 서울역 진입문제를 일거에 해결하는 효과가 있기는 합니다. 8왕복 정도가 뭔 이득이 있냐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걸로 중앙선 전동차의 대피횟수를 벌거나, 경합시간대를 줄여서 지연문제를 어느정도 풀어나갈 여지를 만들 수 있고, 또 화물 운행의 여력을 좀 더 확보할 수 있게 됩니다. 또한, 시간대를 잘 맞춘다면 서원주 정차편이 늘어나고 그 시간대가 압축되는 만큼, 중앙선-강릉선 간의 환승편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겨날 수 있게 됩니다.
이음 차량의 확보 수량이 문제기는 하지만, 시간 배정에 따라서는 중앙선 간선의 가장 큰 불만인 출퇴근 시간대에 서울 진출입이 가능한 열차 설정도 현재 틀의 큰 변경 없이 가능해질 수 있기는 합니다. 예를 들어, 아마 최초 개정에서 상행 #702와 #804의 복합운행으로 서울 도착이 조금 늦기는 하지만 꽤 인상깊게 동작할 여지가 있을걸로 보이고, 주말증강편인 #781의 경우도 #805와 복합하여 전일운행 전환을 실시하는 개정이 나올 가망이 있을 걸로 보입니다. 다만 청량리에서 정각 출발편이 확보되던 것에 비해서 20분 정도의 어긋남이 생기거나 하는 점에서 시간변경에 꽤 민감한 도중역들의 여론은 좀 우려는 되긴 합니다.
차량 확보 정수가 얼마나 되는지가 가장 관건이 될거같기는 한데, 일단 KTX-산천의 데뷔 때를 생각하면 KTX-이음은 거의 무트러블에 가까울 만큼 무탈하게 잘 다니고 있기도 하고, 비교적 조용조용하게 편성수가 늘어나고 있기는 한지라 도담 이남의 단선운전만 해소된다면 상봉 정차편만 어찌저찌 정리가 되면 강릉선 강릉~서울편 및 그리고 청량리~강릉의 과반 정도, 대충 10~12편 정도는 복합열차로 전환가능할 거라 생각이 듭니다. 물론 상봉 정차를 줄이는 문제와, 청량리 착발편의 처리능력 문제가 걸려서 그냥 강릉~서울편 중 상봉무정차인 8편 체제가 그대로 장기화될 가망도 다분하긴 할겁니다만.
뚜껑이 열려봐야 알겠지만 재미있는 열차가 생긴다는 점에서는 기대반, 그리고 용량문제가 여기까지 밀고 들어왔다는 점에서 우려반이 들기는 합니다. 적시에 화물우회선로가 설정되고, 무리한 청량리 진입요구를 쳐내거나 조정하는 한편으로 선로증강을 제때 해서 용량개선을 잘 해왔다면 이런 눈물의 똥꼬쇼를 하지 않아도 될거였을건데 말입니다.
P.S.:
전라선 SRT가 지역정가나 노사관계의 잘 달궈진 감자가 되는 눈치인데... 개인적으로 좀 절충을 한다면 KTX의 수서진입을 정식으로 하면 되는 문제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즉, SRT와 KTX의 복합열차로서 투입하면 될 문제고, 어차피 SRT의 영업대행을 KTX가 하고 있는 판이니 수도권고속선 구간의 영업대행을 하면 그만일겁니다. 복합열차로서 익산 이남구간은 KTX측의 기장이 운전을 하면 될 일이니 평시엔 아무 문제가 없을거고, 익산부터 수서 구간을 유사시 대행승무할 기장은 SRT 부담으로 익산에 전진배치해 두거나, 반대로 KTX 기장들이 견습을 받아 해당구간을 운전하면 될 일입니다. 어차피 이전에 차량고장시 KTX비상대기차를 가져다 넣는 경우도 있었으니 이게 문제가 될 일인가도 싶고. 이런 대안을 안받겠다는 건 뭐... 국토부 사리사욕의 결과일겝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