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도표는 JR동일본이 2021년도 결산에 대한 설명회 자료에서 인용한 내용입니다. 내용 중에 저 '설비의 슬림화'라는 항목이 꽤 조야의 화제가 되는 눈치인데, 경영체질 개선을 하면서 그 방안으로서 설비를 삭감, 즉 전차선과 변전설비를 폐지하여 하이브리드 차량을 투입하고, 선로를 단선화해서 선로나 신호설비를 감축하겠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가 나온 배경은 2021년도 3월의 연간 결산(JR은 3월 결산 법인) 결과가 아주 끔찍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이 워낙 심각한건 모든 나라가 겪어오던 거니 새삼스러울것도 없지만, 천하의 JR도 이 압박을 피해갈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영업수익은 11, 841억엔으로 2020년 결산에서 무려 57%, 8769억엔이 감소한 결과였습니다. 이중 운수수입도 9,543억엔으로, 전년대비 53%, 8,385억엔이 감소했습니다. 그야말로 타노스의 핸드스냅을 당한 수준의 피해를 본 셈인데, 여기에 당기순이익은 1,590억엔 흑자에서 5,066억엔 적자로 전락해서 민영화 이래 첫 적자를 기록하게 되었습니다.
이후의 회복이 비교적 순조롭게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수요예측 기반으로의 전망은 80~85% 정도가 될 거라 예측하는 상황이고, 이는 결과적으로 코로나19 창궐 이전의 수익수준의 75% 정도에 그칠거라 전망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내년도의 결산 예측은 피해의 절반을 약간 넘기는 회복으로 예상을 하고 있고, 당기순이익은 회복을 하지만 250억엔 정도의 근소한 수준이 될걸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일단 코로나로 내국인 수요의 대폭 감소는 말할것도 없거니와, 해외로부터의 인바운드객 감소까지 따라오고, 동시에 경기후퇴까지 진행되는 만큼 쉽지 않을거라 내다보고 있는 택입니다.
그렇기에 제시되는 시책에서는 수익증대책은 좀 제한적인 느낌이지만 반대로 비용 삭감에 대해서는 꽤나 내용이 많이 제시된 편입니다. 일단 저 앞에 언급된 하이브리드차량으로 전동차를 대체해서 전차선과 변전소를 폐지하는 것은 한 꼭지에 가깝습니다. 이외에 피크 시프트라 해서 피크요금제나 할인제도 등 운임, 요금제도, 포인트제도를 통해 피크시간대의 수요 이전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피크시간대 열차횟수를 삭감하는 걸 하겠다는 이야기도 들어가고, 이를 통해 설비투자의 삭감과 인건비 및 경비의 감축, 장래 개발이나 임대, 안전 등에 충당하는 공간의 확보를 노리는 이야기가 들어가 있습니다. 또한, 철도시스템의 유연화를 이야기하면서, 차량의 사용기간을 늘리고, 보유차량수의 삭감을 통해 감가상각비 및 투자 삭감, 원맨운전의 확대, 유지보수체계의 고도화 및 생력화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좋게 말하면 지속가능한 철도사업인 셈이고, 나쁘게 말하면 허리띠 졸라매기와 내핍화를 말 그대로 '졸라게' 하겠다는 이야기인 셈입니다.
JR동일본을 위시해서 이른바 본토3사는 민영화 이후 거시경제 자체가 침체를 지속하는 와중에도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유지해 왔었습니다. 그중 JR동일본과 JR동해는 도쿄로의 일극 집중화의 수혜를 입은 회사들이었고, 덕분에 민영화 이후에 굉장히 잘나가는 회사로 손꼽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19로 인해서 이 거시경제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를 온몸으로 받아내게 된 걸로 보입니다. 물론 코로나 이후의 사회가 어떻게 변하더라도, 사람들은 일하러 다니고, 출장과 여행을 다닐테니 철도회사가 완전히 허공에 뜨는 상황은 근시일내에 오지는 않겠습니다마는,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조직인가에 대해서 많은 고민이 떠오르게 된걸로 보입니다.
그나마 이런 꽤나 난리가 난 JR 동일본의 자료에서 좀 눈에 띄는 부분은 ESG 투자의 이야기입니다.환경, 사회, 거버넌스에 관한 투자로 요즘의 화두가 되고 있는 사안인데, 동일본쪽에서는 특히 CO2배출의 저감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일단 단기적으로는 2030년까지 현재 대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50%를 감축할 것을 언급하고 있고, 2050년까지는 카본 프리를 달성하겠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JR동일본은 자체 화력발전소와 수력발전소를 갖추고 있고, 신재생에너지 사업도 하고 있기까지 한지라 기간이 꽤 길긴 하지만, 장기 설비투자까지 보지 않을 수 없는 조건이기는 하니 꽤 야심찬 면은 있습니다. 여기에 올해 중에는 수소연료전지 동차 시제차를 투입을 개시한단 이야기도 하고 있는 등, 세계적인 카본 프리 추이가 빠르게 따라붙자 좀 더 속도를 내는 모양새를 볼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경영조건이 굉장히 극단화된 상황이지만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인식이 있는게 아닌가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