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주력 여객동차로 히다치가 설계, 제작한 Class 800 차량이 균열 발생을 이유로 잠정 운행중지에 들어갔습니다. 그 대체차량으로 은퇴한 구식 열차인 Intercity 225를 다시 불러내 투입하는 등 대응을 하고 있지만, 183개 열차가 중지 후 점검에 들어가다 보니 그야말로 새발의 피 정도밖에 안되서 열차운행이 파행을 겪는 중이라고 합니다.
균열 자체는 대차와 맞닿는 리프팅 포인트에 발생한 것으로, 차체와 같은 알루미늄제로 만들어진 부분이라고 합니다. 좀 더 자세한 언급에서는 대차의 요댐퍼를 붙이는 차체 측의 접합부에서 발생했다고도 합니다. 하중을 많이 받는 부분인 만큼 설계상의 강도를 보강하는 조치가 되어 있었지만, 어째서인지 차령 5년도 안된 차량에서 이런 일이 생겨났기에 상당한 소동이 되는 걸로 보입니다. 상식적으로 최소 15년, 최장 30년 정도를 운용하는게 철도차량이다 보니 설계상의 문제로 운용조건을 맞추지 못한 경우가 아닌가 추정은 되지만 조사가 어느정도 돌아가 봐야 알 수 있을 듯 합니다.
일단 이게 엄청나게 심각한 문제라고 하기는 좀 애매하기는 한데, 차체 역시 구조재인 만큼 운용조건에 따라서는 탈이 날 수 있기도 하거니와 3~4년 정도 운용 후에는 어찌되었든 중정비에 들어가서 주요부분의 상태점검과 보수에 들어가기는 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보통 저정도로 균열이나 부식, 새깅/호깅 등 변형이 발생해서 차체에 데미지가 가는건 반수명 정비 즈음에서나 다룰만한 사안일듯 한지라 쉽게 보아 넘길 건 아니지만, 수리 불가능한 결함이라고 하기는 어렵기는 합니다. 알루미늄 차체라서 좀 까다로운건 있기는 하겠습니다만.
다만, 기술면에서 좀 봐둘만한 부분은, 비용절감을 지상과제로 두어 차종을 극단적으로 단순화한 결과 한 차종의 결함 내지 트러블이 생겼을 때 대안이 싹 털려버린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할겁니다. Class 800의 도입수량은 자료에 따르면 5량 조성으로 총 46개 편성, 9량 조성으로 34개 편성이 들어와서 3개 열차운용사(TCO)가 사용중인데, 이들 회사들이 그야말로 대책없이 운휴를 얻어맞는 상황이 된겁니다. 그나마 개중 LNER은 구식차를 대체차량으로 꺼내와서 어느정도 땜빵이라도 하기는 했던 모양이지만, 다른 회사들은 그야말로 제대로 서비스 유지가 안되는 상황이 된 모양이랄까.
물론 완전히 이중화가 되도록 별개 규격의 차량을 보유하는건 어느나라의 어떤 철도라고 해도 가능한 이야기는 아니기는 합니다만, 적어도 동일 설계, 동일 규격의 차량이 과점을 하지 않도록 어느정도 연식이나 도입선을 다변화하거나, 구식 예비차량이나 별개의 레이아웃을 가진 차량(객차, 디젤동차 등)을 어느정도는 유지, 보유하는 정도의 백업대책이 필요하지 않은가 생각됩니다. 전통적인 4등급제+수도권전철 구성의 운영에서, 서비스의 다변화로 고속, 일반, 광역 등으로 각기 운용차량이 전혀 호환되지 않는 상태로 가고 있는 상황에서는, 기술의 다변화는 비용의 낭비가 아닌 일종의 안전투자로 접근해야 할거라고 봅니다. 실제 항공회사나 공군 등에서는 엔진 결함 등을 대처하기 위해 일부러 엔진 도입선을 이중화하는 식으로 이런 다변화를 하기도 한다 하니, 철도에서도 어느정도는 필요하지 않나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