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60년대 말의 전차노선도를 일부 수정한 것입니다. 1960년대 서울전차를 서울시가 인수하고 나서 폐지 논의가 급진전이 됩니다. 이 와중에 서울시가 반쯤은 훼이크 내지는 비난여론을 가라앉히기 위해 던진게 전차 이설 계획이었습니다. 아카이브를 아무리 뒤져도 사실 여기에 맞는 보고서가 전혀 안나오는 물건이고, 고 손정목 교수의 언급도 있어서 사실상 훼이크 취급이지만, 실체가 전혀 없지는 않지 않나 그런 생각은 듭니다.
신문 보도중에 이 전차 이설 계획의 구체를 보도한 꼭지가 있는데, 1967년의 "전차 현대화 5개년 계획"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실체가 있더라도 보존기한 지난 흑역사 계획이라 자료가 남진 않았던 걸로 보이는데, 예산 계획과 노선 연장 및 철거 계획이 모두 명시가 된 것이었습니다. 이전에 SS전차 이야기를 하면서 잠깐 다뤘지만, 조금 인용을 해 온다면, 선로 연장형태로 신설하는 건 다음 노선들입니다.
○ 신설동~수유리~창동 8.8km
○ 영천~불광동~갈현동 7.7km
○ 원효로~마포 1.7km
○ 왕십리~화양동 4km
○ 청량리~면목동 5.7km
○ 영등포~화곡동 10km
현대화를 위한 철거구간은 시내에 집중되어 있는데, 이하 구간과 같습니다.
○ 서대문~종로(종각)~종로4가
○ 종로~을지로
○ 서울역~을지로6가
이 철거와 신설을 노선도 상에 올려놓으면 저 위의 그림처럼 됩니다. 존슨대통령 덕에 1966년 기 폐지된 남대문~효자동선도 지도에 반영한 결과인데... 노선망을 시각화 하면 굉장히 재미있어지는 느낌이 듭니다. 당시 차고지는 동대문이 중앙 차고로 공장까지 겸해 있던걸로 아는데, 이외에 마포와 영등포에도 차고지가 있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즉, 네트워크를 완전히 양분해서 서울역을 축으로 한 마포, 영등포 지역 일대 노선망과, 동대문을 중심으로 경성궤도의 일부를 살려 쓰는 왕십리, 화양축, 그리고 청량리, 창동 및 돈암동 등의 서울 동북 일대 노선망으로 체계를 재정비하는 구상이 당시에 마련이 되었던 걸로 보입니다.
이 구상은 실현되지 않았고, 60년대 차량현대화를 위해 들인 일제 신형 노면전차 차량들은 계약타절로 추가도입 없이 기 도입된 약 20량 정도의 차량은 일괄 폐차되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만약 이 구상이 남았더라면, 지하철 정비가 5호선으로서야 겨우 되었던 화곡~영등포~노량진이나, 6호선으로 겨우 되었던 돈암동선 같은 노선들은 꽤 근래까지 살아남았을 가망이 있지 않을까도 생각이 듭니다.
뭐, 서울시가 노면전차 폐지 즈음에서 1971년 1호선 착공 시점까지 수많은 구상과 계획이 이리저리 휩쓸려다니던 시절이 있었고, SS전차같은 신교통으로 가닥을 잡다가 급선회해서 기존 철도와 호환성을 갖춘, 어찌보면 해방전 계획선의 확장판에 가까운 현 종로선까지 오게 된 걸 생각하면, 저 계획의 실현가능성은 크게 기대하기 어렵기는 합니다마는. 저 좌충우돌의 기간이 여러모로 역사의 공백이 된건 사후적으로 보면 아쉬운 일이라 할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