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선에 투입중인 KTX-산천 2세대 열차가 KTX-이음으로 전부 대체된건 여러모로 꽤 과감한 전환이라면 전환이라 할 수 있습니다. 차량운용에 그정도로 여유가 있을까 싶은 부분은 있고, 산천에서 이음으로 전환할 경우 좌석수가 30석 정도 감소하는데다 특실요율도 낮아지는지라, 1열차를 가득 채웠을 때 운임수입은 약간 감소할 것이라 성수기 영업면에서는 좀 마이너스에 가깝습니다. 뭐 좌석난 문제도 있어서 지자체에서도 투덜거리는 이야기가 나왔기는 합니다만.
그럼에도 꽤 과감한 전환이 이루어진건 일단 차후 예정되어 있는 중앙선 열차와의 복합열차화를 위한 준비이자, 혼합운용으로 생기는 차량운용이나 배속기지의 정비 효율 문제를 생각하면 차라리 몰빵을 치는게 낫다고 판단한걸로 보입니다. 여기에 내부사정도 하나 있는데, 바로 이음 차량은 신형임에도 불구하고 남아돌고 반대로 KTX-산천 신형차량은 써먹을데가 많다는 점이 있어서입니다.
이음 차량은 발주 당시의 투입구간으로 중앙선 및 동해남부선, 중부내륙선, 서해선, 경전선 등에 쓸 계획으로 조달을 했습니다. 문제는, 이 중 중앙선 및 동해남부선의 경우는 전구간 개통은 커녕 당초 복선구간으로 예정된 구간조차 단선 우선개통을 하고 있을만큼 공정이 늘어져 있고, 서해선은 그나마 공정을 잡아빼고 있지만 정작 시내진입이 불가능해서 수도권에서 상당히 외진 지점인 송산 시종착이 언급되고 있는 상황으로, 원시~대곡 구간은 완공도 안한데다 심지어 영업방침조차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경전선의 경우는 낙동강 하저터널 붕락사고로 도데체 언제 개통가능할지 날짜 가늠이 안나오는 지경이 되었고, 그나마 일정대로 돌아가는 중부내륙선의 경우도 현재로서는 부발~충주 구간열차로 개통이 예정되어서 차량소요량이 그야말로 한 줌 밖에 안되게 생겼습니다.
이런 딜레이와 부분영업으로 생기는 차량 여력은 최소 2022년까지, 아마 추정으로는 2023년도까진 그냥 유지가 될거고, 부분영업 구간의 경우 조달차의 1/2정도만 쓰면 많이 쓰는 수준일 가망이 다분합니다. 2023년 이후에는 다시 산천이 복귀할 가능성도 있기는 하지만, 어찌되었든 임시영업이라고 하지만 기한없이 영업을 돌릴 가망이 넘치는 상황이라, 이걸 놀리느니 차라리 선로 규격에 맞고 과밀구간에 더 잘 녹아들 수 있는 강릉선에 전격 투입을 결정했다고 보입니다.
또한, 한편으로 산천 차량의 잉여를 적극 뽑아아내려는 의도도 있어보이는데, 이번 개정과 동시에 하계 대수송 임시KTX가 대거 투입된 것이 그 배경이라 할겁니다. 전적으로 산천 단편성 열차를 복합열차로 전환하는데 투입이 되었는데, 이는 고속선 용량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수송력을 끌어올려 운임수입을 확장하려는 공세적인 판단이라 보입니다. 물론, 코로나19 델타변이의 유행덕에 빛이 바래기는 했지만, 그래도 휴가시즌에 좌석난이 생기는 상황이긴 한지라 혼잡관리면에서 유효했다고 보입니다.
그리고 대놓고 말은 안하겠지만, 이번 산천편성의 여력을 적극 투입하는건 KTX수서행을 위한 밑밥이기도 할겁니다. 이번 임시투입편이 주중 14회, 주말 16회로, 경부고속선의 장기운휴중이던 속달열차의 부활과 호남선 중련 1왕복 정도를 빼고 나면 전라, 동해, 경전 각 3왕복 6회가 증강이 되었습니다. 이전에 예측했던 지선구간 열차 증강횟수를 실제로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SRT와의 중련운행을 위해서는 시각개정이 꽤 필요하기 때문에, 명절 대수송에 맞추는 건 무리고 연말 개정 즈음에나 가능하지 않을까 예상은 됩니다만서도, 적어도 차가 없다, 열차 슬롯이 없단 이야기를 할 수는 없는 판국으로, 금후가 주목된다 할겁니다.
한편으로, 무궁화의 구간단축이 이번에 추가되었는데, 개중에는 전라선의 하행 야간편인 #1517열차 삭감이 눈에 띕니다. 덕분에 서울 직통 전라선 무궁화가 1왕복이 감축되고, 배차간격이 조금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마침 지리산 새벽산행 열차다 보니 실제 이용률에 비해서 주목도가 높고, 또 근래에 고속버스의 성삼재 진입 문제로 버스업체와 지역 주민 및 정계와의 갈등이 있던 상황인데, 좀 아쉽기는 해도 이미 KTX중심의 이용패턴이 고착화되어 있어서 추세를 따라가는 개정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아직까지 객차 무궁화열차에 의존해서 구간열차의 증강이 쉽진 않긴 하지만, EMU-150위주로 기존선 열차가 재편된다면 이후 수요에 따른 기존열차 증강과 익산~전주나 순천~여수E 같은 단구간열차 증강을 이야기해볼 여지는 생길거라 생각됩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이 열차보다는 경전선 직결 무궁화의 삭감을 좀 더 주목해 볼만하지 않나 싶습니다. 보성군에서 서울직통열차인 #1441, #1442열차 삭감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긴 하지만, 승차율 하위 열차를 용납해줄 만큼 철도공사 상황이 녹록하진 않은게 현실이라 할겁니다. 특히나 96년도분 무궁화가 올해로 사용연한 만료에 도달하면서 93년 엑스포 대책이나 이후 수송난 대응차원에서 대량조달한 무궁화 객차들이 대거 은퇴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여기에 98년도 이후부터는 리미트차 위주의 조달과, 외환위기 상황으로 인한 예산삭감으로 차량 정수 자체가 많이 쪼들리는지라, 무궁화호, 그것도 장거리편은 유지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나 이번에 병행하여 삭감된 경전선 직결 무궁화인 #1231, #1232와 함께 편도 6시간에 달하는 장거리 운전에, 계통상 예외적이어서 따로 관리해야 하는 열차들인 만큼, 차량정수의 절감을 위해서는 칼을 안댈 수 없는 방만™한 열차기도 했습니다.
다만 좀 아쉬운 부분은, #1441/2와 #1231/2는 의외로 역사가 긴 열차라는 점입니다. 1970년 4월 개정으로 처음 등장했던 열차로, 이른바 전국순환열차 내지는 경전순환열차라 불리는 간판열차의 말예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1970년 오사카 엑스포에 따라 일본 경유로 방문할 서구 여행객 유치차원에서 도입되었던 경부선의 관광호 열차의 다음 가는 간판열차로 도입된 것이 바로 경전순환열차와 동해순환열차였습니다.
물론 고속도로망이 정비되고, 고속철도가 도입되면서 야금야금 단축되어서 지금은 서로 교차운전하지도 만나지도 않는 열차가 되기는 했습니다만서도, 또 왕년에는 관광호 다음 가는 고급차량이던 우등이 이젠 가장 기본등급인 고물 무궁화호가 되어버렸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50년을 넘게 버텨온 열차의 말예라는 점은 한번정도 되새겨 볼만한 부분인데, 누구도 이걸 챙기지 않은게 아쉽다면 아쉬운 부분입니다. 역시 2인자 내지 넘버3의 설움인가 싶은 생각도 들고 말입니다.
이번 개정은 여러모로 재미있는 이야기거리가 많지만, 또한 아직 미완의 "대업"을 기다리는 개정이라는 점에서 그 다음이 어찌 전개될지가 기대된달까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