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선 자체는 기존선 외의 사업들로 제로베이스로 새로 시작하는 사업들입니다. 현재 돌아가는 동해남부선과 경부선의 대구권 및 대전권은 일단 별론으로 두고 별도 인프라와 별도 차량체계를 전제로 추진을 하고자 하는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발표 내용의 향후 추진계획에서도, GTX급 열차도입과 함께 무인주행 및 승무, 유지보수 첨단화를 걸고 나와서 사실상의 신규격 철도를 만들겠다는 꽤 야심찬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 말은 목표속도는 150~180km/h급, 전구간 고가 또는 지하 형태의 기면분리 조건, 적어도 ATC에 상응하는 고도화된 신호를 갖춘 전철을 예정하고 있다 생각해도 될겁니다. 물론 사전타당성 조사와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치고 나서 어떻게 후려질지 좀 두고는 봐야겠습니다만.
일단은 노선 선정에 대해서는 별다른 말은 하긴 그렇지만, 제각기 성격이 다른 노선들을 묶어다 놓은 느낌이 있습니다. 대구경북권 광역철도의 경우는 통념적인 광역철도용의 노선구상이라기 보다는 간선철도에 가까운 노선구상에 가까운 느낌이고, 강원권의 경우는 아무리 선해해도 수도권전철의 연장선에 해당하는 노선이라 할 겁니다. 또한 부울경권의 경우는 경전철에 가까운 계획선들과 병행 내지는 연계인 만큼 고규격선화 하기가 난감하지 않을까 싶고, 광주전남이나 세종충청권의 경우는 그나마 전형적인 광역철도에 가까운 노선이지만 구상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간선철도의 일부에 편입될만한 노선구성이기도 합니다. 각 노선의 정체성을 어떻게 정의해 할것인지가 장래의 계획단계에서 다듬어져야 할 방향이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일단 첫번째로 제시된 부울경권은 메가시티 구상에 부응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기대가 좀 있긴 한데, 직결운행 전제가 아닌 사실상 고속운전을 하는 별도의 고립노선으로 계획되고 있는 걸로 보여서 우려가 큽니다. 또한 양산~노포 구간은 양산선과 병행구간이 되는지라 실질적으로 급행운전 노선처럼 돌아갈 수 있음에도 사전타당성이나 예타에서는 사업성을 까먹는 빌미가 될 가능성도 다분해 보입니다. 가능하다면 양산선 쪽을 복선화해서 노포 방향 접근은 전담시키고, 본선은 아예 과감하게 경부선 물금역에서 경부선에 직결하는 노선 구상으로 가면 어떨까 생각은 드는데, 부산시는 경부선 기존선을 못잡아먹어 안달이 나 있고, 또 철도공사는 기존선의 광역전철화를 극혐하는 분위기인지라 그냥 던지는 말 정도로밖에는 다뤄지지 않을거 같습니다.
그다음에 제시된 대구경북 광역철도는 공항억세스편으로 계획된거지만, 실질적으로는 꽤 과거의 숙원사업 중 하나인 중앙선의 대구시내 직결편 노선에 가까운 선형을 구상한 것으로 보입니다. 공항이전이 계획대로 된다면야 필수적인 노선에 가깝기는 하고, 노선의 선형이나 주변 교통여건을 생각하면 GTX급의 차량이 가장 필요한 계획선에 가깝기는 합니다. 좀 거리는 있지만 구미 시가지도 인근에 걸쳐있어서 사실상 지역간선이라 할만한 위상을 가질 수 있는 노선이라 생각도 됩니다. 다만, 좀 애매한 것은 대구쪽의 터미널이 서대구역이라는 점입니다. 거기서 열차를 모두 자를 수 있다면 좋겠지만, 경부선 직결을 통해 동대구까지 넣어달라 주장이 안나올 리가 없고 이는 경부선 선로용량 문제가 생긴단 이야기가 됩니다. 이렇게 되면 중앙선 청량리~덕소 구간처럼 빡빡한 용량때문에 일반열차나 서대구경유 KTX의 배차제약으로 이어질거고, 가장 핵심적인 화물수송인 경부선 컨테이너 화물의 목을 조르게 될겁니다. 시내용량 대책으로 3복선 같은걸 할 여건은 전혀 아닌 상황에서 대책을 가지고 미는 안 같지는 않은데, 노선 구상을 잘 다듬어 봐야 하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광주~나주 광역철도 쪽은 광역철도 구상중 가장 과격한 대안이 아닌가 생각되는데, 기존망을 말 그대로 제로로 돌려놓고 밑바닥에서 새로 그리는 안건에 가까운 그림이기 때문입니다. 도데체 터미널을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도 감이 안잡히는 수준이고, 또 언급된 대로라면 기존 경전선과 어떻게 관계정립을 할지도 모호한 감이 있습니다. 일단 상무역이 1,2호선의 결절점이 되는 만큼 여기에 집약하는것 자체는 맞는 접근이긴 하지만, 정작 경전선이나 간선열차와는 접점이 없는 지점이라는데서는 일말의 불안감이 없지 않달까 그렇습니다.
대전세종충북 광역철도는 뭐랄까... 두개로 나누어 접근하는 노선이 되어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하나는 대전1호선의 연장선으로서 세종청사와 반석을 잇는 중형 전동차 규격의 직류 복선전철이고, 다른 하나는 세종청사에서 조치원, 청주공항으로 이어지는 국철규격의 고규격 복선전철입니다. 어차피 세종을 거쳐서 대전 시내로 가는 장황한 노선은 별 의미가 없기도 하거니와, 대전1호선 규격에 맞추면 그리 빠르지도, 편하지도 않은 통근 도시철도를 타고 거의 2시간을 달려야 하는 고통의 행로가 됩니다. 그럴바에는 사실상의 행정수도라는 입지에 맞도록, 대전방향은 통근전철의 연장으로 고빈도 운전으로 승부를 보고, 세종에서 조치원, 청주방향은 더 고규격의 중밀도 노선으로 속달성과 간선철도의 직결운용으로 승부를 보는게 합당할겁니다.
용문~홍천 광역철도는 언급된 것 중에 충북선 연계 운행이 뭔소리인가 싶은데... 현재로서는 중앙선 전동차의 직결선으로 활용하는 것 외엔 딱히 대안도 없고 방향도 안나오지 않나 생각됩니다. GTX-B선을 연장해서 여기까지 끌고온다는 건 망우 언저리의 배선이 도저히 안나오는데다, 안그래도 미어터지는 중앙선에 배차를 더 꼽아넣어야 하니 어림반푼도 없는 소리고, 일반열차 직결을 받아오는 방향이 되면 같이 일반열차를 갈라받아야 하는 태백선과 용량경합을 벌이게 될거라서 답이 없는 방향이 될겁니다. 충북선 연계를 하려면 지평방향으로의 삼각선을 하나 두는 방향이 있기는 한데, 딱히 여객면에서 엄청난 집객력이 있는 시설이 홍천에 있는 건 아니라서 이게 실효성이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지역 개발의 축으로서 광역철도를 적극 검토하는 건 바람직한 방향이라 보고, 이게 잘 자리를 잡는다면 이걸 기반으로 노선 연장이나 지선을 추가하는 식으로 지역망을 더 충실하게 키워갈 수 있을겁니다. 운영보전 같은 문제는 남기는 합니다마는, 일단은 좀 사업을 좀 돌려놓고서 고민을 해야 할 안건이라 생각이 되고 말입니다. 지방대학이 부실화되고, 지역의 공백화가 실제로 시야에 들어오는 상황에서 타이밍이 많이 늦었단 생각은 들지만, 늦었다고 할때가 가장 빠른 때이니 지금이라도 적극적이고 빠른 추진이 이루어지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