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8시 경에 도쿄의 사철 게이오 선에서 열차 내에서 칼부림 및 방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조커 분장을 흉내낸 20대 남자가 저질렀다고 하는데, 사망자는 없지만 부상자 17명에 이중 직접 칼에 찔린 1명은 중태라고 합니다. 참담하기 그지없는 사건인데, 사건의 개황을 보면 여러가지로 대응 체계의 부족함이 있던 경우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우선적으로 수법이 점차적으로 극단화되고, 전의 사건을 참고해서 일을 벌이는 경향이 보입니다. 칼부림 및 방화는 2018년에 있었던 도카이도 신간선 차내 난동에서도 있던 케이스고, 2021년 8월 6일에 있었던 오다큐 오다와라선의 칼부림 건에서도 방화시도를 하다 실패한 케이스가 있었습니다. 이번 사건의 범인도 전의 사건을 참고해서 일을 벌였다고 하고, 실제 이번에는 방화에도 성공해서 이를 피하다 넘어지거나 연기를 흡입해 부상을 입은 케이스가 나왔습니다. 즉, 이제는 사건 자체가 어느정도 정형화되어 나타나고 있어 모방범죄의 반복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할겁니다.
사상자가 나왔던 2018년 신간선 사건 이후 역 직원이나 관계 공안부서에서 진압용 장구를 지급하거나 훈련을 실시하는 등의 대처가 이루어지고는 있고, 그보다 이전부터 역 경비원이라는 형태로 비정규 내지 파견 노동자를 대거 확보해서 역 전면에 인원배치를 늘리거나 하는 일은 하고 있지만, 이른바 인셀이라 불리는 론 울프형 사건에 대처하는데에는 충분치 않았던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사실 저 역 경비원의 업무가 질서유지나 공공안전의 관리보다는 장애인 개호나 진상고객 대처, 또는 역무원을 대체하여 구내순찰과 감시업무 비중이 더 크다는 말도 있기는 합니다. 뭐 그래도 애초에 그런 인원배치가 전혀 없거나 사법권도 법률지식도 거의 없는 비정규직 소수를 돌리는 수준이거나, 사법권이 있는 경찰력이랍시고 배치해 뒀더니 사무실에 짱박혀서 콧배기도 안보이고 출동에 1시간씩 걸리는게 상례라는 나으리들만 있다거나 그런 우리나라에 비하면야 천양지차에 가까운 대비상태기는 합니다마는...
설비적 측면에서 언론이나 SNS에서 다뤄지는 부분은 차내 감시용 CCTV의 부재와 차내통화장치의 성능부족, 도어코크로 인한 열차정지 문제, 그리고 안전문 개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탈출 및 차내진입이 지연된 부분이 있습니다. 일단 사건 자체는 차내통화장치를 통해 승무원에게 주지가 되기는 했지만, 패닉으로 인한 소란으로 명료하게 상황전달이 되지 않아서 상황파악이 지체된 문제가 있었다고 합니다. 이때 백업으로 CCTV로 차내 상황을 살필 수 있었다면, 열차 차장의 대응이 어느정도 빨랐을 거라 생각은 됩니다만 당연히 이게 없는게 문제가 되었습니다. CCTV는 우리나라에서도 제대로 설치가 되지 않은 편이지만 일본에서는 전혀라고 할 만큼 거의 설치례가 없는 모양입니다. 결국 이로 인해 사건인지가 늦어졌는데, 그래도 뭔가 사고가 있다는 걸 알아서 도중 역에 일단 정차를 하게 되긴 한 모양입니다.
한편으로 도어코크는 출입문을 비상 개방하는 장치로 우리나라에선 전동차 외의 모든 열차에 설치된 안전장치입니다. 애초에 이게 설치된게 1950년대 사쿠라기쵸 화재사건시 화재상황에서 100명 이상의 승객이 차에 갇혀 소사한 사건 때문이었는데, 이번에는 이 장치가 역으로 사건을 악화하는데 일조를 하였습니다. 도어코크 동작시 열차가 안전측 동작으로 제동이 동작, 정차하도록 했는데, 사람들이 패닉으로 인해 열차가 완전히 정차하기 전에 임의 취급을 해버렸고, 이로 인해 제동이 동작해 역에 정위치 정차를 하지 못하고 2~3m 정도 어긋난 위치에 정차가 되어버렸다고 합니다.
그리고 여기에 마지막으로 문제가 된것이 안전문 개방 문제였습니다. 정차위치가 많이 어긋나버리면서 안전문과 열차 출입문이 제대로 합치되지 못한 상태가 되어버렸는데, 그로인해서 탈출이나 차내진입이 지체되는 문제가 발생해버렸습니다. 관련 사건현장 영상에서는 이 상황에서 당황한 나머지 환기용 창문을 강제로 열고 거기로 빠져나오는 시도를 하는 등, 그야말로 아비규환의 광경이 벌어지게 됩니다. 일본식의 펜스형 안전문의 경우 출입문 외에는 개구부가 충분치 않았기에 이런 상황에서 탈출에 큰 지장을 주었고, 비상개폐장치의 시인성도 불충분해서 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던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다만 이 부분은 우리나라의 경우 근래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적해서, 광고물의 과다설치를 제한해 개구율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이루어졌는데, 어찌보면 이점은 상당히 적절한 방향이었다 생각됩니다.
근래 별별 괴설을 떠들며 극단주의화된 사람들이 인터넷, SNS의 발달로 상호작용을 하면서 더더욱 극단화되어 대형사건을 저지르는 경우가 세계 도처에서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내에서도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는 사안이라 보이는데, 특히나 극단화된 정치욕구와 결부되어 벌어질 가능성이 다분하다 할 수 있습니다. 이른바 '1호선 광인'이라 불리는 케이스들을 보면 뭔가 기화만 주어진다면 칼부림이나 방화로 이어질 개연성은 충분히 있지 않나 생각되는데... 과연 대응 태세가 충분한지에 대해서는 많은 의문이 있습니다. 애초에 제대로 된 사법경찰의 배치도 불충분한데다 그 운용조차 졸렬하기 그지 없어 순회단속을 제대로 도는 꼴을 본적이 없는데다, 일반경찰과는 맨날 관할 트러블이나 내고 다녀서 제대로 협조도 안되는 판이라는 이야기가 많은데, 과연 이런 수준으로 저런 무차별 테러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서울역에서 보여주기식 휴대품 수색이나 경찰견 순찰을 하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1호선 광인이나 4호선 난장판을 헤집어 나가는 순찰 경관이 필요한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