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의 보도에서 자동운전이라는 제호를 걸고 일본 신칸센의 자동운전 실험을 보도했습니다. 본문에서는 다시 무인운전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사실 이 부분이 철도 무인운전에 대한 오해를 많이 일으키는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사실 기술적으로는 어느정도 용어의 정립이 되어 있기는 하지만, 대중적으로 자동운전과 무인운전이라는 용어가 많이 섞여 쓰이는 그런 부분이 있달까 그렇습니다.
사실 자동운전과 무인운전은 같은 말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전자는 보통 "운전자가 없는(Driverless)"라는 기준에서의 운전개념으로 흔히 말하는 지하철의 ATO가 사용중이라면 자동운전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후자는 아예 "사람없이(Manless or Attendant-less)"에 해당하는 것으로, 열차 내에 첨승하는 관계직원이 없이 운행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여기에서 또 운전자가 실제로 첨승하지 않는 것과, 첨승하되 운전관련 조작을 하지 않는 것, 그리고 운전자격자가 아닌 안전요원의 첨승이 있는 것과 없는 것으로 좀 더 세부적으로 나뉘지만, 관리적인 면이 아니라 기술적으로는 앞의 자동과 무인으로 나누어 말하면 대충 맞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로서 자동운전 자체는 90년대 중반 이후의 지하철에는 모두 적용이 되어 있기는 합니다. 노무관리나 안전관리의 차원에서 운전자격자인 기관사가 승차해 운행하는 것이 기본이기는 하지만, 일단은 자동운전 모드로 다닐 경우 기관사 대신 기본적인 안전, 직무교육을 받은 승무원이나 여타 직원이 승무하더라도 운행이 불가능하지는 않은 그런 수준이 적용은 되어 있기는 합니다. 무인운전은 근래 건설되는 경전철 규격에 가까운 노선들은 거의 적용된 편인데, 원래 차내에 안전요원 첨승을 하도록 되어 있지만 민자업체들 대부분이 배째라 식으로 안하고 있는 모양이라 실효성 있는 규제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의문이 들기는 합니다.
저 기사에서 신칸센에 적용된 것은 자동운전인데, 기사 본문에서는 무인운전으로 잘못 이해하는 부분들이 종종 보입니다. 실은 일본측 보도에서는 '드라이버레스'라는 용어를 정확히 쓰고 있고, 이 시험운전의 의의를 이야기 하는데서도 '운전면허가 없는 계원이 열차를 운행하는 것으로 유연한 근무 방식도 기대'라는 표현을 쓰고 있습니다. 즉, 운전자가 없이 첨승인원 기반으로 굴리겠다는 취지에 가까운 이야기입니다.
사실 신칸센 자체는 64년에 건설했을 때 부터 ATC라 불리는 차상신호시스템을 적용하면서, 기관사의 판단이나 조작기량에 의존하는 부분을 최소화하는데 많은 노력을 들였던 시스템입니다. 그걸 위해서 당시로서는 지하철 같은 곳에서나 적용되던 전 구간의 입체교차화를 전제로, 전용의 차량만 쓰는 구조로 만들어졌고, 운전시간대와 보수시간대를 완전히 분리하고, 운전개시 이전에 확인차를 보내 시설점검을 다 완료한 이후에나 운전개시를 하는 등 철저하게 통제된 운행조건 하에서 운행하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이때문에, 기존선과의 직결운전은, 애초에 일본이 협궤라서 불가능하기도 했지만, 고려대상 밖이었고, 지금도 전용의 차량에 한해서 지정된 노선에만 겨우 이루어지는 식이기까지 합니다. 이런 환경에서 자동운전 적용 자체는 기술적 문제라기 보다는 법과 제도, 노동의 문제였다고 봐야할겁니다.
한국의 간선 및 고속철도에서는 자동운전도 아직은 좀 먼 이야기에 가까운데, 일단 자연환경이나 인문환경적으로 보더라도 일단 환장하는 조건이고, 단일 선로에 고속, 간선, 화물, 광역이 다 섞어다니고, 직결운행도 엄청나게 많아서 같은 계열의 열차라 해도 그 차량형식이나 규격이 제각각인데다, 심지어 이걸 5분 이내 간격으로 우겨넣다시피 하는 구간도 있어서 일단 자동운전 하에서 돌릴만한 상황이 아니기도 합니다. 그나마 요즘은 안전문이 보급되고 건널목이 줄어들어서 돌발적인 사고 자체가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사람이나 동물의 선로침입 같은 상황은 종종 일어나고 있어 자동운전의 안정성이 보장이 안되는 조건이기도 합니다. 거기에 경영여건을 너무 쪼아놓은 나머지 차량 정비조차 허덕여서 고장율이 나오는 판국에서는 자동운전에 필요한 정비 무결성이 담보되지 않는 문제도 있고 말입니다. 지금 건설계획이 다 돌아가고, 자동운전에 부수되는 개량을 다 돌린다고 해도 아마 20년 안에는 불가능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물론 지하철이나 경전철 레벨에서 자동운전이나 무인운전 보급은 지하나 고가선에 분리된 시스템이라는 조건 하에서 움직이는 사업인지라 이미 지금에 이르러서도 적용되고 있고, 아마 앞으로 신규건설되는 사업에서는 기본 규격이 되기는 할겁니다. 이런 곳의 기관사는 지금까지의 기관사와 다른 직무 내용을 가지고 근무할 수 밖에 없기는 할겁니다. 역이나 승무원 업무를 하다 유사시나 어느정도 제한된 범위에서의 운전을 하는 정도라던가, 차량기지 내부의 운전이나 아예 영업열차가 아닌 유지보수용의 특수차 운전으로 국한되거나 그런 경향은 생기긴 할겁니다. 하지만, 리거시 시스템이라 불릴만한 영역이나 간선, 고속철도같은 영역은 아직은 많이 이른 이야기라 할겁니다. 뭐, 애초에 철도에 기관사만 있는게 아니라 엄청나게 많은 직무들이 엮여서 사업이 돌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고용과 노동의 문제까지 이야기하려면 아마 반세기 이상은 지나봐야 할거같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