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개업 시점을 1925년이라고 한건 그해 9월 30일에 서울역, 당시엔 경성역 건물이 준공되었기 때문에 이를 기준한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하지만, 의외로 식당 자체의 개점은 1922년이라는 언급이 '한국철도100년사'에 있고, 1924년도 기사에서도 일주간 휴무 같은 기사가 있어서 연원을 따지고 들면 더 올라갈 여지도 있음직 해 보입니다. 준공 이전에 사용 개시를 했을 가능성이나, 아니면 당시 남대문역이나 서대문역에 이미 식당이 있어서 그곳의 영업을 이야기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일단은 청사 내의 식당이라는 기준을 잡는다면 1925년이 그리 잘못된 표기는 아닐거라 봅니다.
다만 식당의 상호는 의외로 그릴이라는 이름이 안보이고, 대부분 경성역 식당 정도로 표기가 되고 있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적는다 해도 이계(이층) 식당 내지는 누상식당 등으로 건물 위에 있다는 것을 기준해 언급하는 경우가 많고, 당대의 부설 식당들의 경우 옥호를 그대로 따라가는 경우가 많아서 다른 이름이 특히 붙지는 않았던 걸로 보입니다. 경성역의 경우 1층 3등대합실에 간이식당을 두었기 때문에 이것과 구분해서 이층 식당으로 구분지을 필요가 있던 것도 이름이 오락가락한 이유 중 하나였을거고 말입니다.
'그릴'이라는 호칭은 1930년대에 시중의 고급 레스토랑들이 내거는 상호중 하나였습니다. 옆의 것은 신문에 광고를 내거는 그릴 중 하나인 영보 그릴의 광고입니다. 종로에 있던 영보 빌딩에 들어가 있던 그릴로, "순불란서 요리"라는 점을 상당히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외에 '보아 그랑'이나 '치요다 그릴' 같은 곳이 광고를 내걸고 있는데, 광고 문언에서 딱히 메뉴를 강조하는 경우가 잘 없는 편이어서 어떤 메뉴를 내었을지는 불명확하기는 합니다. 여담이지만, 옆 광고의 영보 그릴은 전시통제가 농후해진 1941년 이후에 무려 "중화요리 신설"이라는 광고를 내기도 하는데, 미국과의 전쟁 가능성이 강해지면서 적성국가에 관한 것들을 통제하는 과정에서 양식 영업의 규제나 이용객의 거부감을 줄이기 위한 조치를 한게 아닌가 보입니다. 메뉴의 엄밀성이 생각만큼은 아니었던 흔적이라면 흔적일거고 말입니다. 대개 그릴들은 연회 영업외에 주류, 커피, 일반 식사등을 모두 취급하는 편이고, 일품(알라모드) 같은 것도 판매를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건 지금과 크게 다르지는 않은 편이기는 합니다. 경성역의 식당 역시 비슷한 영업양태를 보였을거라 추측해도 그리 어색하지는 않을걸로 생각됩니다. 다만, 그럼에도 어떤 행사를 이런 시중의 그릴에서 했다는 기사는 나와도, 경성역에서 한 경우에 이걸 그릴이라고 칭하는 경우는 또 없어서 아무래도 그릴이라는 상호 자체는 후대에 붙여진 것, 아마도 1966년의 신장개업(아마도 리모델링 개업)을 했을 당시에 붙여졌던 것이 맞지 않나 생각됩니다. |
영업장은 90년대 들어서 민자역사로 한차레 이전을 했고, 현 영업장소인 신 민자역사는 2003년 11월에 사용개시를 했던 걸 생각하면, 장소를 사실 두 번이나 옮겨다녔던 택인지라 사실 적통(?)을 따지기는 좀 어려운 면은 있기는 합니다. 가게가 옮겨가면서 메뉴 역시 시중에 맞추어 어느정도 따라갈 수 밖에 없었을거고 말입니다. 다만, 영업자체는 그래도 연속성을 가지고 있던 것으로 생각은 되는데, 90년대나 2000년대 이후에도 언론사의 인터뷰나 소규모 연회를 그릴에서 했다 라는 이야기가 남아 있기는 합니다.
장래 매장 리뉴얼 이후에 사업을 속행할지 아니면 좀 다른 형태 내지는 다른 상호의 가게가 들어올지는 모르겠습니다. 이번에 화제가 되긴 했으니 그 브랜드 파워에 기대서 영업을 재개할 가능성이 좀 있을거라 보기는 합니다만, 이건 경영자의 의사결정에 따라갈테니 두고 볼 일이기는 합니다. 좀 바란다면 미국 뉴욕의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역의 오이스터 바 처럼 100년 넘게 영업을 지속하는 구내점포로 남겨졌으면 하는 기대를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