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가장 큰 꼭지는 동해남부선 및 중앙선의 개량사업이 일단락 됨에 따른 운행체계의 대대적 개편일겁니다. 비록 중앙선 안동~영천은 공사가 한참 남아서 몇년 뒤를 기약하게 되었지만, 기 개통된 대구선과 함께 역사와 전통의 지방간선 동해남부선이 구 협궤 경동선 개궤 이래 가장 대규모적인 체제변환을 단행하게 되었습니다. 이게 단순히 태화강 이남과 이북 구간의 여객 교통 이원화 같은 개정만 들어간게 아니라, 경주역에 있던 승무거점 및 차량정비 거점을 포항 등지로 재배치하는 꽤 대대적인 변화이기 때문에 준비작업도 방대했고 또 화물 등의 운행시스템도 대대적으로 일신했을거라, 일이 굉장히 크긴 했을거라 봅니다. 화물쪽의 흐름이 좀 신경쓰이긴 하지만, 실제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수 있을 부분이라.
당장에 여객 부분에서의 개편은 구선을 정리하면서 대대적인 시간단축에 따라 열차시간과 정차역을 재배치하는 것이 주안점입니다. 여기에 태화강 이남으로 내려가는 무궁화호 편수를 다수 정리하여 전동차 구간과 간선열차 구간을 이분화하고, 태화강 이남의 무궁화 정차역을 기장, 신해운대, 센텀 정도만 남기는 대규모 정리를 단행했습니다. 의외로 가설 승강장이 아닌 정규 저상 승강장이 완비된 남창역의 간선정차까지 날린점은 이채로운 부분인데, 아무래도 전동쪽으로 수요를 집중시키고자 의도한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선로용량 자체는 아직 여력이 있긴 하지만, 비교적 둔중한 무궁화를 자주 정차시켜서 생기는 시간 손실이나 운전상의 지연 연쇄 가능성을 좀 우려한게 아닌가 생각은 듭니다.
한편으로 구선의 정리가 단행되어서, 경주는 역사깊은 현 경주역이 폐지되고, 서경주역은 비교적 양호한 입지에서 차량에 의존해야만 하는 벽지로 멀찍히 이설되었습니다. 이외에 일정한 수요가 있던 불국사와 호계 양 역이 폐지가 되어버려서 근교와 간선이 혼합되어 있던 동해남부선의 교통 패턴이 완전히 간선이용으로 몰리게 되는 개정이 되었습니다. 시간단축 효과가 워낙 커서, 거의 20분 이상의 시간단축, 심한 경우 30분 가까운 단축까지 나오는지라 간선쪽은 상당한 효과가 있겠지만, 대신 근교 이용은 이설로 인한 접근성 저하 덕분에 상당히 상실될 거라 봅니다. 이게 아마 장래에 남은 과제가 될거라 보이지만 여기서 이야기하긴 좀 잡설이 기니 넘어가겠습니다.
그외에 주목할만한 부분은 경부선의 운행패턴 변화입니다. 지금까지 서울, 대전, 동대구, 부산의 네 거점역을 기준으로 통근시간을 배려한 구간열차들이 중간중간 편성되어 있었는데, 이번 개정에서 서울~동대구 구간 무궁화가 사실상 전폐되었습니다. 그래서 구간열차는 서울~대전, 부산~대전, 그리고 2왕복 정도가 있던 동대구~부산만 남겨지게 되었습니다. 이건 탐문해 본 바로는 동대구의 차량정비시설을 대구권 광역철도 사업에 맞추어 개량공사를 하게 되어서, 동대구의 차량정비능력이 크게 감축되어서라고 하기는 합니다. 물론, 장래 광역전철의 보급과 EMU-150투입개시와 같은 환경변화가 따르는데다, 무궁화호의 노후화 문제가 있기 때문에 장래에 원래 운행수준으로 복구될 가망은 없긴 합니다만, 갑자기 전면 단행이 닥쳐온 점은 변화관리라는 면에선 좀 아쉬움이 없잖아 있긴 합니다.
그리고 3일의 유예가 있긴 하지만, 31일자로 새로운 간선 중부내륙선이 영업개시를 하게됩니다. 비록 전구간 개통도 아닌 1차 개통이고, 운행구간이 부발~충주로 단촐해서 서울까지 전동열차편으로 접근하는 시간이 KTX-이음 운전시간의 2배쯤 들어가는 상황에다가, 그나마 나온 운행계획도 1개편성만의 셔틀운전이라 썩 편리한 시간대가 확보되지 않는 등의 문제가 있습니다만, 그래도 없는 것 보다는 낫긴 하고 일단 굴러가기 시작하면 나중에 개선을 해볼 여지는 생기는 거니까, 일단은 두고 볼 일이겠습니다. 아마도 2단계인 충주~문경 구간의 개통일자가 확정되고, 관련 사업인 수서~광주(삼동)선이나 월곶~판교선의 진척에 따라서 중장기 운행계획이 갈리긴 하겠습니다만, 당장에는 최소 운영으로 손실을 컨트롤하는데 집중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기타 좀 소소한 시간변경들이 시간표에 여럿 들어가긴 했는데, 그중에서 좀 재미있는 부분이 있다면 호남선 KTX 482, 484의 "다이어 스왑"일겁니다. 서대전 경유, 그중 구 484는 486과 함께 서대전 시종착을 하는 일종의 '특벌차'중 하나였습니다. 이른바 세종시 나으리들 통근대책으로 '차출'되는 열차편으로, 들은 말로는 쌩으로 출고한 차를 회송까지 띄워서 상행을 올리고, 또 아침에도 통근차를 내려보내서는 회송으로 입고시킨다는 그런 방만™하기 그지없는 운용이었다고 하는데... 이게 좀 눈치가 보였는지 어쨌는지, 호남 기존선 경유열차인 482를 열차번호를 바꾸어 행신까지 보내고, 방만운용에 가깝던 484를 482로 바꾸어 아마도 반복운용을 모색하는 개정을 한거같습니다. 원 시각표 열번 순서가 반대였던 걸 환원하는 걸 봐서는 일종의 '민원'성으로 시간을 바꿨던걸 원복하는게 아닌가도 싶기도 하고 말입니다.
여담이지만 이번 개정에서는 시간표의 변동사항을 공지로 따로 띄워줘서 뭐가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캐치해 보기가 편한 개정이었는데, 이런 "패치 노트"를 정리하는 건 잘하는 부분이라 생각이 듭니다. 물론 이게 자기 이용하는 열차가 틀어져서 화가난 사람이나, 좀 사소한데 목숨을 거는 특정한 성향의 사람들에겐 꼬투리잡히기 좋은 부분이라는 문제도 있기는 합니다마는, 그래도 이용객에게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를 어필하는 부분을 보여줄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리고 장래에는 지금처럼 일정이 튀는 "전격적"인 개정이 아니라, 아예 연례 2회 정도의 정기 개정일을 정해두고, 개통일정도 여기에 맞추어 셋업하는 식이 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육운 및 내륙수운까지 망라하는 연락운수가 워낙 치밀하게 짜여져 있어서 개정 한번 하는데 3년 정도의 준비작업이 들어가는 스위스 수준쯤은 아니더라도, 보통 3월 31일자와 10월 31일자 정도로 개정일정을 통제하고, 1년 내지 1년 반 정도의 준비작업을 계획하는 일본 JR식의 시스템을 배워 정기개정체계를 확립할 필요는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물론, 소소한 버그패치 개정들을 끼워넣을 수는 있긴 하겠지만, 이용자와의 약속이나 일종의 계약이라 할 수 있는 시각표가 너무 쉽게 오락가락 하는 건 소비자 신뢰를 좀 악화시키는 부분이 있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