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이 겹쳐서 뭘 딱히 못하고 있었는데, 그러던 와중에 재미있는 영상이 하나 보여서 옮겨옵니다. 에스토니아 Ropka 인근에서 생겼던, 8명이 부상한 트럭과 열차의 건널목 충돌사고(현지 뉴스)로 발생한 탈선을 수습하는 영상입니다.
일단 객차열차가 아닌 디젤동차, 그것도 관절대차 구조를 가진 열차다 보니 강하게 탈선되면서 차체가 상당히 파손되어버렸고, 그런 이유로 차체 전체를 선로에 올리는 것도 힘들 걸로 판단해서 분할하는 걸로 작업계획을 짠걸로 보입니다. 일단 선로 위에 남아있는 차체는 철도 기중기와 임시대차를 사용해서 복선시켜, 선로를 통해 반출하는데, 이 과정을 영상화 한겁니다. 철도 기중기를 사용해 복구작업을 하는 정석적인 광경이고, 낮 시간대에 저렇게 작업하는 걸 보기는 상당히 어려운지라 일견의 가치가 있다 할겁니다.
여기서 남은 한 쪽 차량은 별도의 도로 기중기와 저상 트레일러를 구해서 아마도 심하게 손상된 대차는 별도 수송하고 차체만 가져다 수송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한 7~80년 전의 재래식 객화차라면, 손상이 심하거나 심하게 탈선해서 선로 복선이 어려울 경우엔 주요 부품과 적재품만 반출하고, 나머지는 현지 해체 처분을 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요즘은 심한 격오지거나 저개발지역이 아닌 이상에는 그렇게까지 우격다짐으로는 하지 않기는 할겁니다. 애초에 동력차라면 상당히 비싸고 중요한 차량이니 어떻게든 살려보려고 하는게 보통이기도 하고.
사실 차량의 복구가 끝나더라도, 그 다음엔 시설물의 복구가 따라야 합니다. 일단 선로전환기를 박살을 내놓은 상태인데다, 탈선의 충격으로 침목과 레일이 뒤틀려서 이걸 복구하는 작업이 따라야 하고, 마침 디젤동차 구간이라 선로변 시설이 크게 피해를 보진 않았지만, 신호기나 선변변압기, 전차선이 있었다면 이걸 복구하는데도 꽤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게 됩니다. 생각외로 이 작업이 상당한 시간을 요하는데다, 상당한 인력도 필요하기 때문에 보통 인근의 유지보수 담당인원을 총동원하고, 보선장비류도 투입가능한 만큼 최대한 동원해서 작업을 하게 됩니다.
다만 유럽쪽, 그것도 지선철도의 경우다 보니 작업현장이 단촐한 감이 있기는 합니다. 오후 5:37분에 발생했던 사고를 인명구조 이후 다음날 아침부터 수습 작업을 하는 걸로 보이는데, 한국이라면 아마 벌떼같이 사람들이 달려들어 밤샘 작업으로 차를 치우고 운행선을 살려내지 않았을까 생각이 됩니다. 한국전쟁 이래로 유사시를 늘 염두에 두고 돌아가던 구 정부현업 조직이다 보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