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 지역의 관심사업이기도 했고, 안전문제 이야기가 나오던 대전북연결선 개량대체 사업이 발주까지 나가는 단계에서 어그러지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좀 뜬금없이 나오긴 했지만, 뭔가 기관 사이에 복잡한 사정이 얽혀있는게 아닌가 추정이 됩니다.
일단 보도 내용에서 비판의 포인트는 첫째, 대전조차장 미경유로 대전역으로 바로 직결하는 형태의 선형이 되면서 분기기와 신호기계실을 추가하게 되는 점, 둘째, 그렇게 만든 터널구간은 30퍼밀에 달하는 급구배 구간이 들어가는지라 유사시 구원운전에 애로가 생기는데다, 전원공급장치, 아마도 모터블록이라 부르는 동력대차를 말하는 걸로 생각되지만, 6개중 2개 차단시 운행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점, 셋째는 그렇게 투자해서 운행시간 단축효과는 1분에 불과하다는 점을 들고 있습니다.
해당구간은 운행안전 면에서 급곡선, 급구배로 최고속도가 120km/h으로 제한되는데다, 해당 구간을 지나보면 알지만 곡선을 지나면서 꽤 소음도 심하게 나는 편입니다. 특히, 하행쪽은 경부선을 타넘으면서 운행하다 보니 그야말로 시가지를 내려다볼만큼 높은 지점을 지나는데다, 내리막 구배덕분에 차륜 갈리는 소리도 꽤 심하게 나는 그런 구간이었습니다. 유지보수 면에서도 저런 극한 조건인데다, 단선고가에 위치해 있어서 쉽지 않은 그런 구간이어서 개량 자체가 필요하긴 한 구간이긴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개량하는 선로가 더 극한 운전조건을 가지는 구간이 되어버렸다는 점은 좀 아이러니하다면 아이러니 한 부분이라 할겁니다. 기껏 3,700억원짜리 사업을 계획해서 의도한 개량이 안된다는건 예산의 낭비인 셈이니.
사실, 여기서 이 안전 문제 자체보다 실제 이슈가 된 부분은, 대전조차장을 스킵하면서 서대전 경유 호남선 KTX가 통으로 정리되어야 하는 쪽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대전조차장의 남쪽 끄트머리에서 고가선으로 분기하는 호남선을 태워서 서대전~익산 구간의 KTX를 운행을 시키고 있는데, 사실상 해당 구간의 완전 폐지가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이건 될 수 없는 이야기가 된게 아닌가... 그렇게 생각이 됩니다. 물론 철도공사 입장에서야 별로 실익이 크지 않은 지선사업이니 개량사업을 빌미로 잘라내는게 나쁜 이야기는 아니긴 하지만, 서대전이나 계룡, 논산같은 지역에서 불만이 안나올리가 없는 사안이니 이걸 직접 대응해야 하는 철도공사는 좀 부담스러운 건수기도 하고, 또 고속선 트러블이 났을때 시간 손실이 가장 큰 루트기는 하지만 호남선 열차들이 우회하는 루트가 여기라서 폐지하기가 난감한 그런 부분도 있기는 할겁니다.
여기에 대전시 입장도 이게 민감한 건 있을건데, 일단 서대전역 활성화 문제가 지역 현안으로 걸려있는 판에 이게 현실화되면 왜 이렇게 하는 걸로 하셨어요? 라고 추급이 걸릴 건수기도 하고, 또 마침 지하경유 문제로 지역 대학교가 불만을 내걸고 있는 상황이 왔으니 대충 넘어갈 사안이 되긴 어렵다고 해야할겁니다. 그런데 또 반대로 이 사업으로 확보되는 유휴시설을 대전광역철도에 쓰려는 구상이 있는 눈치라서, 이게 꼬이면 또 사업이 이래저래 복잡해지는 문제가 남습니다.
사실 이게 필수적인 사업인가를 생각하면 딱히 그런 사업은 아니기는 합니다. 기존에 쓰던 선로가 안전상 부담요인은 있지만, 아주 못쓸 정도로 심각한 선로는 아니기도 하고, 또 어차피 전열차 정차 조건이 걸리는 대전역을 앞두고 있는 구간이라 고속주파가 필요한 것도 아니기는 합니다. 이설 공사로 구배가 완화되고 노선연장이 단축된다면야 약간 과잉사업 기미는 있지만 할 이유가 있긴 하겠지만, 이것도 아니라면 그야말로 공사를 하기 위한 공사를 하는 격이라 할 이유가 마땅찮기는 합니다.
하지만 이제와서 백지화를 하기엔 진행된 절차가 있어서 누군가가 책임을 지고 사업을 물르던가 해야하는 난감한 전개가 되고 있는게 아닌가 싶어집니다. 사전에 협의가 잘 되었다면, 아니면 예전처럼 In-house로 건설과 운영이 묶여있었다면 적어도 되고 안되고의 의사결정 이후에 사업의 진척이 나오긴 했을겁니다. 물론 그만큼 문제가 물밑에 숨겨진 채가 된다는 문제는 있겠습니다마는. 기관을 쪼개고 서로의 이해관계가 어긋난 결과가 이런데서 나온거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