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에 말도 많고 탈도 많던 EMU-150의 출고식이 있었습니다. 거의 1년 이상이 지연된 그야말로 희대의 제작사고를 낸 차량이 된 셈인데, 그래서인지 초도편성 출고를 두고 꽤나 뻑적지근한 행사를 개최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운용할 철도 측에서야 간선형전동차는 이번이 네번째 차종인지라 엄청나게 큰 의미가 있진 않지만, 제작사 측에서는 정말 우여곡절 끝에 달성하는 간선형 차량의 출고인 만큼, 로윈 이래의 간난신고를 생각하면야 감개무량하기는 했을거라 봅니다.
이번 초도편성의 가장 큰 특징은 다른 개인촬영 영상으로 보면 4량 1편성 조성으로 기존 ITX-새마을의 6량 1편성과 확연이 달라진 조성을 가졌다는 점일겁니다. 이에 따라 하부기기 배치가 상당히 달라진게 보이는데, 도색이나 외형은 ITX-새마을과 유사하지만 기기구성은 오히려 누리로에 가까운 차량이 아닌가도 생각됩니다. 다만, 확인되는 세부 디테일은 또 ITX-새마을이나 누리로와는 또 달라진 구성인데, 연결기 커버가 탈착식이 아닌 KTX-산천과 비슷한 개폐식이 적용되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자동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마는, 연결기 쪽은 기존에 ITX-새마을이 쓰던 전동차용의 사각핀 방식 밀착연결기를 쓰고 있는 듯 하고, 전기 커넥터 역시 설치는 되어있는걸로 보입니다. 상호연결 운전이 될런지는 모르겠습니다마는,
그리고 ITX-새마을에 비해서 디자인 외에 확실히 달라진 부분은 고상승강장 대응 출입문이 달렸다는 점입니다. 기존의 누리로 처럼 하강식 발판 대신에 KTX-이음과 유사한 돌출식 발판으로 저상홈 대응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기구 자체도 동일한 타입으로 생각됩니다. 장래에 고상승강장으로의 시설 전환을 할 생각이 이미 정부나 철도공사, 철도공단의 컨센서스에 가까운 만큼 차량도 이에 맞춰간다고 생각이 됩니다.
실내설비 쪽은 아무래도 ITX-새마을 이래로 모노클래스화가 진행되다 보니 왕년의 새마을이라기 보다는 무궁화에 가까운, 그나마 좀 간소한 디자인으로 채워져 있는 느낌입니다. 좌석 시트 사이에 콘센트가 설치되어 있는게 좀 차별점이라면 차별점으로 보이기는 하는데, 기존 콘센트가 몸을 숙여가면서 써야하는 좀 불편한 위치에서 일변한 점은 평가할 만 하지만, 승객안전 면에서는 좀 위험성이 있지 않나 싶은 느낌이 있습니다. USB플러그나 무선충전기를 제공 안하는 점은 조금 단점이라면 단점이겠지만, 근래 USB규격의 파편화 문제 때문에 충전규격 맞추는 문제가 복잡한 점이나 철도차량의 객실 서비스 전원이 그리 안정적인 전원은 아니어서 고장가능성이 높은 점 때문에 큰 단점까지는 아니지 않나도 생각은 됩니다.
투입구간이 어디가 될지는 두고는 봐야겠지만, 4량 편성이라는 점에서 아마도 운용구간이 수도권이 아닌 비수도권, 그중에서 충북선이 1순위가 되지 않을까 생각이 되고, 만약 수도권에 오게된다면 태백선과 중앙선 투입이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부지 준비중인듯 하지만 제천에 EMU-150 정비거점이 설치될 예정이기도 하고, 마침 충북선은 원래 4량편성 운용, 중앙선, 태백선의 경우도 개량 이후 4량편성화가 된데다 KTX-이음 투입 덕분에 일반 간선열차에 장대편성을 투입할 필요가 없어진 상황이니 전후상황이 딱 맞기는 합니다. 장래에는 대구, 부전를 기점으로 한 대구선, 동해선, 경전선 운용이 추가가 있을거지만 일단 최초투입에서는 확실히 정리가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다만, 여지는 약간 있는게 EMU-150이 사실상 ITX-새마을과 동급의 열차가 되는 이상, 대체하게 되는 무궁화호를 폐지하고 새마을호를 투입하게 되는 사실상의 운임인상이 발생하게 될 것으로 보이기는 합니다. 이건 뭐 ITX-새마을의 투입시점에서 언젠가는 이루어질 일이었기는 하지만, 아마도 EMU-150차량 투입이 본격적인 대체의 신호탄이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마침 물가상승 문제로 여론이 불안불안한 타임이지만 철도공사도 운임인상을 미뤄둘 만큼 여유만만한 상황이 아닌지라 한번 정도는 충돌이 있을거 같아 보이기는 합니다. 어떻게 이걸 극복할지 전략이 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도 들고 말입니다.
장래에는 경부선 주변 광역시 근교권을 아우르는 광역철도 수송, 200km/h이상 규격을 맞춘 간선과 고속선을 대상으로 하는 준고속/고속수송과 함께 이 EMU-150과 ITX-새마을을 주력으로 하는 간선 수송이라는 3.5티어 구조의 철도망 여객 체계가 기본이 될 겁니다. 이중에서 간선 수송은 광역과 준고속/고속 사이에 남겨진 수요들을 커버해야 하는, 흡사 샌드위치와 비슷한 양쪽에서 눌려지는 그런 위상이 될 수 밖에 없을겁니다. 따라서, 84년 체제의 유산이라 할 수 있는 현 3등급의 여객 열차 체계가 차량의 도태와 수송구조의 변화에 따라 모노클래스로 압축이 될 거고, 이 압축에 따라오지 못하는 몇몇 특수한 지선들이 부스러기처럼 남겨지기는 하겠지만, 결국 ITX-새마을과 EMU-150이 제시하는 수송모델로 점차 수렴될거라 보입니다. 그 점에서 이번 차량은 향후 20년의 간선의 표준이 되는 한 표상이라 할거고 말입니다.
다만, 이번 차량이 워낙 우여곡절이 많은지라, 한동안 차량의 안정성이나 품질 문제가 많이 나오지 않을까 걱정은 됩니다. 과당경쟁과 저가수주 문제가 계속해서 말이 나오고 있는 중이고, 또 이에 따른 부품이나 기술의 파편화나 숙련공의 유실 문제, 산업기반의 부실화 같은 우려도 많이 제기되고 있고 말입니다. 여기에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로 희대의 납품지연까지 발생해서 업체의 존립에도 우려가 있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과연 이 사태가 어떤 전개로 흐를지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