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X-A선 민자사업구간의 사업비는 얼핏 보면 커 보이지만, 실제로 km연장당 단가를 내보면 무려 630억원이라는 상당히 저렴한 가격이 계산이 되어 있는게 확인이 됩니다. 물론, 2015년 기준 불변가니까, 소매물가지수(RPI) 같은 물가상승률을 곱해서 적어도 20% 이상의 증액요인은 생길거고, 실제 시공단계에서 변수가 있기 때문에 확정적인 금액일리는 없기는 합니다마는. 그렇다 쳐도 독보적으로 싼 사업이라는데는 별 이견이 없을거라 생각될 정도입니다. GTX-A 재정구간은 더 싸게 잡혀있긴 한데, 이건 이미 건설되어 있는 수도권고속선 공용조건에, 이미 선제시공이 되어있는 부분의 터널과 선로, 그리고 정거장 건설비용이라 그런걸로 생각됩니다. 가장 빡센 삼성~수도권고속선 연결선 구간과 동탄 남쪽의 회차선 건설이 걸려있어서 이게 잡아먹는 돈이 만만치 않겠지만, 기존선 킬로로 희석해서 저런 결과가 나와준 셈이랄까.
하지만 GTX가 정말로 "저렴한" 공사가 되는가에 대해서는 B선의 데이터를 보면 생각만큼 그렇지 않다는게 확인이 됩니다. 민자구간이나 재정구간이나 전부 키로당 1000억원을 넘는 단가가 들어가는 걸로 계산이 됩니다. 민자구간쪽은 경춘선 공용 거리 22.9km를 일부러 제외하고 계산을 한 값이니 좀 이견은 있긴 하겠습니다마는, 이쪽은 연결선을 재정에 넘겨서 하는 걸 생각하면 그걸 뺀 값을 단가로 잡아도 그리 틀린 값은 아닐거라 보입니다. C선의 경우는 600억원이 채 안되는 단가를 내놓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기존선 공용 거리가 구간의 절반 가까이는 된다고 보면 역시 키로당 1000억원 전후의 단가를 찍을거라 생각이 됩니다.
이 숫자는 사실 지금 추진중인 서울시의 지하 경전철 건설단가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숫자고, 중전철 사업들에 비교하면 30% 정도 싼 값에 해당합니다. 다만, 중전철의 경우 1km내외 간격으로 역 건설을 올리고, 또 그 역의 규모가 상당히 큼지막하기에 그걸로 생기는 건설비의 증가요소가 막대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GTX가 대심도를 통과하기 때문에 낮은 건설비가 가능하다는 주장은 전형적인 말장난에 불과하다 할 수 있을거고, 실질적으로는 역 건설을 최소화하여 그걸로 생기는 건설비 부담을 최소화한다는게 정확한 사업비 감축의 정체라 할 수 있을겁니다.
이 말은 뒤집으면, 과거 누적되어 왔던 지하철과 국철의 망 투자에 올라타서 장사를 하는 사업이 GTX라는 이야기라 할 수 있습니다. 즉, 버스나 지하철의 기존망이 없었다면 GTX는 시민들이 경공술을 익혀서 3~5km에 달하는 접근이동거리를 허공답보에 의해 10분 이내로 접근해야 사업이 성립할 수 있다는 이야기니 말입니다. 이 말을 뒤집으면, GTX는 결국 기존의 망 투자가 빈약한 지역에 건설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영업성을 확보할 만한 기반이 매우 빈약하다는 이야기가 될 수 있을겁니다. 물론, 지금의 사업전개도 환승저항이나 요금저항이 당초 구상한것 보다 크다면 그대로 나락으로 빠지기 좋은 극한의 사업설계에 가깝기는 합니다만서도. 그렇기에 B나 C선이 기존선의 공용구간을 잡아 들어가는 것 자체는 해당 노선이 용량문제가 심각하게 생기지 않는 한에는 사업성을 보충할 수 있어 나쁘진 않다고 생각이 됩니다. 물론, 공용구간의 운임징수와 배분 문제로 들어가면 또 새로운 고난이 예상은 됩니다만서도.
여기에서 장래 D, E, F선의 구상에 대해서 조금 실마리를 잡을 수 있을거라 보는데, 기본적으로 이들 노선은 기존 망이 약한 지역에 배분을 하게 되는데, 이 말은 뒤집으면 건설로 충분한 수요를 당겨오기가 애매하다 할 수 있습니다. 강남을 관통하는 D선이나 공철을 공유하는 E선은 그나마... 기는 하지만, 나머지 구간에 대해서는 서울에서 비교적 노선망이 부족한 지역을 지나고, 그 이후의 경기도 지역 역시 비슷한 사정이 됩니다. 차라리 이럴바에는 구태여 대심도의 매우 긴 역간거리를 가지도록 설계하기 보다는, 공사비가 좀 늘어나더라도 2~3km정도의 역간을 가지는 완급일체형의 고속지하철 형태로 건설을 모색하는게 바람직하지 않은가 생각됩니다. 즉, 9호선의 고속화 버전에 가깝게 건설을 꾀하면 어떨까 라는 겁니다.
D선의 경우 이미 건설선이 포화상태인 김포공항을 피해 계양-대장-당아래를 경유하면서 도중 환승역을 끼워넣고, 서울시내에서는 디지털단지 일대, 관악구나 동작구의 적정 개소에 단독역을 설치하는 접근을 할 수 있을거고, E선의 경우는 아예 강북순환선을 공철과 동일규격화해서 DMC부터 광운대나 청량리까지 직결운행하는 형태로, 또 접속점 이후 구간에서는 목동 경유로 신구로선과 제2경인선까지 규격 일체화를 해서 이들노선들까지 중전철 1.5~3km역간의 150급 노선화를 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을거고, F선은 그냥 간선철도로 넘겨서 교외선 복선전철화를 축으로 동부측 구간을 개발하는 방향으로 구상을 맞출 수 있을겁니다. 이렇게 조밀화시키더라도 대피역 숫자는 역 4~5개소당 1개소 정도, 근래 역 건설을 압축화하는 걸 생각하면 건설비는 1,200억원/km 정도 수준까지로 억제가 가능할거라 봅니다.
물론, 수도권에 이정도 사업을 몰빵하는게 적절한가라는 논란은 따라올 수 밖에 없기는 한지라, GTX-E, F정도쯤 되면 2030년 이후에나 착공해야 할 사업이 될거라 보기는 합니다. 적어도 GTX-A선의 사업실적을 확인해 가면서 할 수 밖에 없는 사업이긴 한지라. 또한 시내 중심가로의 접근성이 담보되지 않는, 혼잡에 시달릴 수 밖에 없는 환승 기반의 경전철 사업을 계속 확대하기 보다는 과감하게 고속 지하철로 방향을 전환해서 굵은 2~3개 노선으로 집약하는 방향을 꾀하는게 맞지 않나도 생각도 들고 말입니다. 많은 논의와 근래 시도되는 사업의 검증을 거쳐서 장래상을 다듬어가는 그런 과정이 이젠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