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영상은 잘 알려진 레일 좌굴의 순간입니다. 알기로는 영상 자체는 실험 재현을 한 걸로 아는데, 해당 지점의 레일을 토치를 동원해 달궈놓고 주변부를 어느정도 이완시켜 둔 상태에서 기관차를 접근시켜서 스트레스를 가해 저렇게 만들었던 걸로 압니다. 합성처럼 보이는 느낌이지만, 실제로 저렇게 순간적으로 발생하기도 하고 서서히 생기기도 하고 다양한 양태가 있다고 합니다.
꽤나 충격적인 SRT의 첫 탈선사고가 일어났습니다. 간간히 일어나는 레일 좌굴, 좀 예전 아재들의 말로는 장출에 의한 탈선인데, 보통은 염천하에서 묵직한 화물열차들이 간간히 당하는 사고인데 고속여객열차가 당했다는 점에서는 꽤나 충격적이라면 충격적인 사고라 할 수 있습니다. 어느정도 예방노력을 통해 줄일 수는 있는 사고지만, 그런 예방활동을 뚫고 생기는게 레일 좌굴이나 파단인데, 이번처럼 탈선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좀 많이 극단적인 경우라 할 수 있을겁니다.
좌굴 현상은 주로 장대레일을 쓴 경우에 생기고, 대개 극단 기후에 의해 생기게 됩니다. 레일 역시 강철인지라 열을 받으면 팽창하는 성질이 있습니다. 보통 재래식의 철도에서는 20~25m마다 이음매를 두고 그 사이에 팽창이 가능한 유간을 두어서 온도변화에 따라 변형을 받아내는 방식을 썼는데, 장대레일의 경우는 100m이상의 레일을 용접해 하나로 만들어두고 이걸 PC침목과 체결구를 통해 강하게 고정해서 팽창을 억제시키는 방식을 씁니다. 이렇게 하더라도 장대레일의 중간부분은 움직이지 않고 대개 양쪽 말단부가 움직이게 되는지라, 과거에는 이 부분에 신축이음매를 두어 변형에 대응하는 방식을 쓰고, 고속선으로 가면 그조차도 없이 최대한 강제로 결합하는 방식을 씁니다. 그러나 이렇게 두면 가열과 냉각을 반복하면서 레일 자체에 계속해서 스트레스, 이른바 응력이 생기게 되고 이걸 한번씩 가열후 두들겨주는 재설정 작업을 통해 완화를 시키거나 합니다. 이게 여의치 않다면 물을 뿌리거나 차열도료를 통해 열 흡수를 억제시키는 방법을 쓰기도 하고 말입니다.
하지만 이런 관리노력으로 최대한 억제시킬 수 있다고 하지만, 사람의 하는 일이 자연의 섭리를 이겨낸다는 것의 한계가 있는 법이기는 합니다. 보통 이런 과열상태에서 많은 교통량이나 큰 하중이 걸리게 되면 점차 레일이 미세하게 틀어지는 변형, 이른바 킹크(kink)라는 변형이 생겨나게 됩니다. 이러다가 어느정도 선을 넘기게 되면 저렇게 일순간에, 또는 느리지만 확실하게 변형을 일으키면서 뒤틀리게 됩니다. 대개 자갈이 충분치 않거나, 원래 선형이 좀 안좋은 지점이거나 하는 취약점을 노리지만 반드시까지는 아니라 예측과 대응이 쉽진 않은 듯 하고 말입니다. 물론, 저렇게 S자 모양으로 변형이 나기도 하지만, 아예 궤광 째로 솟거나 뒤틀리기도, 또 레일을 고정하는 체결구가 터져서 한쪽 레일만 뒤틀리거나 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그나마 저렇게 곱게 좌우로 틀어지는건 재료의 질이나 궤도의 관리가 잘 되어서 그나마였을지도 모를 일이기도 합니다.
이번 사고의 발생지점은 고속선이 아닌 고속선과 일반선을 연결하는 대전조차장 구내를 살짝 벗어난 지점에서 생겨난 걸로 추정이 되는데, 이경우 고속선처럼 높은 수준의 관리레벨이 아닌, 일반선 수준으로 관리가 되고 있는 아마 구배나 곡선이 걸쳐진 지점에서 발생한걸로 생각됩니다. 관리수준의 아쉬움이 없진 않겠지만, 전날까지 잦은 비가 내리다가 갑자기 더워지면서 온도 스트레스가 크게 가해지는 기후적 문제가 더 큰 경우였을걸로 보입니다. 오늘 보도에서는 앞서 지나간 차에서 이상함이 있었다고 보고가 있었다고 하지만, 저런 레일 좌굴이라면 어느 일순간에 발생하는게 그리 이상한 건 아닌지라, 또 다른 보도에서는 그정도로 고온은 아니었는데 이런 현상이 생기는건 드물다는 전문가의 언급도 있는지라, 아마도 좌굴과 같은 매우 긴급한 이상이라고 판단을 내리지는 못한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아쉽다면 아쉽지만, 귀책을 묻기에는 자연재해성이 강한 그런 사고가 아닌가 싶달까.
이번 사고에서 좀 짚어볼 부분은 결국 누가 철도 시스템에서 "최후의 대부자"였는가 라고 할 수 있을겁니다. 경쟁체제™를 통한 차별화된 서비스라고 하지만, 결국 철도수송의 근간을 지탱하는 건 철도공사였다는 점을 볼 수 있었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시설관리나 차량의 관리를 수탁받아 하는거야 뭐 그렇게 할 수도 있다고 하겠지만, 이 상황에서 환불이나 수송대책을 수립하는 것 역시 철도공사 산하의 역과 관제 등의 운행관리 담당자들이었고, 기중기를 포함해 비상기자재를 동원해 오는 것도 철도공사였으며, 그걸로 수습하고 시설복구작업을 하는 것도 철도공사였습니다. 심지어 이번 사고로 발생하는 환불조치 역시 일단 철도공사가 자기 계정 하에서 먼저 실시를 하고, 아마 사후적으로 정산을 하게 될겁니다. 말로는 차별화라고 하지만, 결국 수많은 기반업무의 무더기 위에 올려진 모래성과 같다고 할겁니다.
만약 이게 2012년에 떠들어대듯 민간개방이 되었다면, 또는 방만경영™ 욕하기는 뭐든지 잘하는 일군의 사람들이 2000년대 초반에 말하던 철도구조개혁이 이루어졌다면 어떻게 돌아갔을지 좀 오싹한 감이 있습니다. 아마 사고의 원인분석이 나올때 까지, 열차운영사와 교통관제, 시설관리와 차량소유 또는 정비위탁사가 누가 잘못했는지를 마라톤회의®를 통해 3박4일쯤 다투는 그림이 나왔을겁니다. 주무부처야 별로 중재할 능력도 정보도 없으니 나중에 2차, 전문용어로 향응을 누가 화끈하게 대접하는지로 심정적 지지를 결정하게 될거고, 결과적으로 독박을 쓰는건 저 수많은 주체들 아래에서 하청이나 도급 형태로 일을하는 어떤 업체가 될겁니다. 물론, 업체가 그나마 좀 성실하고 재력이 있다면 다행이지만, 건설업계의 근래 트렌드처럼 페이퍼컴퍼니나 바지사장을 앉혀놓은 경우라면 어느날 업체가 야반도주하거나 그냥 도산 폐업으로 가게 되어서 현장관리자와 근로자 몇 사람을 형사처벌 하는 걸로 정리가 될겁니다. 현장의 개선은 뭔가 했다는 시늉은 해야하니 나으리들의 점검을 통해 XX개의 지적사항이 도출되어, 개선될 예정이라고 보도되고 후속의 진행상황에 대해서는 적당히 묻어갈거고 말입니다.
물론 철도공사가 엄청 훌륭하고 잘 돌아가는 회사라고 할 수는 없기는 하지만, 그 대안 체제라는 건 그보다 더 추악한 몰골이 아니었을까 생각은 됩니다. 사실, 이런 문제 때문에 잘게 쪼개고 열심히 민간의 창의적 경영®을 장려한다던 영국에서는, 지연사유를 서로 논박하는 업무를 위해 여분의 400여명 어치 고용을 창출하는 신박한 성취를 이루어냈고, 그거에 학을 뗀 민영화의 장본인 보수당이 결국 판을 갈아엎고 대영철도라는 단일조직으로 업무를 통합하는 방향으로 진행을 해 가는 개혁을 하고 있기도 합니다. 결국 모든 책임을 담판지을, "최후의 대부자"로서의 역량을 갖춘 조직이 있어야만 책임있는 운영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많은 사고와 막대한 재정, 그리고 수많은 정책 실패를 누적한 끝에야 알게 된 경우랄까. 이번 사고를 기화로 또 제2의 철도산업발전방안을 들고나올 나으리들이 한탕 좀 해보려고 부릉부릉 후까시를 넣고 있을거 같은데, 참 앞날이 걱정된다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