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X가 새마을보다 비싸네 마네 하는 이야기가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데, 다액의 건설비를 써서 핵심구간의 전용선을 건설한데다,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유사한 서비스가 없는 준고속 사양의 통근 서비스라는 점을 감안하면 요금수준을 기존선에 직접 대비하는건 좀 여지가 있다고 봅니다. 역설적으로 기존선 새마을 운임이 좀 억지로 끌어내려진 요금이라는 건 감안해야 할거고.
그리고 GTX의 경우는 애초에 병행하는 기존 통근전철보다 상위의 서비스라는 전제를 깔고 있는 사업인데, 그 사업자가 인접한 교통수단의 운임수준과 소요시간을 감안해 재량적으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할겁니다.
하지만, 원포인트로 좀 걸리는 부분은, GTX-B, C선은 기존선 공용구간을 상당히 설정해두고 있는 상황인데, 과연 이런 구간에서 그 할증된 운임을 징수할 수 있을까 라는 점입니다. 현재로서 B선은 상봉 이후로 경춘선 공용, C선은 논란이 많이 있지만 광운대 이북으로는 경원선, 과천 이남으로는 과천안산선과 경부선 공용으로 계획되어 있습니다. 이중에서 별도의 승강장과 역무시설을 잡아넣을 수 있는 역은 거의 없다시피 할 뿐더러, 애초에 기존선 공용을 잡아넣은 이유가 기존 인프라에 더부살이를 해서 건설비와 운영비를 아껴보려는 수작인걸 감안하면 뭔가 뾰족한 대책이 있을거라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현실적으로 같은 승강장을 사용하면서 일반전철과 GTX를 이용하는 걸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은 GTX구간에서 착발해서 출발역이나 도착역이 구분되는 경우가 유일할거고, 공용구간 내에서 GTX열차를 사용했는지 여부를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은 극히 제한적입니다. 여기에 현재 GTX-A선 차량의 설계를 보면 좌석지정형 서비스로 운영될 가망은 없어보이는지라, ITX-청춘처럼 차내에서 좌석점유를 기반으로 검표를 해서 어떻게 해볼 수 있지도 않을거라 보입니다.
여기에 기존선 공용구간에서는 잘해봤자 기존에 제공되던 급행전동열차에 비해 딱히 차별화된 속도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거 같지도 않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경부선에서는 일반열차선을 태워서 130km/h 이상의 주행이 가능하기는 하겠지만, 과천안산선은 현재로서는 80~90km/h 정도가 실질적인 상한선, 경원선의 경우는 의정부 이북으로 적절히 열차대피가 이루어진다는 조건 하에 110km/h정도가 상한선이 될겁니다. 그나마 B선이 직결하는 경춘선은 제성능을 다 뽑을 수 있기는 하겠습니다마는, 여기는 ITX청춘 시절에도 여객혼동이나 부정승차 문제가 꾸준했기에 과연 통제가능할까는 의문이 많이 듭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기존선 공용구간에서는 전동열차 운임을 면키가 많이 어려울거라 생각이 됩니다. 적어도 추가 임율을 얻어내기 위한 특단의 조치, 즉 승강장을 연장해서 정차위치를 차등하거나, 아예 별도의 승강장을 만들어서 운임구역을 분단하는 등의 조치 없이는 추가운임을 징수하는 것은 매우 난감할 걸로 예상이 됩니다. 카드 태그 기반으로 차내검표를 활성화한다는 것도 현실적으로 검표전담 인원을 추가로 운용하지 않는 이상엔 실효성에 의문이 갈 수 밖에 없고, 더욱이 아침저녁의 혼잡시간대에는 검표원이 차내이동을 제대로 하기도 어려울거라는 걸 생각하면 실효성도 없을거라 생각됩니다. 수원~금정 구간은 급행으로는 14분 정도, 과천~금정은 각역정차로도 10분이 안걸리는 구간이고, 창동~의정부 구간도 급행으로 12분 정도 소요입니다. 숙달된 검표원에 사전태그가 되지 않은 걸 단말기로 태그해서 잡아내는 수준으로 과업을 단순화 하더라도 이 시간 동안에는 2~3량 정도나 치우면 다행일거고, 그 노력으로 얻는 운임액수가 1회 수백원 정도라면 채산이 맞기 어려울겁니다.
그리고 추가적인 문제가 하나 더 들어가는데, 과연 기존선 공용을 할 경우 기존에 다니던 광역전철과 운임배분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남습니다. 즉, 열차횟수를 기반으로 운임을 나눠받아가는 거 외엔 저렇게 철저한 검표로 운임을 구분하는 수 밖에 없을거고, 또 기존선 공용에 따른 역시설, 역무 등의 제반 업무대행 수수료 문제가 따라붙게 됩니다. 이래가지고는 민자사업자가 차량을 투입한 만큼의 수익이 발생할 것인가, 또 민자사업 목적의 차량이 기존선 캐보티지를 하는 경우 이걸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생기게 됩니다. 지금의 광역전철은 이런 캐보티지 문제를 모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각자의 구간에서 승차하한 운임을 나눠가지는 식의 봉합구조인데, GTX가 들어오면서 별도운임 징수를 추진해 이런 구조를 흔들게 되면 과연 현 광역전철 시스템이 버틸 수 있을지 많은 의문이 든달까.
이렇다보니 GTX는 각 선별로 영업체계가 달라지고, 심지어 차량 등의 기술 사양도 차별화가 따르게 되어야 하는 문제가 생깁니다. GTX라는 이름만 공용할 뿐, 그 실체는 각 노선마다 달라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 이 쪽이 사실 운임이 비싸네 마네 보다 더 근원적인 난제일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