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문제는 박물관에 충분한 재정이 없는 점이나, 또 이런 저런 보수와 관리 업무를 충실하게 할 만큼의 인원가 자원이 제공되지 않는게 본질적이기는 합니다. 언론에 언급되었다시피 기간인력과 기본적인 유지관리에 30억이 들어가지만 실질적으로 방치상태 근처에 가까운 낮은 관리도라는 점에서 보면, 본업이 그만큼 벌어들여서 충분한 재정과 인력, 자원이 공급되어야 적어도 기본적인 방치를 면하는 수준까지 올라갈 수 있단 이야기가 될겁니다.
하지만, 한가지 좀 빠진 부분이 있기는 합니다. 바로 적절한 숙련을 갖춘 인력과, 이런 인력들을 기반으로 충분한 경험을 갖추고 역사에 대한 존중을 가진 조직입니다. 다른 예술이나 역사 박물관과 다르게, 철도박물관은 일종의 산업박물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엄청나게 육중한 시설물과 차량, 복잡한 기능을 가진 신호나 전기, 건축물, 역무설비 등을 다루는, 어찌보면 박물관과 전시관의 중간 정도에 걸쳐있는 그런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단순히 과거의 유명 차량이나 시설물을 현시대에 남겨 모양을 전하는 수준의 철도 박물관은 해외에도 종종 존재하고 있고, 이런데에 비해서 한국의 철도박물관이 많이 뒤쳐지는 존재인가 하면 꼭 그렇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해외의 경우도 결국 재정이나 인력 문제로 제대로 유지가 되지 못하는 경우는 많이 있고 말입니다.
성공적이고, 명성이 있는 해외의 철도박물관은 기본적으로 차량기지같은 과거의 현업시설물을 그대로 이어서 굴러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차량 위주의 전시물을 갖춘 곳들 중에 명성이 있는 곳은 기본적으로 차량기지를 이어받아 굴리는 경우가 많고, 자체 작업장 또는 인입선을 통해 인근의 현용 차량기지로부터 각종 지원을 받아서 차량을 보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예 차량을 가동가능한 상태를 유지하면서 굴리는 경우도 많고 말입니다. 즉, 현업과의 일정한 끈을 가지고 돌아간다는 이야기기도 합니다.
여기에 더 중요한건 단순히 외주업체에 의존해서 유지보수를 하는게 아니라, 경력 퇴직자나 아예 현재 재직중인 현업 직원들로부터의 많은 지원을 받아서 굴러간다는 점입니다. 또, 이런 유경력자들을 기반으로 신규자 내지는 그리 깊은 경력이 없는 전직자들을 육성해서 박물관의 기자재를 유지, 관리, 운용할 수 있는 그런 사람으로서 양성해내는 그런 조직이 되어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더 나아가, 이런 코어 조직과 함께 움직일 수 있는 벌룬티어들도 그 숫자와 질적인 수준이 높다는 점도 있고 말입니다. 일본에서 부활한 증기기관차들의 경우 특히 이런 부분이 부각되는데, 퇴역한 차량을 재력이 있는 독지가가 사들여서 보관하다가 다시 철도회사에 발견되어 이를 인수해 살려내는 경우나(물론 독지가에게 유고가 생겨서 처분해서 넘어가는게 많지만), 마을 단위에서 기념물로 전시되는 중에 퇴직 OB나 마을 자치조직 중심으로 청소나 기름칠, 도색관리 같은 꽤 자잘한 보전조치를 유지해서 20여년 뒤에 부활시킬 수 있을만큼의 상태를 유지했다거나 하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즉, 재정 문제는 잘 돌아가기 위한 하나의 필요 조건 중 하나일 뿐이지, 더 많은 조건들이 채워줘야 훌륭하고 볼만한 박물관이 갖춰질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돈으로 메꿔서 돌릴 수 있다면 좋지만, 어떤 숙련이나 지식, 경험이 없이 돈을 뿌린다고 해서 그만한 아우라를 갖춘 박물관이 될 수 있을까는 회의적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산업에 대한 박물관이 돌아가는 현업과의 연결이 끊어진 상태라면 솔직히 말해서 그냥 박제 박물관 정도 이상의 의미가 있기도 어려울거고 말입니다. 애초에 지금 세태는 노동과 숙련이라는 요소를 경시하는게 거의 기본적인 발상이 되다시피 한지라, 노력을 들인다는 것이 가능할까도 의문이 많이 들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