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SRT 탈선 선로, 사고 전 14회나 보수하라 지적"
제목을 마치 거대한 악을 목격한 양 뽑아놨는데, 내용을 보면 이래저래 이 사고의 진행이 어떠했는지를 단편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할겁니다.
일단 제목에 14회나 지적이 있었다는 이야기는 검측차가 월 1회 운전하면서 측정한 결과 14회의 보선 소요 발생, 이른바 평면성 불량이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2021년 1월부터 2022년 6월까지면 총 17회 내지는 18회의 검측이 실시되었을건데, 이중에서 14개의 결과에서 이상이 검지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다만 이것만 놓고서는 사실 보수작업을 해태한 것인지를 말하기는 애매한데, 이상이 있었다는 수준이 어느정도인지 명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기본적으로 선로는 차가 다니면서 계속 변형과 파괴, 마모가 일어나기 때문에 준공시점의 어떤 정확한 상태, 이른바 준공기준을 유지하는게 아니라, 일정한 범위 내에서 상태가 유지되도록 하는게 통상입니다. 비유하자면 놀이터의 모래판을 고르게 유지하는 노력에 비유하면 비슷할겁니다. 보선쪽의 용어로는 목표기준, 주의기준, 보수기준, 속도제한기준이라는 단계가 있는데, 선형이상이 주의기준을 넘겼다는 이야기라면 이게 반드시 보수해야하는 그런 변형은 아니라는 이야기고, 보수기준을 넘겼을때 보수를 실시해야 하지만, 일단 장비와 인원을 확보하고 차단작업을 할 일정을 잡아야 하니 변형의 사안에 따라 1개월에서 3개월 정도 여지를 둘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예외적으로 궤도 변형이 더 빠르게 진행되는 경우를 위해서 추가로 속도제한기준이라는게 들어가 있는거고 말입니다. 이 시한은 아마도 과거의 경험값으로 정해진 그런 숫자일거고.
기사에서 이야기가 나왔지만, 궤도좌굴이 발생한 지점은 고속선과 일반선 레일의 사이에 위치한 중계레일이라는 언급이 나옵니다. 지금은 급곡선이 있거나 개량을 미뤄둔 경우 아니면 일반선이나 고속선이나 장대레일을 쓰는게 기본이라 반드시 기존선 쪽이 강도가 약한 건 아니기는 하지만, 일단 해당구간은 아직 개량이 안되어서 고속선의 60kg/m 사양이 아닌 50kg/m사양의 레일을 쓰고 있었다고 합니다. 즉, 레일팽창으로 힘이 몰렸을 때 이쪽이 터져나오기 좋은 그런 경우로, 구조적인 취약점이 있었던 셈이랄까. 마침 대전조차장에서 고속선으로 넘어가는 구간은 꽤 가파른 구배가 있고, 곡선도 꽤나 빡빡하던 구간인지라 그 위험이 컸던 경우였을거고 말입니다.
그리고 사고 직전 열차가 무전 통보를 했다고 이야기가 줄곶 나왔엇지만 그 내용은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었는데… 이 기사에서는 내용이 언급이 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출발 나오는데 거기 좌우 충격이 살짝 있는 것 같다" 라는 문구입니다. 이 문장을 보고 긴급하게 후속열차를 세우거나 할 만큼의 긴박감이 있었는가는… 좀 모르겠습니다.
물론, 사소한 이상 징후에도 적극적으로 대처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이야기할 수는 있겠지만, 단순한 주의환기만으로는 사고를 피하기는 어려웠지 않나 생각됩니다. 서행하라고 지시를 했어야 하는거 아니냐 이야기하긴 쉽지만, 임의로 현장에 그런 권한을 부여할 수 있는가를 생각하면 준법투쟁 같은 사례를 생각하면 아마 미묘했을거고 말입니다. 게다가 선로 좌굴같은 사고는 의외로 전격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기 때문에, 앞 열차 통과 중엔 사소했는데 그 이후에 급작스럽게 크게 변형되는 경우도 종종 일어납니다. 화물열차가 통과하는 도중에 변형이 일어나서 중간부터 탈선해 버리더라 라는 경우가 아래의 영상처럼 기록된 경우도 있고 말입니다.
이런저런 사고 덕인지 몰라도 재해를 다루는 관점의 변화가 요근래에는 꽤 강해진 감이 있습니다. 태풍을 이유로 대규모 운휴를 실시한다거나 하는건 10년전만 하더라도 상상도 못할 일이기도 했으니. 예전같으면 악천후라도 선로가 끊어지기 전에는 차가 다니던게 일상이었는데, 이젠 악천후의 수준도 달라지고 시설의 고도화 덕에 그만큼 재해새 민감해졌기 때문이지만, 위험을 감수하지 않게 된건 바람직한 방향이기는 합니다. 대전조차장 탈선 사고 건은 재해를 다루는 변화의 도중에서 생긴 일종의 문화지체 현상에 가깝단 느낌이 있달까 그렇습니다.
P.S.: 여담이지만 사고 직후에 나오던 말 대로 지금 계획중인 지하신선으로 대체했다면 레일 좌굴 사고를 피할 여지가 있었을지도 모르기는 합니다. 지하라면 기온변화가 적기도 하고, 구배의 아래쪽이 아니라 위쪽이 되었을테니 팽창응력이 다르게 작용했을 수는 있었을겁니다. 하지만 지하구간이 가지는 사고시의 대피, 구난의 어려움이나, 거기에 들어가는 막대한 건설비, 급구배로 인한 열차 운행상의 취약점을 생각한다면 보선의 편의를 위해 다른 모든걸 버리는 방향은 좀 이상한 의사결정이 되어버리는게 문제일 뿐입니다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