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이음과 똑같이 생기다 보니 디자인에 대한 임팩트가 없는건 좀 사소한 아쉬움이지만, 다음 세대에 이어질 고속철도 차량이라는 점에서는 의미깊다 할겁니다.
좀 브리핑이 밋밋하기는 하지만, 일단 300에서 320km/h까지 최고속도가 올라가고, 좌석 숫자도 기존 신형 산천 대비 크게 증가한 515석으로 중련운행시 1030석이 확보되어 KTX-1보다 거의 80석 가까운 증강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확실히 차세대다운 사양이라 할만한 차량이라 할겁니다. 차내소음은 70dB로 조금 아쉬운 숫자지만 동력분산식 차량으로서는 이정도면 수치상으로는 평균정도는 된다 할겁니다. 사실 소음 보다 문제가 되는 건 진동과 흔들림 쪽이긴 합니다마는, 이건 실제 시운전에 가 봐야 전말이 나올 사안이니 두고봐야할겁니다.
일단은 2개편성 제작 사업이라 프로토타입에 가까운 선행양산형 차량이기는 한데, 동력성능 관련과 소음 진동대책을 빼면 EMU-260, 현재의 KTX-이음에서 많은 부분을 공통화했기 때문에 생각보다는 빠른 안정화의 여지는 있지 않나 생각은 듭니다. 물론 KTX-이음의 평가를 보면 좀 복잡한 면이 있기는 하지만, KTX-산천 초기모델들이 방송장치나 중련운전에서 찐빠를 엄청나게 내던걸 생각하면 그거보다는 좀 낫기는 하지 않을까 합니다... 아니면 현대차는 원래 그렇게 타는 거라는 비아냥이 나오겠습니다마는.
KTX-1의 알스톰 제조와 시운전이 97년 즈음부터였고, 천안아산 일대의 선행건설구간 시운전이 2001년 부터였던가로 기억을 하는데, 일단 공식적인 사용연한은 개통시점인 2004년 전후를 기산한다고 하지만 차량노후화 자체는 꽤나 진척이 되었을거라 슬슬 교체를 준비해야 할 시점이기는 합니다. 적자가 워낙 심하니 사용연한을 최대한 끌고가는게 계량적으로는 유리하기는 하겠지만, 좌석증강효과와 서비스 일신이라는 장점을 버리기는 어려울거고, 또 구식의 전장품을 많이 쓰는 KTX-1의 운용경비보다 현세대의 전장품을 쓰는 경량화된 EMU-320쪽의 운용경비가 좀 더 유리할 전망도 있을거라, 경제성 평가는 해봐야겠지만 조금 이른 교체를 해볼 가치는 있을거라 생각되기는 합니다.
이번에 경쟁입찰이 되어서 정치쪽부터 좀 시끌벅적한 감이 있기는 합니다. 좀 이상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새로 시스템을 도입하는 나라를 빼면 시스템간의 경쟁을 요구하는 경우는 잘 없다시피 하고, 대개 한 국가에서는 하나의 기술기반 하에서 조달을 하는게 통례인게 사실이기는 합니다. 물론 일본은 복수의 차량제조사가 제작을 하는 방식이기는 하지만, 여기는 신간선 철도 보유사가 여럿이기도 한데다, 국철시절부터 생산량을 각 회사에 배정해서 만드는게 보통이던 경우라 좀 예외적인 경우에 가깝고, 복수의 고속철도 사업자가 존재하는 나라에서는 각 사업자 별로 한 공급자로부터 단일 기술기반으로 조달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반기술을 갈아탄 경우가 있는건 유로터널 정도인데, 이 경우에도 기술기반을 가급적 단일화하기 위해 구형차량의 운용을 상당히 축소, 다수를 폐차하거나 예비차로 보존하고 소수만을 운영하는 식으로 차량구성을 정리하였습니다.
현실적으로 EMU-320의 조달이 시작되고 있는데, KTX-1과 KTX-산천 두 종류, EMU-260과 EMU-320 외에 새로운 차량시스템을 도입한다고 하면 현업에 총 6종류의 고속차량이 운용된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구경하는 매니아의 입장에서야 보는 재미가 생기겠지만, 운영사의 입장에서는 차종마다 별개의 정비라인, 예비부품 재고, 숙련인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되고, 또 운전 및 영업일선에서도 좌석 수량이나 좌석배치의 호환성 때문에 구원이나 대체투입시의 계산이 복잡해지고, 승무운용도 엄청나게 복잡다단해질 가능성이 높아지는 만큼 효율성이라는 면에서 많은 핸디캡을 가져가게 될 가망이 높습니다. 도입가를 조금 벌기 위해서 장래의 비효율을 크게 늘리는 방향이 되기 좋달까. 과거의 업보가 있다고는 하지만, 그걸 감안해줘도 좀... 우려가 안들수가 없다 할겁니다.
아무래도 왕년에 군사부문의 입찰경쟁 돌리던 케이스 처럼, 조달단가를 좀 압박하기 위한 라팔...아니 메기를 들이려는 시도기는 할거같기는 하지만, 입찰이라는게 뚜껑을 열어봐야 사실 또 알 수 있는거기도 한지라 상황의 예측은 함부로 하기 어렵고 그렇기에 논쟁이 되는거라 할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