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보도에 따르면 9편성 54량의 예상가격은 1,838억원, 량당 약 34억원, 편성당 가격은 204억원 정도에 달하는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가격은 근래 통근형 전동차량의 조달가격의 거의 3배 가까운 단가로, KTX산천의 마지막 조달단가에 육박하고, EMU-260의 2021년 계약금액이 3,864억원으로 알려진 대로라면 량당 45억원 정도인거를 감안하고 보더라도 상당히 비싼 가격이기는 합니다.
특수사양이라고 이야기는 하지만, 150km/h급 차량 자체는 이미 10년도 더 전부터 ITX-새마을 차량으로 조달이 이루어지고 있고, 가감속이 더 고사양이라 비싸다고 이야기는 하지만 좀 궁색한 감이 없잖아 있다 할겁니다. 당장에 현행차량과 혼합운행하는데 문제가 없을, 35km/h까지 3.0km/h/s 사양 이상만 확보하면 될 사안인데다, 장래에 기존차량이 정리되고 나면 딱히 동일사양이기만 하면 큰 무리는 없을 사안인지라. 여기에 발주량 자체도 50량이 넘는, 아주 작은 럿 규모도 아니기도 하고, 또 장래에 2차개통 도입분이나 직통차량의 대체분의 발주도 있는 만큼 초도분의 가격을 높게 쳐주는게 그리 유리한 계약도 아니기는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2007년 1단계 개통, 2010년 말에 전구간 개통을 달성한 노선이 공항철도인데, 차량 사용년수를 계산해 보더라도 1단개 개통시의 사용차량은 15년을 넘긴 정도, 전구간 개통 시점의 차량은 이제 12년차를 맞이하는 상황이 됩니다. 법정내구년한 제도가 폐지되었다고 하지만 조달 당시에는 전동차의 경우 25년 사용을 전제로 규제가 있었던 시점이고, 도입시점의 계약관행을 감안해도 25년에서 30년 정도의 연한으로 설계를 했을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기대폐차를 결행한다는 건 사실 재정 낭비의 여지가 있다 할겁니다. 이걸 왜 지금에서야 해야 하는가를 따지고 들때 할 말이 궁색할 수 밖에 없달까. 적어도, 이게 공공사업으로 철도공사가 이런 식으로 일했다면 감사원이나 기재부, 국토부가 가만히 넘어갈 사안이 절대 아니었을 겁니다. 이건 흡사 우리식 알뜰경영™ 그 자체라 하겠습니다.
경영개선 효과 같은 이야기도 많이 궁색할 수 밖에 없는데, 차량조달수량을 줄일 수 있다고 하지만 총 22개 편성+직통 6개편성 운용에서 이걸로 삭감가능한 편성수는 많아야 2~3편성 정도일거고, 일반형 전동차를 좀 고급지게 만들었다고 할때 대충 17~18억/량으로 조달하면 그야말로 떡을 치고도 남을거고, 30~40%의 조달가 인하분을 10~15%의 차량감소로 등가교환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좀 무리일겁니다. 고속화로 수요를 끌어온다고 말을 하기에는 이미 현재 수준에서도 충분히 빠르기 때문에 인천 북부에서는 이미 통근러쉬가 상시화되어 있어 별 의미가 없고, 운전비 상승을 운임에 태울 수 있는 구조도 아닌걸 생각하면 비용구조만 나빠지기 좋은 그런 방향일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조기대폐차는 일본의 JR각 회사들이 실시하고 있는 정책이기는 합니다. 아마도 고액 고성능 차량 조달이 논란이 되면 이 사례를 가지고 실드를 치려 들거라 생각이 되는데... JR 각 회사들이 왜 13~15년 주기 차량교체를 실시하는가를 면밀히 따져보지 않고 끌어다 대면 일단 좀 게으름 피운 죄로 맞고 시작해야 할겁니다. 조기대폐차를 통해 얻는 가장 굵직한 편익은 흔히 말하는 이른바 오버홀, JR동일본의 신보전체계에서는 10~18년차의 차체보전, 유럽식으로 말하면 반수명정비라 불리는 과정을 생략할 수 있다는데 있을겁니다. 보통 보름에서 1개월 정도가 걸리는 굵직한 작업인데, 그만큼 비용면에서도 부담스럽고 이걸 위해 들어가는 인공수나 재료비 역시 만만치 않다 할겁니다. 설비도 가장 방대할 수 밖에 없고.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정비측에서의 이야기고, 이걸 하기 위한 조건으로서 나온게 209계 개발 당시의 이야기인 '수명절반, 중량절반, 가격절반'이라는 컨셉입니다. 즉, 정비를 줄여서 수명도 단축하지만, 그만큼 경량화와 설계의 합리화를 적용하고, 이를 조달가액을 크게 낮추어서 수명주기 비용을 억제하겠다는 컨셉이었습니다.
하지만, 이게 실제로는 차량조달가액은 70% 정도, 수명은 15~20년 정도, 중량도 절반까지 줄지는 않는 그런 결과였고, 카더라로는 국철시절의 30~35년 내구년수를 채우느라 생기는 차량의 진부화 문제, 그리고 이에 따른 예비품이나 정비시설, 인원의 보수화와 비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들고나온 컨셉이었다고 합니다. 또한, 역으로 검수부문의 합리화와 차량 정수의 대폭감축도 따라왔기 때문에, 차량산업의 유지를 위해서 연간 발주량을 일정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한, 대신 단가를 떨구는 일종의 체제개편이었다고도 이야기를 하고 말입니다. 그런데, 공항철도의 컨셉은 이것과는 아주 정반대의 방향이라서, 과연 비용절감이 달성될 수 있는가에서는 의문이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사실, 개인적인 추론에 가깝지만, 차량을 저렇게 빨리 "소진"시키는 건 원가기저를 부풀리기 위한 수단이 아닌가도 생각이 됩니다. 일본에서 운임의 결정은 기본적으로 원가주의라고 해서, 총괄원가를 보전하는 수준까지만 운임을 받을 수 있게 규제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과거 여러 공기업 요금규제에서 이 개념을 차용해서 지금에 이르고 있는 상황이고. 물론, 이게 엄청나게 빡빡해서 총괄원가를 많이 오버한다고 해서 운임인하를 강제한다거나 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걸로 압박이 없지는 않을겁니다. 여기서 차량을 13~18년 정도를 쓰고 폐차발령을 내는 조치를 하게 된다면, 총괄원가에 반영되는 차량비용, 실질적으로는 매년도에 발생하는 차량의 감가상각비를 크게 늘릴 수 있게 됩니다. 즉, 이를 통해 이익률을 좀 눈가림하는게 가능해진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물론, 감가상각비가 올라간다고 해봤자 그냥 회계상의 변화일 뿐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여기서 일본에서 흔히 일어나는 재생차 내지는 중고차 거래를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많이 싸게 팔리기는 하겠지만, 이걸 다른 지방철도에 매각하면 이건 가외의 매각이득이 들어오게 됩니다. 또한, 재생해 연장사용을 한다면 이건 또 감가상각 끝난 걸 연장사용하니까 딱히 손해볼 것도 없을 뿐더러 대개 사업성이 나쁜 지방선으로 이전사용하게 되니, 지방선쪽의 차량원가를 줄여서 노선별 원가를 개선하는 효과가 나오게 됩니다. 사업성이 좀 그럴싸하게 분배가 되는 그림이 나오게 된달까. 여기에 재생사용시에는 상태가 안좋은 차를 도태시키고 양품 위주로 수량을 줄일 수 있고, 또 여기서 재생부품을 얻거나 기존 부품재고를 유용해 쓸 수 있게 되니 원가적으로도 좀 이득이 생기는 그런 면이 있습니다. 좀 궁상맞기는 합니다마는.
이런 그림으로 보더라도, 정작 기존 차량을 어딘가에 불하내지 매각해서 유용할 가망도 안보이고, 또 3~4년 내로 기존 편성들도 정리해 내칠 가망이 높은지라 재생품 및 연장사용의 이익도 크진 않을겁니다. 불하를 받아갈만한 사업자는 대형 교류전용방식 전동차를 받아갈 데여야 하는데 이건 철도공사 뿐인데, 이미 운용중인 노선에서는 기존 차량과의 호환성부터 시작해서 걸리는게 너무 많고, 이걸 신규사업에 충당하는건 우리가 gomul차 처분장이냐 라는 아주 차가운 여론과 민원의 압박이 들이닥칠테니, 거기다 중고거래 가격이 어지간히 좋지 않다면 적자회사가 돈많은 민자사업 밀어주기라는 문제로 이어질테니 이도저도 아니게 되는 문제가 생겨나게 될겁니다. 사실, 여기서 정부를 개재시켜서 좀 수작질을 할 수 있는 아이디어는 하나 있기는 한데, 지금 정부나 정치의 상황을 감안하면 과연 이걸 할리가...라는 생각이 먼저 들어서 가망은 없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