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마 보도에서 조금 눈여겨 볼 부분이라면 선형 관련해서 구배 완화와 궤도중심간격 부분을 150이상 선로에서 완화시킨 부분일겁니다. 이건 과거에 실무적으로는 이미 그렇게 해오던 준고속선의 설계실태를 규정에 반영해 주는 그런 정도라고 이해하면 될거같아 보입니다. 물론 궤도중심간격 쪽은 아닐 듯 하지만, 종단기울기나 곡선 규정은 이미 강릉선 건설 시점에 예외규정으로 반쯤 뭉개고 지어놓은 케이스였던지라 그냥 현실반영에 가깝게 조치를 한다고 보면 될겁니다. 미묘한 부분은 150이상의 선로에서 화물운행을 사실상 설계레벨에서 뭉갤 수 있다는 여지가 생겼다는 점 정도일겁니다. 12퍼밀, 예외적으로 15퍼밀 이하 구배 조건이 과거 7400호대 디젤, 그리고 현행의 8500호대 전기기관차 단독으로 30량 이상의 컨테이너화차나 20량의 벌크화물을 견인하는 조건이고 이보다 더 가파른 구배는 기관차 중련이나 보조기관차 또는 견인하는 화차 숫자를 감축하는 조건 하에서 다녀야 합니다. 이후 개량이나 신규 노선 건설시에 이를 무시하는 건설을 사실상 열어두는 상황이 되는건데, 여객전용 준고속선이라면야 그래도 되겠지만 객화혼용의 일반간선에까지 확산될 경우엔 좀 문제가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그리고 궤도중심간격 부분도, 객화혼용선의 경우 복선터널 내에서 교행시 화물측의 안전 문제에 직결되는 사안인데 여기에 대한 검토가 있었는지 좀 우려는 남습니다. 근래 덴마크의 그레이트 벨트 구간에서 화붕을 일으킨 소프트커버 화차가 교행하는 여객열차를 타격해서 사상자가 다수 발생했던 케이스라던가, 일본에서 세이칸 터널의 화물안전 때문에 신간선 측의 선로최고속도를 140km/h로 제한한다거나 하는데 당장에 건설비 절감이 장래의 리스크로 이어지지 않도록 검토과정이 있어야 하는게 아닌가 우려가 있습니다.
여기에 위에 그림을 인용한 부분이, 이번 개정에서 가장 큰 포인트 중 하나일겁니다. 사실, 실무적인 수준에서는 재래식 저상승강장이 짧은 역에 대해서 여객안내를 따로 실시하거나, 아예 길이를 벗어난 호차의 발매를 막아둔다거나 하는 식으로 대응하던건 있었습니다만, 준고속열차와 고상 승강장에 대해서는 이건 도저히 안되는 이야기긴 했습니다. 이번에 개정으로 이걸 좀 완화해서 양 끝단 출입문만 승강장에 걸치면 일단은 정상적인 조건이라고 규정해 준 건데... 이게 나온 이유는 아마도 서해선 때문일겁니다. 서해선은 6량 전동열차 기준으로 건설이 이루어져서 유효장은 약간 더 여유가 있더라도 승강장은 여유 5미터 포함 125m 규격으로 건설이 이루어졌습니다. 즉슨, 23.5m 표준으로 만들어진 간선형 전동차 및 KTX-이음의 경우 위 그림처럼 6량일 경우 150m 길이가 되어 승강장에 정상 정차가 불가능하게 됩니다. 이번에 이 제약을 풀어서 약 25m분의 부족분이 있더라도 출입문이 걸쳐지면 유효하다고 잡아준 거고, 아마도 초지, 소사나 김포공항 같은 서해선 구간 내 지하역 정차를 가능하게 하기 위한 조치일거라 보입니다.
다만... 문제는 저 경우에 승무원이 승강장 안전문의 정상동작을 감시할 수 있는 위치를 벗어나게 된다는 이야기가 되고, 혹여 승강장측 문제로 승무원이 출입해야 할 상황이 생겼을 때에는 차내를 거쳐서 이동해야 한다는 제약이 생기게 됩니다. 이거 때문에 안전문 중 양단에 있는건 사람 하나가 다닐 수 있게 승강장쪽으로 들여서 건설을 해두는 걸로 아는데, 터널 중간이라면 이런 대책이 성립이 안되는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물론, 간선형 전동차의 경우 열차 승무원의 근무위치가 차량의 최후부로 지정되어 있는건 아니기 때문에, 중간 객차에서 취급한다는 방법이 있기는 합니다만, 고장 등의 이유로 기관사가 취급하거나 할 경우의 대책이 취약한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또, 근래 사망사고가 났던 경우인, 승강장 안전문 관련 설비가 고장났을때 그 수리직원이 출장을 해야 하는데, 본선터널 중간에 이런 설비가 있다는건 사고를 부르는 불완전한 설계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역시 안전성에 대해서 모의설비에 의한 검증을 해보고 이런 규제완화가 이루어져야 하는게 아닌가 우려가 많이 든달까.
안전설비 강화 쪽은 그냥 무작정 패키지로 전부 설치를 확대해야 한다는건 좀 많이 과한거 같단 생각이 듭니다. 강풍 등의 기상검지는 장대교량 또는 일정기준 이상으로 지표에서 높게 돌출되는 성토나 고가부분에 설치되는 정도면 족할거고, 보수자 선로횡단장치나 터널 경보장치의 경우는 야간집중보수 작업시에나 의미가 있는 장치가 될거라 보이는데 현업의 다각적인 의견수렴은 있어야 할겁니다. 반대로 끌림물 검지장치나 차축온도 검지장치의 경우 해외에서는 고속선 보다 일반선의 화물 운행이 잦은 구간에 적극 사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나 대규모 화물열차의 본산이라 할만한 미국에서는 이외에 차륜 등의 이상소음을 계측해서 차륜 손상이나 베어링 고장을 검지하는 장치까지 적용해서 마일 단위로 길쭉한 열차의 안전확보를 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런 쪽은 필요에 따라 적극 확대를 모색해 볼만은 할겁니다.
증속가능 연장 부분은 좀 의아한 부분인데, 동해선은 장래 KTX-이음의 투입예정이 있으니 그런다 치지만, 경부선이나 호남선의 경우 이미 고속선이 병행건설되어 있어서 KTX-이음 투입은 거의 가망이 없는 구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호남고속선 공용구간이나, 지역민원으로 생긴 기존선 경유 KTX의 속도향상 효과를 누릴 수는 있긴 하겠습니다만, 증속에 따라오는 설비보강 및 유지보수 비용 증가 또한 비교형량해서 실시여부를 판단하긴 해야할겁니다. 기준변경으로 된다고 단언할 사안이 아니라 말입니다.
일단은 기준을 열어준다고 실제 설계에 바로바로 태워질 리는 없는거긴 합니다만서도... 약간은 우려가 남는 이야기가 아닌가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