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개정에서 특히 많이 보이는게 차량 부족 문제를 어떻게든 완충하려고 그야말로 온몸을 비트는 수준의 열차설정이 많이 보인다는 점입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감편개정이 되기는 했지만, 그 감편을 어떻게든 막아보려고 발버둥을 쳤달까. 무궁화객차 부족은 워낙 만성적인 상황이지만, 여기에 RDC 폐차까지 진행하면서 차량운용을 정말 쥐어짜다시피 열차계획이 나온 태가 많이 납니다.
개중 가장 눈에 띄는건 동해남부선 누리로 투입입니다. 한방에 7왕복이 설정되어 들어갔고, 여기에 경부선에 갑툭튀로 1왕복이 설정되어 들어간게 일단 눈에 띕니다. 원래 RDC로 다니던 태화강 반복 열차를 누리로로 전부 대체한건데, 아마도 차량운용으로 봐서는 2개편성이 계속 반복운전을 돌고, 가야기지로 입출고를 위해 경부선을 타는 그리 좋은 시간대가 아닌 1왕복이 설정된 걸로 생각됩니다. 아마도 3편성으로 로테이션이 계속 도는 구조일 듯 한데 정말 누리로답게 빡세게 굴려지는 모양새랄까 그렇습니다. 당초에는 EMU-150이 대구차량사업소 개량과 함께 투입되었어야 하는데 둘다 심각하게 지연중이다 보니 이런 험한 운용이 나오게 된 모양새가 되었을겁니다.
ITX-새마을의 정차역 확대는 장래 EMU-150과 함께 무궁화호를 대체하기 위한 밑작업인데, 기존 투입되던 경부, 호남, 전라선 쪽은 그나마 선택정차역에 정차르 늘리고 일부 역에 새로 정차를 개시한 정도의 순한맛 개정에 가까운 정도인데 비해서 중앙선은 갑자기 1왕복을 설정한데 그게 갑자기 각역정차로 들어가는 그야말로 핵불닭매운맛 수준의 개정이 이루어졌습니다.
이건 시간설정을 보면 알 수 있지만, 영동선 및 중앙선 운용 누리로 2왕복이 빠지면서 사용가능한 차량이 그거뿐이라 어쩔수 없는 투입에 가까운 경우입니다. 고가역으로 기관차의 회차정비가 불가능한 안동역 사정상 동차가 들어가야만 하는데, 이 용도로 쓸 수 있는건 오로지 누리로와 ITX-새마을 뿐입니다. ITX-청춘은 고상승강장 전용이니 일단 논외고, RDC같은 디젤동차를 끌어오는 건 더 택도없는 이야기이니 그렇게 대체차량이 결정이 된 셈입니다.
다만, 그냥 이런 대체차량 문제를 푸는 것과 함께, 실제 EMU-150투입에 앞서서 소규모역과 구간열차에 새마을 등급이 들어갈 경우의 여론 반응을 시험해 보는 측면도 좀 강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그나마 2왕복, 여론파장이 상대적으로 완만할 걸로 예상이 되고 피치못할 사정이 있는 중앙선에 이걸 밀어넣어 보는게, 전격적으로 또는 이용객이 민감하게 받기 쉬운 경부, 호남, 전라보다는 차라리 대응하기 수월할 거라 본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물론, 과거 석불역 건이나 양동역, 지평역 같은 곳들 처럼 중앙선 소역들은 은근히 강경한 여론이 일어나는 곳이었던지라, 폭발력이 제법 나올수도 있긴 하겠습니다만.
여담이긴 하지만, 소규모 역들이 원가구조적으로 보면 더 비싼 운임을 부담해야 하는게 맞기는 합니다.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는게 전혀 불가능한데다, 대개의 경우 그 역들을 위해서 별도의 열차설정을 잡아야 하고, 그때문에 운전시간이 늘어나는 등 경비도 더 부담하게 되는 경향이 있긴 한지라. 다만, 개별 역의 운임을 올리는건 형평성 문제때문에 못하고 묻어가다가, 아예 역 자체를 날리는 방향이 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번 개정에서 각역정차 ITX새마을은 이걸 다뤄보는 한 방편으로서의 의미를 부여할 수는 있을것도 같습니다.
여기에 무궁화의 한계상황을 보여주는 포인트가 하나 더 있는데, 경부선 1291/1292열차와 전라선 1591/1592열차입니다. 이 두 열차는 주석으로 12/31일까지 한정해서 운행한다고 달려있는데, 사실상 당장에 감편을 하는 건 가을 행락철과 연말 수송수요 사정상, 그리고 포스트코로나 수송증가에 대응하는 차원에서라도 무리가 있으니 일단 최대한 차량운용을 뽑아내서 유지를 하고, 이후 동절기 수요감퇴에 맞춰서 장거리 무궁화를 빼내서 운용에 여유를 확보하는 목적일 겁니다. 아마도 명절 대수송에 맞춰서 정비를 집중시켜 운용가능한 차량을 확보하던가, 그전에 EMU-150을 조금이라도 투입을 하던가 가닥이 잡히긴 하겠지만 정말 한계가 보이기 시작했다는 시그널이라 할겁니다.
원래 해뜨기 전의 순간이 가장 어둡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이번 개정이야 말로 전환기의 코앞에서 그야말로 가장 빡빡하고 치열한 그런 상황의 개정에 가깝지 않나 싶기는 합니다. 여러 불확실성이 있는지라 내년엔 상황이 달라질 거라 섯부르게 말하기 쉽지도 않기도 하고. 물론 과거 해방직후나 한국전 이후 처럼 시각표에 열차는 있어도 동력차는 퍼지고 차량이 모자라 대규모 운휴가 반복되는 그런 상황까지는 아니지만, 근래 요구되는 철도의 서비스 수준 한계를 시험받는 상황이란 느낌이 드는 그런 개정이랄까 그렇습니다.
P.S.: 도입시점을 어떻게 확보하냐의 문제긴 하지만, 일단 EMU-150 이외에 비전화구간이나 파동수요에 대응가능한 객차 또는 디젤동차 소량구매를 오는 2~3년 사이에 진행하기는 해야하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다만 설계수명은 디젤동차의 경우 15년 정도로 단축하고, 2량 1편성 정도의 소편성 운전 전제의 경량화 모델을, 객차의 경우는 양단PP운전이 가능한 강도를 갖추고, 가급적 1량 단위의 분산식 전원장치(APU)를 설치해서 역시 소편성 운전 대응능력을 갖춘 형태로 소량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단가의 문제도 있지만, 모터카나 화차 제작 실적이 있는 곳을 대상으로 제한경쟁의 형태로 3~4년에 걸친 다년도 차수계약 형태로 진행을 해보면 어떨까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