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의 협궤철도 회사인 래티아 철도(Rhätische Bahn)에서 세계 최장 편성의 여객열차 운전에 성공하여 기록 갱신을 달성하였습니다. 과거 기록은 오스트레일리아의 The Ghan이라 불리는 남북종관선 열차가 44량 조성의 1km짜리 여객열차를 운전했던 전력이 알려져 있는데, 이번에 전동차 25개 편성을 동원해 100량 조성으로 만든 1910m길이의 여객열차를 운전해서, 아마 당분간은 깨지기 힘든 그런 기록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사실, 장대화물열차가 3km에 2~3만톤 단위의 객차를 연결해 운행하는건 주로 광물 수송 전용선에서는 그리 드문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여객열차의 경우는 이야기가 많이 다른데, 일단 여객의 승하차가 가능하도록 역의 설비가 확보되어야 하고, 사고시에는 인명피해가 날 수 있으니 안전기준 역시 많이 높아져야 합니다. 또한 그렇게 장대열차가 되면 열차를 타기 위해 다시 멀찍한 이동을 해야하는 점이나 서비스 인력의 운용에서도 난점이 늘어나는 점 등 문제가 워낙 많이 따라붙다보니, 생산성이라는 면에서 보면 화물과 달리 메리트가 없다고 봐도 무방한 조건이 됩니다. 세계적으로 봐도 대량 여객으로 유명한 나라들 치고, 여객열차 편성의 길이 자체는 일정 이상이 되지 않고 엇비슷한 길이에 묶여있는건 그런 이유가 될겁니다.
사실, 래티아 철도의 기록은 어디까지나 홍보용에 가깝고, 1회성 이벤트에 가깝지 상시적인 영업운전이 가능한 그런 사업은 아니라 할겁니다. 당장에 산악철도 단선노선에 저정도 길이의 차를 받을 수 있는 역이 없을거고, 역의 발착을 위해 열차를 몇번이고 입환해 연결과 분리를 해야할 상황인데다, 이게 끝나야 여객의 승하차가 가능해질테니 이벤트가 아니면 할 수가 없을겁니다. 그래도 일단 여객열차로서 맞춰야 할 조건을 맞추기 위해서 4550석의 좌석 중 150석을 초청객을 승차시켰고, Preda역에서 Alvaneu역 까지 24,930m의 이동을 했었다고 합니다. 즉, 역간을 이동하며 초청객이지만 여객을 태운 셈이 되었달까.
기술적인 면에서는 사실 꽤 재미있는 노력이 많이 들어갔는데, 일단 전동차를 저렇게 연결하게 될 경우 실은 제어장치가 제대로 동작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보통 중련 내지는 3~4중련 정도까지를 전제로 제어시스템을 구축하는데, 25중련쯤 되면 제어가 제대로 먹지 못할 수 밖에 없는지라. 이런 이유로 실제 운전을 위해서 7명의 기관사와 21명의 차량기술자가 승차해서 열차를 조작했었다고 합니다. 일단은 제동은 공기관에 의한 관통제동이니 문제가 되진 않을거고, 가속은 아마도 차내 전화 통신을 통해 협조 운전하는 형태로 조작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됩니다.
한편 열차측의 제어는 그렇다 치지만, 저정도로 장대한 전동차를 투입할때 생기는 문제가 전력의 수급입니다. 전기철도는 지상측의 지상설비 용량에 따라 투입가능한 동력차의 숫자나 성능이 제약을 받는 한계가 존재하는데, 보통 2~3개 편성의 운전을 전제로 했을 구간에 25개 편성이 들어간다면 문제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실제 운전은 30~35km/h정도의 비교적 느린 속도로, 거의 46분에 걸친 운전을 실시했었다고 합니다. 아마 평시 운전이라면 10~15분 정도면 주파하고도 남았을것으로 보이지만, 그렇게 달렸다면 변전소가 폭발했을거라. 역행을 땡겨서 전력 소비를 하는 것도 문제지만, 반대로 내리막에서 회생제동을 하면서 전력을 공급하는 것도 또 문제가 되는지라. 실제 회생전력은 국가 그리드에 다시 되쏘는 그런 조치를 할 수 있기는 하지만 역시 변압기 부하가 문제가 될 수 밖에 없어서 대량으로 송전할 수는 없었을겁니다.
여기에 운전에서 가장 이슈가 되는 부분이 있는데, 바로 역간의 폐색취급입니다. 대개의 구간이 단선이기는 하니까 일단 열차의 재선 여부만 확보되면 나머지 보안장치는 일단 일시정지를 시켜서 운행에 지장을 주는 걸 예방할 수는 있을겁니다. 하지만 역시 영업열차 사이에 저걸 넣는 건 도저히 무리인지라, 실제로는 해당 구간을 약 12시간 가까이 통제를 했었다고 합니다. 다행히 네트워크의 중간에 걸친 곳은 아니고, 일종의 말단구간에 해당하기는 해서 전력 통제로 인한 인접구간의 2시간 운휴 이외에는 그 외의 다른 구간의 열차 운행에 문제가 되지는 않았겠지만, 대신 건널목 통제가 상당히 부담이 있었던 모양이기는 했던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