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원인에 대해서는 뭐라 말하긴 어렵지만, 나도는 사진 등으로 봐서는 시설물 아니면 차량 둘 중 하나로 귀결이 날 것으로 보이기는 합니다만, 원인을 찾아서 누굴 탓하고 이것 보다는, 이렇게 우발적으로 생기는 사고를 어떻게 수습할지에 대한 대책부분이 더 다뤄져야 할 걸로 보입니다. 사고라는게 나면 일선에서는 그야말로 업무처리량이 폭발하게 마련이고, 일하는 사람이나 이용하는 사람이나 충격과 혼란에 바질 수 밖에 없어서 평소와 다르게 우왕좌왕하고 제 실력을 충분히 발휘하기 어려워지는 상황에 빠지게 됩니다. 그래서 명료하고 단순한 의사결정과 전달과정이 필수여야 합니다. 지난 사고의 경험이나 개선으로 어느정도 이런 체계는 갖춰져 가는 감이 없진 않은데...
문제는 이번 상황에서 좀 꼬인 부분이, 탈선 이후 섣부르게 복구 내지는 정상운행이라는 표현이 전파되어서 현장 안내를 꼬아놓아버리는 메시징의 실패가 있었고, 또 이튿날의 열차운행 재개 과정에서 운휴나 운행재개의 결정이 오락가락 했는지 지연예상 안내가 나간 차가 실제로는 지연이 크게 줄어서 지연예상을 보고 이용을 하려다 꼬인다거나, 정작 그렇게 운행재개를 했음에도 도중에 각역에 장시간 대기상태로 머무르는 열차가 다수발생하는 등 운전정리가 매끄럽지 못했던 부분이 보입니다.
일단 상황전파의 문제는 철도측의 개념과 외부자들, 즉 지자체 등지의 상황담당자나 언론사 기자 들의 지식차이가 크다 보니 상황 설명에 오해가 크게 번진게 클거라 보입니다. 탈선 등 사고의 복구는 말 그대로 현장의 수습이 끝나 열차 운행이 재개될 준비가 되었다는 개념에 불과하고, 선로가 막혀서 각 역이나 선로에 대기하던 운행도중의 열차들이 운행을 재개했을때 이들은 결코 정시대로, 그리고 안정적으로 운행이 되지는 않을 수 밖에 없습니다. 즉, 파행 내지는 크게 지연되어 운행이 이루어지게 될 수 밖에 없어서 통상대로의 정시운전 상태라고는 결코 할 수 없는 절름발이 상태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1호선의 경우는 좀 더 특수성이 있어서 2복선 내지 3복선을 사용하다 보니 인접한 일반열차의 사고로 인한 서행이 파급되기도 하고, 이번처럼 대체루트로 열차를 운행시키는 경우 원래 다니던 루트가 아닌 전동열차에 일반열차나 KTX가 끼어들어 다니기 때문에 상호 지연이 연쇄확대되어 운휴나 타절같은 파행이 벌어질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이해가 부족한 언론이나 지자체 상황담당자들이 잘못된 메시징을 발신해 일이 꼬이게 된거랄까.
여기에 대해서는 흔히 말하는 시각화, 비주얼화에 대한 노력이 좀 필요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노선도에서 어느 지점에서 사고가 났는지, 어느 구간이 영향을 받게 되는지를 시각화하는 기법은 여러 나라에서 사용하고 있기도 한데, 여기에 더해서 좀 더 간략화된 배선약도 같은 리소스를 비축하고 활용하는 노력이 좀 따라야 할거라 봅니다. 그리고, 일본에서는 적극적으로 아침시간대에 운행상황 브리핑을 도로 소통상황 방송처럼 실시하는 체계가 있는데, 이게 단순한 방송홍보 레벨이 아니라, 관제실 같이 운행관리 일선에 언론 담당자와 브리핑 시스템을 전진 배치해 운영하는 수준이어서 유사시의 상황전파 채널로서도 동작하도록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물론, 한국에서는 기레기라는 악명이 있을 만큼, 기자들의 갑질이나 비상식 때문에 이런 운영이 자리잡기가 간단치는 않을 수 있고, 특히 정부 등지의 기자실 문제가 알권리의 제한이나 왜곡이라는 시각도 있기 때문에 다이렉트로 우리가 받아들이기는 어렵기는 합니다마는, 이걸 참고한 시스템을 하나 정도 만들어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운전정리가 매끄럽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카더라 통신이라 곧이곧대로 이야기하긴 그렇지만, 운휴나 운전재개 결정에서 철도공사가 단독으로 의사결정을 전혀 내리지 못하고 국토부의 승인을 기다리다 일이 꼬였다는 식의 이야기가 나오는 모양입니다. 사실 여부는 좀 파봐야겠지만, 이게 사실이라면 정말 시스템이 뭔가 잘못된 상황이라고 할 수 밖에는 없지 않나 생각됩니다. 기본적인 운행계획이나 안전관리 계획이나 방침에 대해 결정을 내렸다면, 사고시의 운전정리는 기본적으로 운영자의 상황판단이 최우선이 되어야 할겁니다. 그런데 이 원칙이 깨졌다는 이야기는 사실상 현행 철도운영 체계를 형해화해버리는 모양새가 된다 할겁니다. SR과의 균형이 어쩌고 라는 명분으로 이랬다면, 그냥 도로 철도청으로 환원해서 관료조직이 법률에 의거해 정식으로 철도전반을 통제하도록 바꿔야 할 일이지, 뒷선에 숨어서 고기방패 세우고 원격조종이나 하는 행태가 일상화된다면 책임경영도 책임행정도 아닌 끔찍한 카오스라 할겁니다.
여기에 복구예정시각을 좀 낙관적으로 잡았다가 이게 어긋나서 운전정리가 좀 꼬인게 아닌가도 생각되는데, 저번 영동 KTX탈선 건에서도 복구예정시각이 한량없이 밀려서 기존선 우회 편수가 확 늘어나 지연이 확산된게 있었는데, 이번에는 서울 시내 한가운데가 막히다 보니 지연확산 정도가 아니라 도중역에 다수의 열차를 억지시켜 두는 그런 상황이 자주 반복이 되었던 걸로 보입니다. 즉, 운전재개를 1~2시간 정도 앞서서 던진 결과 일시에 서울역 일대에 차가 몰려서 엉켜버린 그런 결과가 벌어진 셈인데... 복구예정 판단을 좀 더 보수적으로, 그리고 이번처럼 복구가 길어지는 경우에는 작업 공정 중 큰 덩어리가 하나씩 정리가 될때마다 판단의 재검토와 조정을 적절히 실시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이 됩니다. 야간과 새벽에 걸친 철야작업이라 이게 간단치는 않기는 하겠습니다만서도.
한편에서 이번 문제가 인력의 문제라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는데, 인원 배치의 부적정이나 부족 문제, 다시말하면 인력의 양적 문제가 가 분명 없지는 않겠지만, 사실 그보다도 질적 문제가 어느정도 있지 않나 생각이 됩니다. 일단 복구가 길어지고 운전정리가 거칠게 된 것은 결국 충분한 경험을 가지고, 어느정도 규모의 인원 풀에서 선발되어 온 능력자가 부족해서, 또는 그런 사람을 적소에 배치하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일선에서 작업의 진척 자체보다, 이 작업과정과 그 전체상을 조망해서 의사결정과 판단을 내릴 중급 이상의 숙련자 및 관리자가 그만큼 층위가 약해졌기 때문에, 의사결정이 거칠어지고 전파가 꼬이는 그런 문제가 있다 할겁니다.
이건 사실 인력을 늘리는 문제 자체도 어느정도는 연관이 있지만, 선발과 육성 과정에서 좀 매끄럽지 않은데가 있다는 이야기가 될겁니다. 또, 시대가 흐름에 따라서 과거의 거친 현업을 뚫고나온 베테랑들이 점차 은퇴하고, 이를 채우는 인력들이 일선의 경험을 충분히 쌓기보다 정규적인 교육훈련에만 의존해서 부족한 경험을 메꾸고 배치가 되는 그런 상황이 있지 않나 우려가 있습니다. 이건 좀 더 심도있게 분석이 필요할 거라 봅니다마는, 안전대책이 아닌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조직관리의 관점에서 한번 정도는 리뷰가 있어야 할거라 봅니다.
통계를 보면 근래 사고건수가 좀 늘어나는 추세인게 보이는데, 통계라는게 기준에 따라 숫자가 많이 달라질 수 있는거라 안전 공백, 시스템 붕괴 같은 소리를 하는건 좀 오도된 이야기가 될 수 있지만, 여하간 우려가 생길 수 있지 않나 생각은 듭니다. 이럴때일수록 심기일전해서 현장, 기본에 충실하는게 필요할거라 봅니다.